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새 변이인 오미크론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영국에서 사상 최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오미크론이 기존의 델타 변이보다 사람의 기관지에서 70배 이상 빠르게 증식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영국 정부는 15일(현지시간)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7만8610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1월8일 6만8053명을 넘어선 최다 규모다. 전날(5만9610명)보다는 확진자가 하루 만에 2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오미크론 누적 감염자 수는 1만17명으로 전날보다 4671명 증가했다.

영국 정부 최고의학보좌관인 크리스 휘티 교수는 이날 보리스 존슨 총리가 주재한 기자회견에 배석해 "오미크론이 놀라운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며 "심각한 위협으로 판단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몇 주간 신규 확진자 기록이 계속 갱신되고 크리스마스 이후엔 입원도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미크론 공포가 확산하는 곳은 영국뿐만이 아니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오미크론이 내년 2월 이전에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과 유럽경제지역(EEA)에 속한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30개국에서 우세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오미크론이 처음 보고된 보츠와나와 인접한 국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사상 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날 남아공의 신규 확진자는 2만6976명으로 집계됐다. 이전 최고 기록은 지난 7월 초 2만6552명이었다. 델타 변이가 기승을 부리면서 코로나19 3차 파동이 일던 때다.

이런 가운데 홍콩대 연구진이 오미크론이 하기도(인후·기관·기관지·허파를 포함하는 호흡기)에서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70배 이상 빠른 속도로 증식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다만 폐에서는 오미크론의 증식 속도가 기존 바이러스보다 10분의 1 가량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오미크론이 전염력은 강하지만 감염 환자들이 중증에 시달리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일 수도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오미크론이 백신의 효과와 과거 코로나19 감염 이력을 부분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다"며 "오미크론의 위협은 전반적으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질병의 중한 정도는 바이러스의 복제뿐만 아니라 인체의 면역반응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바이러스 자체의 병원성이 낮더라도 전염력이 강하면 더 많은 사람을 감염시키기 때문에 심각한 질병이나 사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오미크론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날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미 제약사 모더나의 코로나19 부스터샷(추가 접종)이 오미크론에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모더나 백신의 세 번째 접종 후 2주가 지나면 오미크론에 대한 중화항체가 실질적으로 증가한다"며 "오미크론 전용 부스터샷은 필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앞서 미 제약사 화이자도 자사 백신을 3회차까지 접종하면 오미크론에 대한 중화항체가 기존 2회 접종 때보다 25배 증가한다는 자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결국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모두 부스터샷까지 맞아야 오미크론에 상당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