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물관리에 사활 건 삼성전자 "수자원 파괴땐 반도체 공장도 멈춘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더 빨라진 ESG 시계
(2) 친환경, 기업의 생존 키워드
공업용수 정화뒤 맑은 물 4.5만t 매일 방류
물부족으로 죽어가던 오산천 살아나
사용한 물 재활용 비율 50% 넘어서
물 많이 아낄수록 사업장 평가에 유리
정화관련 기술 특허로도 출원 예정
(2) 친환경, 기업의 생존 키워드
공업용수 정화뒤 맑은 물 4.5만t 매일 방류
물부족으로 죽어가던 오산천 살아나
사용한 물 재활용 비율 50% 넘어서
물 많이 아낄수록 사업장 평가에 유리
정화관련 기술 특허로도 출원 예정
경기 용인 기흥구를 흐르는 오산천. 보통 하천이라면 수량이 많지 않은 상류인데도 ‘콸콸콸’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린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기흥캠퍼스)에서 방류구를 통해 쏟아낸 물이 오산천을 수량이 풍부한 하천으로 바꿔놨다. 삼성전자는 오산천으로 매일 맑은 물 최대 4만5000t을 배출한다. 열흘간 물을 내보내면 경기 고양시 일산호수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삼성전자는 2007년부터 공업용수로 사용한 물을 정화한 뒤 매일 오산천으로 방류하고 있다.
구 SP는 삼성전자에 2019년 합류한 물 전문가다. 포스텍 환경공학대학원에서 생물학적 수처리를 연구한 그는 사내에서 ‘수(水)믈리에’로 불린다. 필요한 물을 각 공정에 보낸 뒤 정화하는 과정까지 관리하는 그의 업무가 소믈리에와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구 SP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이 지난해 9월 영국의 카본 트러스트로부터 ‘물 발자국’ 인증을 받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반도체는 먼지 입자 하나만 내려앉아도 품질에 치명적인 결함이 생긴다. 수율(생산량 중 양품 비율)을 높이기 위해 물로 씻어내는 공정이 그만큼 중요하다. 미립자, 박테리아, 무기질 등을 제거한 ‘초순수’를 사용하는 이유다. 웨이퍼를 깎은 뒤 나오는 부스러기, 반도체에 주입하고 남은 이온 등을 모두 초순수로 씻어낸다.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과 가스를 제거하는 ‘스크러버’ 공정에도 물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설할 때 수자원이 가장 중요한 입지 조건으로 꼽힌다.
그러나 국내에서 필요한 만큼 물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국은 가용수자원 대비 취수량이 40% 이상인 ‘물 스트레스 국가’다. 다른 나라에 비해 국토 면적이 좁고, 인구밀도는 높은 데다 여름에 강우량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공업용수를 공급할 수원지도 많지 않다. 삼성전자도 기흥사업장과 화성사업장에 필요한 물을 모두 팔당호에서 끌어다 쓴다. 가뭄, 환경오염 등으로 수자원이 파괴돼 팔당호의 물을 구하기 어려워지면 최악의 경우 두 사업장 모두 가동에 차질을 빚게 된다.
물을 정화하면 지역 주민의 불만과 불안도 해소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오산천 살리기’와 같은 친환경 경영은 지역 주민들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물 관리 노하우를 다른 사업장과 계열사에 전수할 계획이다. 먼저 삼성디스플레이가 충남 아산에 있는 매곡천·용평천의 수질을 개선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물 정화 기술은 특허로도 출원될 전망이다. 구 SP는 “공정에서 쓰이는 약품 중 분해하기 어려운 물질을 미생물 반응을 활용해 정화하는 내용의 논문을 쓰고 있다”며 “논문이 완성된 뒤 특허를 출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용인=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수믈리에’까지 영입
삼성전자가 사업장에서 사용한 물을 관리하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9년 삼성전자의 용수 재활용률은 51%. 사용한 물의 절반 이상을 다시 활용했다. 재활용하지 않는 물은 정수해 인근 하천으로 흘려보내면서 수질도 개선했다. 오산천의 생화학적 산소 요구량은 3급수에 해당하는 5.2ppm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1.4ppm(2급수)까지 낮아졌다. 지난 3일 이곳에서 만난 구태완 삼성전자 SP(시니어 프로페셔널)는 “도시가 개발되면 빗물이 토지에 스며들지 못해 주변 하천이 마르는 건천화 현상이 일어난다”며 “물이 부족해 죽어가던 오산천에 맑은 물을 공급해주자 하천의 모습을 되찾았다”고 말했다.구 SP는 삼성전자에 2019년 합류한 물 전문가다. 포스텍 환경공학대학원에서 생물학적 수처리를 연구한 그는 사내에서 ‘수(水)믈리에’로 불린다. 필요한 물을 각 공정에 보낸 뒤 정화하는 과정까지 관리하는 그의 업무가 소믈리에와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구 SP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이 지난해 9월 영국의 카본 트러스트로부터 ‘물 발자국’ 인증을 받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무결점 공정의 핵심은 ‘물’
삼성전자가 전문가까지 영입하며 물 관리에 공을 들이는 것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점수를 올리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반도체산업은 ‘물 먹는 하마’로 불릴 정도로 물을 많이 쓴다. 삼성전자 기흥·화성사업장에서 하루 필요한 물은 18만t에 달한다.반도체는 먼지 입자 하나만 내려앉아도 품질에 치명적인 결함이 생긴다. 수율(생산량 중 양품 비율)을 높이기 위해 물로 씻어내는 공정이 그만큼 중요하다. 미립자, 박테리아, 무기질 등을 제거한 ‘초순수’를 사용하는 이유다. 웨이퍼를 깎은 뒤 나오는 부스러기, 반도체에 주입하고 남은 이온 등을 모두 초순수로 씻어낸다.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과 가스를 제거하는 ‘스크러버’ 공정에도 물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설할 때 수자원이 가장 중요한 입지 조건으로 꼽힌다.
그러나 국내에서 필요한 만큼 물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국은 가용수자원 대비 취수량이 40% 이상인 ‘물 스트레스 국가’다. 다른 나라에 비해 국토 면적이 좁고, 인구밀도는 높은 데다 여름에 강우량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공업용수를 공급할 수원지도 많지 않다. 삼성전자도 기흥사업장과 화성사업장에 필요한 물을 모두 팔당호에서 끌어다 쓴다. 가뭄, 환경오염 등으로 수자원이 파괴돼 팔당호의 물을 구하기 어려워지면 최악의 경우 두 사업장 모두 가동에 차질을 빚게 된다.
물관리 노하우 다른 계열사로 확대
삼성전자가 10년 이상 수자원을 아껴 쓰고, 재사용하고, 재활용하는 3R(Reduce, Reuse, Recycle) 활동을 벌여온 것도 이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용수 절감 정도는 각 사업장의 경영평가에 반영된다. 물을 되도록 적게 사용하도록 공정을 개선하는 작업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분리막을 활용해 물을 여과하는 멤브레인 기술로 폐수를 정화한 뒤 이를 공업용수로 다시 쓰는 게 대표적이다.물을 정화하면 지역 주민의 불만과 불안도 해소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오산천 살리기’와 같은 친환경 경영은 지역 주민들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물 관리 노하우를 다른 사업장과 계열사에 전수할 계획이다. 먼저 삼성디스플레이가 충남 아산에 있는 매곡천·용평천의 수질을 개선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물 정화 기술은 특허로도 출원될 전망이다. 구 SP는 “공정에서 쓰이는 약품 중 분해하기 어려운 물질을 미생물 반응을 활용해 정화하는 내용의 논문을 쓰고 있다”며 “논문이 완성된 뒤 특허를 출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용인=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