[한경ESG] ESG 핫 종목 - 한온시스템
한온시스템의 열관리시스템 장비. 사진=한온시스템
한온시스템의 열관리시스템 장비. 사진=한온시스템
내연기관 차량은 엔진에서 발생한 열을 난방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차는 다르다. 별도의 열에너지원이 없다. 전기차는 열을 내기 위한 에너지원이 배터리다. 난방으로 인해 배터리 주행거리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때문에 전기차는 배터리의 폐열을 난방에 활용할 수 있는 히트펌프 시스템 기술이 중요하다.

거대한 전자제품이라 불릴 만큼 전기장치도 늘어난다. 발열 관리 또한 중요하다는 얘기다. 미래차 전체를 아우르는 열관리시스템은 신진대사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 분야에서 친환경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회사가 한온시스템이다.

배터리 폐열로 전기차 난방…열관리시스템 ‘주목’


미래차의 핵심 기술, 히트펌프

자동차 부품사들은 미래차 전동화 변화에 발맞춰 진화하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내연기관 부품 비중이 높다 보니 전동화 변화에 따른 주가 재평가가 늦어지거나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한온시스템은 다르다. 태생적으로 전동화에 최적화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부품주의 대장 격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한온시스템은 1986년 포드와 만도기계가 합작해 설립한 한라공조가 뿌리다. 자동차 에어컨과 난방, 환기 등 공조시스템이 강점이었다. 이 분야에서 일본 덴소에 이어 세계 2위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다만 내연기관에서의 공조시스템은 차의 열을 관리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친환경차는 다르다. 남은 열을 에너지로 잘 활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전동 컴프레서를 활용한 통합 열관리시스템에 노하우를 갖고 있다.

컴프레서는 압력을 바꿔가면서 친환경 냉매를 순환시킨다. 친환경차에서는 엔진의 힘 대신 전기를 사용한다. 효율적으로 전기를 쓰지 못하면 배터리 주행거리를 깎아먹는다. 한온시스템은 현재 연간 약 250만 개의 전동식 컴프레서를 만든다. 2026년까지 600만 개 수준으로 늘릴 예정이다. 같은 해 친환경차 시장점유율은 15% 수준이다.

동시에 폐열을 모아 전기차의 열에너지를 공급하는 히트펌프 시스템도 주요 제품이다.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좌우하는 핵심 시스템으로 고성장이 예상된다. 한온시스템의 열관리시스템은 기능뿐 아니라 실내 공간을 염두에 둔 설계로 넓은 공간을 만들어내는 강점이 있다. 현대차, 기아뿐 아니라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포르쉐, 포드, 테슬라 등 전 세계 자동차 회사와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배경이다.

배터리 폐열로 전기차 난방…열관리시스템 ‘주목’


원자재 가격 안정되는 내년 회복 기대 높아

올해는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실적을 끌어내린 데다 주요 시장 중 하나인 유럽에서의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한온시스템이 주로 사용하는 원자재는 알루미늄, 내연강판, 냉연강판이다. 알루미늄 가격만 해도 2020년 말 톤당 2000달러 언저리였지만, 지난해 말 3000달러를 넘기고 지난 5월에는 톤당 3853달러까지 치솟았다. 9월에는 2500달러 밑에서 거래되고 있다.

유럽의 부진 영향도 컸다. 2분기 기준 한온시스템의 지역별 매출 비중은 유럽이 31%로, 한국(29%)보다 높은 최대 시장이다. 유럽 자동차 회사뿐 아니라 현대차·기아의 유럽 공장 등에 공급하는 물량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기준 수요처별 비중은 현대차그룹(47%), 포드(12%), 폭스바겐(8%), GM(6%), 스텔란티스(4%) 순이다.

올해 한온시스템의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8조491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5.5%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5% 감소한 2950억원으로 전망된다.

다만 내년에는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다. 내년엔 매출이 9조1000억원대를 회복하고 영업이익도 5000억원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재 가격 안정화와 주요 수요처의 공급망 회복을 기대한 전망치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우호적인 환율과 전기차 비중 상승에 따른 수익성 개선을 고려하면 내년에 안정적 성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원자재값 상승을 반영해 공급단가를 올리는 점도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부분이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nflation Reduction Act, IRA) 시행으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북미에서 전기차 생산망 구축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에서 생산한 부품으로 만든 자동차에만 차별적으로 보조금을 주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기 때문이다.

당장은 한국 자동차 밸류체인이 우려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수혜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IRA법을 둘러싼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된 후 현대차·기아를 포함한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 투자 속도를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정적 공급 능력을 갖춘 한온시스템의 수주량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다. 예를 들어, 폭스바겐이 지난 7월부터 미국에서 생산 중인 SUV 전기차(ID.4)에도 한온시스템의 열관리시스템이 들어간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전반에 걸쳐 컴프레서 수주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IRA 법안 통과에 따른 국내 최대 수혜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부품사는 가동률 회복, 원자재 가격 정점 통과로 인한 이익 회복 그리고 단가 조정에 따른 가격 상승이 긍정적 요인”이라며 “IRA 법안을 둘러싼 우려가 종식되면 부품사를 중심으로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주가 대응 전략은

주가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로 한껏 기대했던 한온시스템 주가는 2020년 2분기까지 1만5000원을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전기차 관련주로 재평가받으면서 한때 주가가 1만875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후 자동차 공급망 문제가 불거지면서 주가는 다시 빠지기 시작했다. 최근 1년간 주가도 30% 넘게 빠지면서 조정받고 있다. 1년간 목표주가 평균도 1만9000원에서 1만3300원까지 내려온 상태다.

다만 가격적 매력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내년도 실적 회복과 중장기 성장성을 매수 이유로 삼을 수 있다는 조언이다. 한온시스템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도 1년 전 22배로 다소 부담스럽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현재 18배 수준으로 내려온 상황이다. 통상 증권사들이 보는 목표 PER은 20배 이상이다. 실적이 오르면서 밸류에이션 수준까지 높아지면 주가 재평가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고윤상 한국경제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