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총학생회가 개설과목수 급감에 따른 교육권 침해 해결을 촉구하는 릴레이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고려대 총학생회가 개설과목수 급감에 따른 교육권 침해 해결을 촉구하는 릴레이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2019학년도 1학기 개강을 앞두고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을 둘러싼 대학가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시간강사들의 처우개선을 골자로 한 강사법이 오는 8월 시행되면 인건비 부담이 늘 것을 우려한 대학들의 ‘꼼수’대처가 늘어나자 학생들과 시간강사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고려대 총학 “올해 1학기 개설과목수 급감”

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 5일 자체적으로 실시한 ‘교양 및 전공 개설과목 실태조사 결과’를 총학생회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총학생회에 따르면 올해 1학기 전체 전공과목수는 지난해 1학기와 비교해 74개, 전체 교양과목수는 320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과별 개설과목 수를 살펴보면 미디어학부가 2017년 1학기 44개에서 2019년 1학기 27개(감소율 38%), 영어교육학과가 2017년 1학기 34개에서 2019년 1학기 23개(감소율 32%)로 줄어들었다고 총학생회는 밝혔다.

고려대는 지난해 12월 개설과목을 축소하고 전임교원의 강의를 확대하는 내용 등이 담긴 강사법 구조조정안을 유보한다는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김가영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실태조사 결과, 개설과목수가 급감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학생들의 학습권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 총학생회가 직접 나섰다”고 설명했다. 총학생회는 피해사례 취합, 서명운동, 릴레이 대자보전, 항의 피켓팅 등의 활동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강사법 피해 각종 꼼수 대응 늘어나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이 각종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간강사 강의를 전임교수에게 몰아주거나 대형 강의·온라인 강의를 늘리고 있어서다. 교양과목을 대폭 축소하거나 졸업이수학점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연세대는 올해 교양과목 80여개를 축소하고 졸업이수학점을 축소했다. 배화여대는 2년제 졸업이수학점을 80학점에서 75학점으로 줄였다. 대구대는 1월 초 노조 측에 420명의 시간강사 중 300명가량을 줄이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강사를 비전임교원인 겸임·초빙교원으로 대체하는 대학도 등장했다. 숙명여대는 올해 1학기부터 시간강사들을 대상으로 ‘초빙대우교수’로 전환하는 서류를 받고 있다. 숙명여대에서 근무하는 한 시간강사는 “한 학기 초빙대우교수로 고용한 뒤 강사법이 시행되면 해고하는 게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진균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성균관대 분회장은 “다른 기관에서 재직증명서를 받아오거나 4대 보험을 들어오면 강의를 배정해주겠다는 얘기를 들은 강사들도 있다”고 했다.

‘강사제도 운영 매뉴얼’ 따라 혼란 커질 것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교육부는 지난달 31일 시간강사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 겸임·초빙교원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강사의 교수시간을 매주 6시간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 등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시행령에 방학 중 임금 기준이 담겨 있지 않는 등 강사의 고용불안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오는 3~4월 ‘강사제도 운영 매뉴얼’이 공개되면 강사법에 따른 후폭풍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교육부와 대학·강사 대표로 이뤄진 실무 협의체를 통해 매뉴얼을 마련해 현장에 배포할 예정이다. 매뉴얼에는 임용·심사 절차에 대한 해설, 표준계약서의 예시 등이 담길 전망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구체적인 매뉴얼을 확인한 뒤 강사 채용규모를 결정하겠다는 대학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표준계약서 예시 등이 포함된 매뉴얼이 나오면 대학의 강사 구조조정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