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실조에 걸린 북한 어린이들, 먹을 것을 찾아 황량한 들판을 헤매는
여인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러한 북한 식량난과 관련하여 종교계 시민단체들이 굶주리는 북한동포를
돕기 위해 1주일에 한번씩 금식을 하면서 돈을 모으기로 했다고 한다.

이들의 주장은 "북한주민들이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는데 같은
동포로서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라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상당한 논리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우리가 도움의 손길을 펴고 있는데 북한은 과연 어느 정도 자구노력을 하고
있는가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에 도움을 강요하다시피 하는 선전극만 벌이고 있을뿐
스스로 당면한 식량난과 경제난을 완화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들은 북한주민들이 굶어죽어가고 있는 이유가 김일성
김정일 정권의 원천적인 잘못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도리어 그들은 "남쪽이 도와주지 않아서 북이 굶어죽는다"는 식으로,
말하자면 우리쪽이 민족애가 없고 인색해서 북쪽 사람들이 굶어죽는다는
것이다.

영양실조에 걸린 북한동포들을 돕자는데 반대할 정도의 몰인정한 우리
정부나 국민들이 아니다.

북한동포를 돕는 것이 북한 지배집단의 체제유지를 오히려 돕는 결과가
될 수도 있으므로 우리가 주는 쌀이 어려운 북한 동포들에게 전달된다는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전경옥 < 서울 광진구 구의동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