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출범 후 7개월 새 입법을 끝냈거나 입법 완료가 코앞인 총 25개 기업규제 법안에 신설된 기업인 징역형을 합치면 62년에 달한다는 한경 보도(12월 14일자 A1, 5면)는 사뭇 충격적이다. 거대 여당이 노동계와 좌파 시민단체들의 ‘처벌 만능주의’에 동조해 기업규제 3법, 고용보험법, 대기환경보전법 등을 밀실에서 뚝딱 만들어낸 결과다.

기업인에 대한 과잉처벌이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이쯤되면 경영자는 가히 ‘극한직업’이라 할 만하다. “걸리기만 해보라”는 식의 공포분위기 조성은 묵묵히 기업을 일구며 경제일선을 지켜온 대다수 기업인에게 자괴감과 모욕감을 안겨 준다. 산업현장에선 불가항력적인, 혹은 불가피한 사고 위험이 상존하기 마련이다. 통행이 많은 도로에서 아무리 안전운전에 만전을 기해도 사고를 100% 예방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도 ‘근로자 안전을 내팽개친 악덕 자본가’라는 색안경으로 기업인을 보는 시각은 변함이 없다.

근로자 부주의와 과실까지도 기업인 책임으로 모는 것은 헌법상 자기책임 원칙에 반하는 위헌적 과잉처벌이기도 하다. 기업인에 대해서만 ‘유죄추정 원칙’을 자락에 깔고 형사처벌을 남발하는 것은 해외에선 찾기 힘들다. 하지만 한국에선 20대 국회부터 잘못된 기류가 확산돼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화학물질관리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만드는 법마다 형사처벌 조항을 약방의 감초처럼 끼워넣었다. 근로자가 자신의 필요에 의해 근무하다 주 52시간제를 어겨도 대표이사를 형사처벌하는 행태를 ‘본사에서 이해 못 한다’는 외국계기업 경영자들의 불만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거대 여당은 ‘반(反)기업법의 결정판’이라고 불리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집단소송법, 징벌적손해배상법 등도 이르면 내달 입법을 예고하고 있다.

도덕과 민사(民事)의 영역까지 형벌로 단죄하는 것은 의도와 달리 모두에게 피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전국의 사업장을 책임지다 어디서 ‘날벼락’을 맞을지 모르는데 경영에만 전념할 기업인이 얼마나 되겠나. 창업자가 직접 경영하는 중소·중견기업에는 특히 직격탄이 될 것이다. 21대 국회 6대 상임위(법사위 정무위 기재위 산업위 환노위 국토위)에서 발의된 54개 법안이 전부 시행되면 최대 17년이던 기업인 기존 형량이 102년으로 급증한다는 분석(전경련)까지 나와 있다. ‘무엇이든 만들면 법’이라는 무책임한 입법 행태가 경제를 더욱 얼어붙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