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환경 경영 ABC③
지난 6월 파나마 타보가 섬의 기름 유출 정화 작업 현장. /연합뉴스
지난 6월 파나마 타보가 섬의 기름 유출 정화 작업 현장. /연합뉴스
환경문제와 기업 경영의 관계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 1990년부터다. 어느덧 30여 년이 흘렀다. 당시 다국적 화학 회사의 한국 현지법인에서 일하던 필자는 대만 가오슝에 자리한 한 화학공장을 방문하던 중 충격적 장면을 목격했다. 잘 돌아가던 공장을 1년 가까이 세워두고 생산공정을 바꾸고 있었는데, 그 이유가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폐산을 부적절하게 바다로 방류하다 환경단체에 발각되어 큰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회사는 대대적 공정 개선을 통해 폐산을 재활용함으로써 외부에 유출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1991년 3월에는 구미의 한 전자회사 공장에서 페놀이 누출되어 낙동강에 흘러든 사고(낙동강 페놀 오염사고)가 발생해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결국 해당 회사의 회장이 물러나고 환경처 장·차관이 동시에 경질되었으며, 그 공장은 상당 기간 조업 정지를 당했다. 이어 1992년 6월에는 지구 환경문제를 세계적 관심사로 끌어올린 유엔환경개발회의(일명 리우회의)가 국가 정상급 인사 115명을 포함한 178개국 정부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브라질 리우에서 열렸다. 지속 가능 발전에 대한 국제적 논의를 촉발한 역사적 회의였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이 경영학 전공자로서 환경에 별 관심이 없던 필자를 환경 경영이란 미지의 길로 이끌었다. 환경문제가 기업 경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자 이에 대한 연구나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했다. 당시로서는 황무지였던 환경 경영을 전공하겠다는 다소 무모한 도전으로 박사과정을 마친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개되어온 상황 변화는 그야말로 상전벽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크게 변화했다. 더구나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됨에 따라 기업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환경 경영 논의, 1990년대 전후 본격화

ESG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흔히 환경, 사회, 지배구조라는 3가지 과제 중 어느 것이 가장 어려운지 논쟁이 벌어지곤 한다. 물론 모든 기업에 해당하는 정답은 없을 것이다. 각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또는 관심사가 다른 전문가의 입장에 따라 그 주장이나 판단이 다를 수 있다. 다만 필자가 이해하는 바로는 사회나 지배구조의 영역은 해당 기업의 오너나 최고경영자의 실천 의지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이기에 의외로 답을 찾기 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환경은 좀 다르다. 해결에 대한 의지가 강하더라도 마땅한 대안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기술적 해법이 함께 제시되어야 비로소 실천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대부분의 기업이 그러한 기술적 해법을 찾아내지 못하거나, 아예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경우도 허다하다. 더구나 경제성까지 고려해야 하니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경제활동이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그것이 인간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Silent Spring)〉이 출간된 1965년 즈음일 것이다. 그 후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UNCHE)’, 같은 해 로마클럽이 발표한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등을 통해 환경문제가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급격히 확산했다. 1982년 유엔총회에서는 24개의 자연보호 원칙을 담은 ‘세계자연헌장’을 채택한 바 있다. 이어 1987년 유엔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는 국제관계 및 세계경제의 관점에서 환경문제를 다룬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라는 보고서에서 환경적 한계가 기술 및 사회구조에서 비롯된 문제임을 지적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는 동안에도 1984년 인도의 보팔 사고와 1989년 알래스카 근해의 발데즈호 사고 등 대규모 환경오염 사건이 발생함으로써 산업 활동에 따른 환경문제의 충격과 우려가 확산되었으며, 이에 대한 산업계의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1991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환경 경영을 위한 제2차 세계산업계회의(WICEM Ⅱ)’에서는 전 세계 700여 명의 기업가가 모여 환경문제에 대한 산업계의 역할을 심도 있게 논의했고, 1992년 초 그 결과를 16개 항에 담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ICC 기업헌장’이란 이름으로 공표했다. 이 헌장의 내용은 환경 경영에 관한 국제 표준규격인 ISO 14000 시리즈에도 반영되었다.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의 모임인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BCSD)’에서는 리우회의가 열릴 즈음 발간한 〈변화의 길(Changing Course)〉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속 가능 발전, 환경 가치, 에너지와 자본시장, 혁신과 기술, 청정 생산과 친환경 제품에 이르기까지 환경을 고려한 기업 경영의 방향을 다각적으로 제시했다. 환경 경영에 대한 학계 차원의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었는데, GIN(Greening of Industry Network)이 그 중심에 있었다. 1992년부터 유럽과 북미 지역을 오가면서 매년 대규모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해 환경 경영의 개념과 이론을 정립하고 실천 사례를 발굴해왔다. 필자는 초기부터 거의 매년 이 학술회의에 참석해 발표와 토론에 참여했으며, 이사진으로 활동한 바 있다.

경영 활동 전반에 걸친 통합이 새 과제로

이처럼 선진국을 중심으로 환경 경영에 대한 현실적 필요성이 제기되어 본격적으로 이론적 논의와 사례가 소개되기 시작한 시기는 1990년 전후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제시된 환경 경영에 대한 견해는 대체로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기업의 환경성과 개선을 위한 구체적 기능이나 방법을 중심으로 한 좁은 의미의 환경 경영이며, 다른 하나는 환경문제가 전반적 기업 활동과 연계된다는 관점에서 기업의 환경 이슈를 경영 전략적 차원에서 해석하고 접근하려는 보다 넓은 의미의 환경 경영이다.

전자의 관점에서는 ‘환경에 미치는 기업의 유해한 영향을 통제하고 감소시키는 것’ 또는 ‘오염의 사후 처리 방식에서 탈피해 폐기물 및 오염의 예방과 청정 생산으로의 전환을 지원하는 일련의 기법과 실천 수단’ 등 좁은 의미로 해석한다.

한편 후자의 관점은 ‘기업의 경제적·환경적 성과를 최적화하기 위해 환경보호를 기업의 전반적 경영 활동에 통합하는 것’ 또는 ‘기업 활동 전 과정에 걸쳐 환경 성과를 개선함으로써 경제적 수익성과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일련의 경영 활동’ 등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는 어느 것이 맞고 틀리냐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환경문제를 보는 시각이 시대 흐름에 따라 그 범위가 확대되어왔으며, 이제는 후자와 같이 기업 경영 전반에 걸친 전략적 접근이 필수적인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병욱 전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전 환경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