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이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근무했던 서울 한강로 LS용산타워를 임시 폐쇄했다. 이 회사 임직원 4000여 명은 오는 28일까지 재택근무한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LS그룹이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근무했던 서울 한강로 LS용산타워를 임시 폐쇄했다. 이 회사 임직원 4000여 명은 오는 28일까지 재택근무한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서울 도심에 있는 LS그룹 본사가 폐쇄됐다. 국내 항공사 승무원이 처음으로 확진 판정을 받는 등 기업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LS그룹은 지난 24일 계열사 직원 1명이 코로나19 최종 확진자로 판정나자 25일 서울 한강로 LS용산타워 건물 전체를 폐쇄하고 오는 28일까지 임직원 4000여 명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LS타워에서 직원 300여 명이 일하는 삼일회계법인도 인근 아모레퍼시픽 건물에서 근무하는 3200명을 포함해 전체 직원에게 재택근무 지침을 내렸다. 아모레퍼시픽도 건물을 임시 폐쇄하고 임직원에게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대한항공은 25일 객실 승무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있는 인천승무원브리핑실(IOC)을 폐쇄했다. 이 승무원은 1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고 22일 인천으로 돌아와 통증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에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근무했다.

LG그룹은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직원과 임신한 직원에게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삼성그룹의 임산부 직원도 회사 지침에 따라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했다.

현대자동차는 협력사 부품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소형 화물차 포터를 생산하는 울산4공장 42라인을 25일 하루 가동 중단했다.
무차별 셧다운 공포
LS 사옥 폐쇄에 옆건물 아모레도 "재택근무"


산업계에 ‘코로나19발(發) 셧다운(일시 중지)’ 공포가 커지고 있다. 서울 LS용산타워와 대한항공 인천승무원브리핑실(IOC),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일부 라인이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문을 닫았다. 사무실부터 생산·서비스 현장까지 업종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타격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지 못하면 내수뿐 아니라 수출 등 한국 산업 전체가 ‘셧다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명 확진에…LS용산타워 폐쇄
용산 오피스타운 폐쇄

재계 17위(자산 기준)인 LS그룹은 이날 계열사들이 입주한 서울 한강로 LS용산타워의 문을 닫았다. 이 건물 16층의 LS 계열사 직원 1명이 지난 24일 코로나19 1차 확진 판정에 이어 이날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건물엔 LS그룹과 삼일회계법인 임직원 등 4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LS그룹은 28일까지 임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본사 사옥이 LS용산타워와 맞닿은 국내 1위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도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LS용산타워(300여 명)와 아모레퍼시픽(3200여 명)에 입주한 삼일회계법인도 직원들을 돌려보냈다. 국내 1위 회계법인이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하면서 감사업무 차질 우려도 제기된다. 매년 1분기(1~3월)에 외부감사 업무가 몰려 있는 데다 삼일회계법인이 가장 많은 상장사의 감사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외부감사 대상 기업은 3만2431곳에 달한다. 1분기에 회계결산과 외부감사를 하는 12월 결산법인이 94.3%를 차지한다. 김영식 삼일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는 “디지털 근무 시스템을 통해 감사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그룹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잇따라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있다. SK그룹은 이날부터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등 6개 주요 계열사 근무자들에 대해 최대 2주까지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삼성과 현대차, LG도 임산부 직원과 자녀 돌봄 직원에 대해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KT는 다음달 6일까지 전 직원에 대해 50% 순환 재택근무를 실시하기로 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원격 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자동차·항공 셧다운 우려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이날 객실 승무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안전운항’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 승무원은 지난 15~22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인천(KE895편),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인천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후 기침과 발열 증상이 있어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대한항공은 이날 해당 승무원이 이용한 IOC를 폐쇄하고 방역에 나섰다. IOC는 승무원들이 비행 1~2시간 전에 모여 회의하는 장소다.

승객들에게 음료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승무원 업무 특성상 밀접 접촉자가 수백 명을 웃돌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등 단거리 노선 축소·중단이 잇따르는 가운데 장거리 노선인 미주노선까지 타격을 받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미주 노선 매출은 전체의 30%에 달한다.

중국발 부품 공급 중단으로 생산 차질을 빚어온 자동차업계도 셧다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용차 포터를 생산하는 현대차 울산 4공장 2라인은 이날 가동을 중단했다. 포터에 쓰이는 섀시와 화물 적재함(덱) 철판을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인 서진산업 경주공장이 지난 24일 가동을 멈춘 탓이다.

이 공장은 직원 1명이 지난 21일 사망 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자 작업장을 폐쇄한 뒤 방역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는 전날 코로나19 자가 격리 직원도 6명 나왔다. 업계에선 국내 공장까지 셧다운에 들어가면서 2월 자동차 생산량이 반토막 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이달 현대차 전주공장(12일)과 울산1공장(9일) 등은 이미 조업일수의 절반가량 가동을 멈췄다. 르노삼성차는 다음달 3~4일로 예정한 신차(XM3) 출시 행사도 취소했다.

정인설/이선아/김보형/김재후/하수정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