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공식통계인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의 통계가 결국 통계청으로부터 ‘부실’ 판정을 받아 파장이 일고 있다. 통계청이 “통계에 반영되는 조사대상 가구 수가 지나치게 적고, 주간·월간 통계 간 괴리가 커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통계청은 이런 지적사항을 담은 ‘통계품질 진단보고서’를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부동산원의 기존 집값 통계는 표본 수(9400가구)가 민간 통계인 국민은행의 ‘주택시장 동향 조사’(3만4000여 가구)에 비해 턱없이 적고, 집계방식도 실거래가와 크게 차이 나는 ‘이상가격’을 조사원들이 자의적으로 제외할 수 있게 설계돼 있다. 그런 까닭에 “시장이 급변할 때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한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현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40~50% 상승했다는 민간 통계를 무시하고, “문재인 정부의 집값 상승률은 11%”(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같은 현실과 괴리된 진단을 고집하다 여론의 질타를 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번에 부동산원에 통계 개선을 권고키로 한 것은 통계청조차 더는 부실 통계를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뒤늦게나마 부동산 통계를 개선토록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부실 통계에 근거해 쏟아낸 부동산 정책이 국민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했는지 돌이켜보면 통계 수정만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세금폭탄’을 퍼부은 ‘7·10 대책’ 이후에도 집값 불안이 여전했지만, 대통령은 “집값이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8월 10일)며 수요억제 위주의 정책을 고수했다. 그 결과 최근에는 집값 상승세가 전국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정부가 ‘보고 싶은 통계’만 선택해 실상을 왜곡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공공 알바만 잔뜩 늘려놓고 “일자리의 양과 질이 크게 개선됐다”는 자화자찬이 다반사였다. 임대차법 강행 후 전·월세값이 되레 급등하자 홍남기 부총리가 “신규 전세계약과 갱신계약을 함께 반영하는 식으로 통계를 보완하겠다”고 했다가 분식 논란을 일으킨 적도 있다. 소득분배 지표가 더 악화되자 통계청장을 전격 교체한 것은 이제 기억조차 희미하다.

‘통계는 고성능 무기와 같아서 올바로 이용되면 유익하지만, 잘못 쓰이면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최대한 객관적·중립적으로 이용할 통계를 정부가 앞장서 자의적으로 왜곡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잘못된 통계에 기반한 억지 정책은 고스란히 국민의 고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