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핫종목 -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는 올해 초 신년사에서 “새로운 50년, 새로운 도전”이라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친환경 선박 시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산화탄소 운반선, 암모니아 운반선, 수소 연료전지 추진선, 암모니아 추진선 등 미래 친환경 선박 기술 분야에서 ‘초격차’를 이루겠다는 것이 그의 청사진이다.

한 대표의 포부처럼 지난해 ‘실적 방어’에 중점을 둔 조선업체들은 올해를 친환경 선박 투자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그 중심에는 현대중공업이 있다. 증권업계에서 “현대중공업의 기업가치 재평가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하는 이유다. 중국·일본과의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한 한국 조선업체들이 친환경 선박 기술로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될지 판가름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주 올해 전망 ‘맑음’

조선주는 일본, 중국과 경쟁하며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해왔다.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이 대표적 선종이다. 지난해 기록적인 수주를 기록하고 신조선가도 올랐지만 조선주 주가는 별다른 흐름을 보이지 못했다. 조선주가 구(舊)산업이라는 시각이 큰 탓도 있지만, 수주 호황이 중장기 성장의 시작이 아닌 깜짝 수주에 그칠 것이라는 시장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올해는 어떤 점이 다를까. 우선 실적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적자기조를 이어가던 조선주가 올해부터는 흑자전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1062억원으로 지난해 추정치(-1421억원) 대비 흑자전환할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2023년 2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9월 17일 현대중공업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한 뒤 공모가(6만원) 대비 80% 넘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상장한 지 3개월 후 쏟아진 보호예수 해제 물량을 견디면서 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현대중공업은 해양과 조선 그리고 엔진기계 부문에서 높은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나타낼 것”이라며 “양질의 수주량 증대도 기대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액체수소 운반선.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 액체수소 운반선.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대세가 된 친환경 선박

글로벌 조선·해운 리서치 기관인 영국 MSI에 따르면, 2025년까지 글로벌 신조 시장 수요가 연평균 약 16% 성장할 전망이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불황에서 13년 만에 반등,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판매자 시장으로 진입한다는 예측이다.

그 중심에는 친환경 선박이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친환경 선박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IMO는 컨테이너 가스선에 대해 올해부터 30~50%의 탄소배출 개선 조치를 적용한다. 벌크선과 탱커는 2025년부터 30% 개선을 적용한다. 내년부터는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를 본격 적용, 2050년까지 최대 50% 단계 적용한다. 유럽연합(EU)도 이 같은 규제에 동참하고 비슷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친환경 선박에 대한 선주들의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중공업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 중 상당 부분을 미래 기술에 투자하는 것도 이 같은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친환경 선박 및 디지털 선박 기술 개발에 3100억원,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3200억원, 수소 인프라 분야에 1300억원 등 총 76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친환경 선박의 중심이 LNG 추진·운반선이었다면, 앞으로는 암모니아 추진·운반선 또는 수소 추진선에 대한 관심이 커질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암모니아 추진·운반선을 개발하기 위해 연료 공급 시스템과 질소산화물 처리 기술 등을 개발한 상태다. 암모니아 엔진도 개발했으며, 수소 추진선 분야에서도 수소연료 전지를 이용한 추진선을 개발하고 있다. 수소 연료탱크, 수소 연료 공급 시스템 등이 주요 연구개발 대상이다. 내년까지 액화수소 화물창 기술개발을 끝내고 2027년에는 수소 운반선을 실제로 바다에 띄우겠다는 것이 현대중공업의 계획이다.

친환경 선박 기술 분야에서는 현대중공업의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용민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엔진사업 부문이 있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며 “친환경 추진 기술을 대형 선박에 적용하면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선제적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사 차원에서도 현대중공업은 해상 그린수소 인프라 시장 개척 시 해상풍력 인프라, 그린수소 생산 플랜트부터 액화수소 운반선까지 대부분의 해상 솔루션을 도맡을 것이라는 점이 김 연구원의 전망이다.

친환경 선박 기술로 제2 전성기 노린다

친환경 선박 기술로 제2 전성기 노린다


3월 중순을 노려라

문제는 주가 매수 전략이다. 글로벌 증시가 금리인상 등 우려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구조적으로 성장하는 산업’이 결국 빠른 주가 회복과 차별화된 주가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친환경 선박 시장도 그중 하나로 꼽힌다. 장기투자 대상으로 나쁘지 않다는 얘기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만 봐도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적정 밸류에이션을 주가순자산비율(PBR) 2배까지 부여하고 있다. 엔진사업 부문과 친환경 선박 기술에 따른 프리미엄을 적용한 결과다. 현대중공업의 PBR은 올해 연말 실적 기준으로 1.55배 수준이다. 이를 기반으로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주가 평균은 12만9000원이다. 3개월 전 11만원보다 높아졌다.

신규 진입하려는 개인 투자자에게는 3월 중순이 매력적인 진입 구간이 될 수 있다. 기관투자자들의 6개월짜리 보호예수 물량이 풀리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 중 6개월 보호예수가 걸린 물량은 126만6303주로 전체 배정 물량의 12.8%다.

3개월(40.7%)이나 미확약(39.7%)보다는 적지만 공모가 대비 높은 주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 3개월 보호예수 물량이 시장에 풀린 지난해 12월 중순에도 주가가 11만원대에서 9만원대로 급격히 빠졌지만 이내 회복하면서 ‘U자형’ 흐름을 보인 바 있다. 신규 진입하려는 개인 투자자로서는 보호예수 해제로 인한 ‘폭탄 매물’이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고윤상 한국경제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