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처음으로 지점이나 법인 형태가 아닌 지분투자 방식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신한은행은 지난 3일 인도 뭄바이에서 인도 NBFC(비은행금융회사) 학자금대출 1위 기업 크레딜라(HDFC Credila Financial Services Ltd.)와 지분인수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4일 밝혔다. 인도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는 국내 시중은행 중 최초 사례다.이번 지분투자는 크레딜라가 진행한 증자에 신한은행이 약 1억8000만달러를 투자해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신한은행은 앞으로 크레딜라 지분 약 10%를 취득할 예정이다.인도에서 NBFC는 주택대출, 차량대출, 학자금대출 등 특화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며 은행과 함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인도 정부의 규제 완화와 지원 정책에 힘입어 소매금융 영역에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 글로벌 투자사들을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크레딜라는 2006년 설립된 학자금대출 전문 취급 금융회사로, NBFC 학자금대출 시장에서 확고한 1위 지위를 확보한 기업이다. 또 인도 사회의 높은 교육열, 해외유학 인구의 증가, 주요 선진국들의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인재에 대한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인도에서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신한은행의 이번 투자는 스웨덴의 글로벌 투자전문 회사 EQT프라이빗캐피탈과 인도 1위 투자전문 회사 크리스캐피탈(Chrys Capital)이 공동으로 수행하며, 이후 인도 최대 민영은행 HDFC은행 등과 크레딜라의 공동 주주가 된다.신한은행 글로벌사업그룹은 진출 국가별로 균형 있고 차별적인 자산 성장 전략을 중심으로 질적 성장을 가속할 계획이다. 특히 신한은행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소매금융과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기업금융 비즈니스가 균형 있는 성장을 이뤄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도 기업에 대한 이번 지분투자 역시 이러한 차별적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이뤄졌다는 게 신한은행의 설명이다.지난해 신한은행은 글로벌시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총 5493억원의 순이익을 실현했다. 국내 시중은행 중 가장 큰 규모이기도 하다. 특히 베트남, 일본 등 주요 글로벌 국가에서 좋은 실적을 기록하고 균형 있는 성장까지 이뤄내며 글로벌 리딩뱅크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신한은행은 1996년 국내 은행 처음으로 인도에 진출해 현재 6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 인도 본부의 순이익은 2022년 46억원에서 지난해 100억원으로 117%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이번 지분투자를 계기로 인도에서의 리테일 사업영역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일류 글로벌 금융회사로의 도약’을 위해 다양한 인도 현지 기업들과도 협업할 예정이다.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인도의 지정학적인 안정성, 글로벌 공급망 재편, 그리고 14억 인구에서 나오는 무한한 성장 가능성 등 인도 시장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며 “인도 시장 리테일 대출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크레딜라에 현지 경쟁력을 확보한 파트너사들과 공동 투자함으로써 신한은행 인도본부의 금융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다양한 협업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정 행장은 이어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금융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통적 금융회사는 물론 디지털 기업 등 다양한 현지 기업들과의 협업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글로벌 1등 은행’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덧붙였다.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국내 30대 상장사가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최근 2년간 2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빚은 두 배 이상 늘었다. 현금 사정이 악화하면서 기업이 신규 투자를 제때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3일 국내 시가총액 30대 상장사(금융업 등 제외)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지난해 총 117조2103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143조1026억원에서 2022년엔 119조3972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 더 줄어 2년간 총 18.1% 감소했다.영업활동 현금흐름은 기업이 제품·서비스를 판매할 때 생기는 현금의 유입과 유출을 뜻한다. 회사가 외부 자금에 의존하지 않고 영업하고, 빌린 돈을 갚고, 새로운 투자를 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순차입금은 최근 2년간 두 배 이상 늘었다. 30대 기업의 순차입금은 2021년 96조2331억원, 2022년 143조3183억원, 지난해 211조2679억원으로 치솟았다. 작년엔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돈보다 은행 등에서 빌린 게 두 배 더 많았다. 2년 동안의 순차입금 증가율은 119.5%에 달했다.매출채권(외상 매출금)이 현금으로 바뀌는 기간을 뜻하는 매출채권회전율(매출/매출채권)은 2022년 12.2회에서 지난해 10.8회로 감소했다. 고객사가 달아놓은 외상값을 현금으로 받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이 2022년 29.9일(365일/12.2회)에서 지난해 33.8일(365일/10.8회)로 증가했다는 것을 뜻한다.업종별로 보면 반도체 기업의 현금흐름 악화가 두드러진다. 삼성전자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작년 44조1374억원으로 전년 대비 29.0% 감소했다. SK하이닉스(4조2782억원, 71.1%)와 한미반도체(450억원, 58.9%)도 전년 대비 현금흐름이 급감했다.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기업이 충분한 금액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면 대규모 시설 투자가 필요할 때 발 빠르게 집행할 수 없다”며 “일시적 유동성 압박이 기업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커진다”고 했다.2차전지 기업은 지난해 대규모 시설 투자를 단행하면서 빚이 늘었다. 에코프로비엠의 순차입금은 2022년 5978억원에서 2023년 1조3126억원으로 119.6% 늘었다. 포스코홀딩스(105.3%), 삼성SDI(67.5%) 등도 이 기간 순차입금이 크게 증가했다.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이날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615개사(금융업 등 제외)의 지난해 실적 집계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기업의 매출은 2825조1607억원으로 전년 대비 0.34% 늘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123조8332억원으로 전년 대비 24.48% 줄었고, 순이익은 80조9074억원으로 39.96% 감소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가증권시장 17개 업종 중 기계(186.16%), 운수장비(89.20%) 등 4개 업종의 순이익이 늘었으나 전기전자(-81.15%), 운수창고(-67.94%) 등 13개 업종은 감소했다.양병훈 기자▶ 유가증권·코스닥 상장사 2023년 연간 결산 실적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40373877▶ 유가증권시장(연결+개별) 2023년 연간 실적 파일 다운로드▶ 코스닥시장 (연결+개별) 2023년 연간 실적 파일 다운로드
효성그룹의 섬유화학 계열사 효성티앤씨가 베트남에 1조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바이오 스판덱스 원료 공장을 짓는다.효성티앤씨는 지난달 30일 베트남 남부 바리우붕따우성 정부로부터 스판덱스 원료인 부탄다이올(BDO·butanediol) 생산 공장에 대한 투자 승인을 받았다고 3일 발표했다. 총투자금액은 1조원으로 2026년부터 생산과 판매에 들어간다.효성티앤씨 관계자는 “연간 생산량 20만t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원료 공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BDO는 스판덱스 섬유를 만드는 데 필요한 소재(PTMG·폴리테트라메틸렌글리콜)의 원료다. 사탕수수나 옥수수 등에서 나오는 당을 발효하는 방식으로 만드는 친환경 제품이다.효성티앤씨는 세계 최초로 스판덱스 생산 체계의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바리우붕따우성 공장에서 생산한 바이오 BDO는 남부 호찌민시 인근 동나이 공장으로 옮겨져 스판덱스의 소재인 PTMG가 된다. PTMG는 다시 동나이 스판덱스 공장으로 이동해 바이오 스판덱스가 된다. 효성티앤씨는 스판덱스 시장 점유율 35%로 세계 1위다. 효성티앤씨 관계자는 “스판덱스 섬유의 원료뿐 아니라 원료의 소재인 BDO까지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회사는 현재 없다”며 “운송비 감소 등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효성그룹은 친환경 바이오산업 투자를 계속 늘릴 계획이다. 조현준 회장은 “바이오 사업은 100년 효성의 핵심 주축이 될 것”이라며 “친환경 시장 공략에 힘을 쓰겠다”고 말했다. 효성티앤씨는 섬유 부문 매출의 4%를 차지하는 친환경 섬유 판매량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할 계획이다.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