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에 30원 안팎인 스테로이드제 덱사메타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증 환자의 사망률을 크게 낮춰준다는 시험 결과가 나왔다. 다만 덱사메타손은 염증을 완화시켜주는 약으로 바이러스를 근본적으로 잡아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보조 치료제로 활용할 만 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국 보건부는 옥스퍼드대가 주도하는 연구팀이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코로나19 입원환자 2000명에게 소량의 덱사메타손을 처방한 뒤 투약하지 않은 4000명과 비교한 결과 덱사메타손을 투여한 환자의 사망 확률이 35%가량 떨어졌다고 1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산소호흡기를 단 환자의 사망 위험은 28∼40%, 기타 산소 치료를 받는 환자의 사망 위험은 20∼25%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산소호흡기가 필요할 정도로 위중하지 않은 환자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을 이끈 마틴 랜드레이 옥스퍼드대 교수는 "산소호흡기 등을 단 환자가 덱사메타손 치료를 받는다면 놀랄 만큼 저렴한 비용에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덱사메타손은 1957년 개발된 스테로이드제(부신피질호르몬제)로 이미 특허가 풀려 많은 제약사들이 복제약(제너릭)을 판매하고 있다. 한국에선 부광약품, 유한양행 등이 생산하며 약값은 0.75㎎ 한 알에 17~33원이다.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더 싸질 수 있다. 미국에선 한 알에 1.5~2.5달러(약 1825~3043원)다.

전 세계에서 확진자 820만명, 사망자 44만명을 발생시킨 코로나19는 아직 감염을 막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덱사메타손으로 중증 환자 사망률을 낮춘 데 대해 "과학으로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덱사메타손은 면역 반응 때문에 발생하는 폐렴 등 염증을 완화하는 스테로이드제라는 한계가 있다. 사람의 몸은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방어하기 위해 면역 반응을 하면서 염증도 나타나는데, 염증억제 스테로이드제를 발병 초기 단계에 성급하게 사용하면 오히려 면역 활동까지 떨어뜨려 바이러스 섬멸을 방해할 수도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덱사메타손은 보조적 치료제로 보고 있으며 의학 전문가들이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신약은 여전히 개발 중이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는 인체 시험 중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을 다음달 3만명을 대상으로 시작할 예정이며 내년 1월부터 연간 5억정 규모 생산에 착수할 계획이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 합동 개발팀은 지난달 2·3상을 동시에 착수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연간 20억정 규모의 공급 설비를 확보했다. 신약 개발의 임상시험은 소수 건강한 사람 대상의 1상, 전염병 발생 지역의 다수 건강한 사람 대상 2상, 발생 지역의 다수 일반인(환자 포함)에게 테스트하는 3상으로 구분된다.

치료제에선 미국 길리어드가 개발 중인 렘데시비르가 임상 3상으로 가장 앞서가고 있다. 렘데시비르는 바이러스의 복제 기능을 파괴하는 항바이러스제다.

강현우/이지현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