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기후 금융 이야기 ④
6월 20일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 세마랑 해안의 탄중 에마스 항구에서 만조로 인한 홍수로 사람들이 차량을 타고 홍수를 헤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6월 20일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 세마랑 해안의 탄중 에마스 항구에서 만조로 인한 홍수로 사람들이 차량을 타고 홍수를 헤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근 해수면 상승으로 영국 해안가 부동산 중 약 20만 채가 30년 안에 물에 잠길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틴달 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2050년까지 영국 주변의 해수면이 약 35cm 높아지고 세기말까지 1m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해수면 상승에 따른 위험은 투발루, 몰디브 같은 섬나라도 골머리를 앓게 하는 문제다. 영국 같은 선진국은 해안 보호 등을 통해 기후 위기로부터 땅을 지킬 여력이 있지만, 저소득 국가들은 그렇지 못하다.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는 특정 지역과 형태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만큼 선진국·저개발국 구분 없이 전 지구적 협력과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다. 국가 간 협력을 통해 기후 위기에 대응하며 저개발국의 경제성장을 지원하는 방법으로는 양자 협력, 다자 협력이 있다.

양자 협력은 공여국과 수원국 간 직접 협력 관계를 맺고 경제발전 및 산업화 지원을 통해 국가 간 교류를 꾀하게 된다. 반면 다자 간 협력은 대부분 국제기구를 통해 이뤄진다. 국제기구는 개발도상국의 개발과 빈곤 퇴치라는 국제 협력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자간 협력은 양자 협력을 보완해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협력 경험을 쌓은 국제기구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고, 양자 협력에서 생길 수 있는 예산 증가 부담을 덜 수도 있다.

몽골과 황사 예방 산림 복원 사업

한국은 여러 개발도상국과 양자 협력을 추진 또는 진행하고 있다. 2021년 9월 한국과 몽골은 양국 정상 간 화상 회담을 통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한 공동선언을 했다. 황사 피해 예방을 위한 산림 복원 사업 등 국제 산림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양국 기상청 간 기술 전수 등을 통해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

같은 달 인도네시아와도 기후변화 공동 대응을 위한 양자 산림 협력 확대에 합의했다. 한·인니산림협력센터는 양국 간 임업 및 산림 경영 분야의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2011년 자카르타에 설치했다. 센터는 설립 10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양자 협력을 넘어 향후 동티모르, 말레이시아 등 주변국과도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12월에는 베트남과 ‘2050 탄소중립을 위한 기후변화 공동행동계획’을 체결했다. 이 계획을 통해 양국은 폐기물 에너지화, 수상태양광 설치 등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베트남의 기후변화 대응에도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또 한국은 싱가포르와 기후변화 양자 대화를 이어왔는데, 한·싱가포르 기후변화 양자 대화는 2014년 9월 서울에서 제1차 회의를 개최한 이래 지난 4월 싱가포르에서 제7차 회의를 진행했다. 한국과 싱가포르는 그간 유엔기후변화 협상에서 선진·개도국 간 중재자 역할을 하는 등 상호 협력의 여지가 많은 만큼,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도 빠른 시일 내에 탄소중립이 실현될 수 있도록 개도국 역량 배양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해외의 양자 협력 추진 사례 중 가장 이목을 끈 것은 미국과 중국 간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공동선언 발표다. 양국은 무역 분쟁, 코로나19 발원지 논쟁, 대만 문제 등 다양한 이슈로 날 선 대립을 이어왔다. 그러나 2021년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폐막을 앞두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공동성명 선언문을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선언문에서 양국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파리협정 목표인 1.5℃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또 규제 기준 강화 및 탈탄소 등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부산서 국제 해양 폐기물 콘퍼런스 개최

한국은 다자 협력 분야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 이하 P4G)’에 참여하고 있다. P4G는 녹색경제와 관련해 5대 중점 분야(물, 에너지, 순환경제, 도시, 식량·농업)에서 민관협력을 촉진하고 유엔 지속 가능 개발 목표(SDGs) 달성과 파리협정 이행을 가속화하기 위한 글로벌 협력체로, 2017년 9월 덴마크 주도로 공식 출범해 12개국 정부와 도시기후리더십그룹(C40),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세계경제포럼(WEF), 세계자원연구소(WRI), 국제금융공사(IFC) 등 국제기구·협의체, 민간기업, 시민사회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국제기구인 GGGI 설립을 주도했는데, GGGI는 2012년 10월 국제기구로 출범한 이래 2022년 3월 바레인이 가입해 회원국이 43개국으로 늘어났다. 회원국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대응, 녹색성장 전략 수립, 이행, 역량 강화 등을 지원하고 있다. GGGI는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등 개발국의 산림 보호 강화 및 녹색성장개발 계획 지원, 아마존 지역 산림 훼손율을 0%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아마존 비전 프로그램(Amazone Vision), 몽골의 에너지 효율화, 녹색도시인프라, 물 분야를 중점으로 하는 녹색성장 모델로 전환 등 많은 성공적 사업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또 한국은 ‘포스트 2020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 채택을 위한 노력에 참여하고, ‘수은에 관한 미나마타 협약’을 공포해 잔류성 유기 오염물질 및 수은 노출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유엔환경계획(UNEP)의 ‘제7차 국제 해양 폐기물 콘퍼런스’를 부산에서 개최할 예정이며, 해양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양자·다자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다양한 경로로 인플레이션 공포가 우리를 덮치고 있는데, 그중 식료품 가격이 상승하는 푸드플레이션(foodflation)도 한몫하고 있다. 푸드플레이션은 자연재해로 인한 식량 작물의 작황 부진에 기인한다. 국내의 경우 연초부터 지속된 가뭄으로 인해 채소 등 농작물 가격이 상승했고, 브라질의 가뭄으로 인해 콩값이 2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2위의 밀 생산 국가인 인도는 폭염으로 밀 수출을 금지하는 등 세계는 전례 없는 식량 위기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 앞서 영국의 해안침식 사례가 아니더라도 기후 위기가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체험하고 있다. 기후 위기에서 국가 간 양자 협력, 다자 협력 차원을 넘어 전 세계인의 전 지구적 대응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설지원 SK증권 배출권시장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