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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실마을에 스며들다

    ‘중년 남자’의 위치는 집 안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고, 집 밖으로 며칠 나간다고 하면 조금 허전한 정도이다. 평생 집 밖에서 잘 해왔던 일들을, 집 안에서는 발휘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경북 고령으로 3박4일 팬슈머 여행을 간다"라고 하자, 아내가 "팬슈머가 무엇이야?"라고 물었다. 애절하게 설명하였지만, 아내의 한마디로 정리가 되었다."며칠간 잘~ 놀러 갔다 와"종이와 흙, 나무로 지은 집흔히 한옥은 천년을 견딘다고 한다. 한옥이 80여 채 모여있는 집성촌 마을이 있다. 경북 고령의 ‘개실마을’이다. 22촌 내의 ‘선산 김씨’가 모여 사는 마을, 타향 출신 외지인이 쉽게 정착하기 어려운 곳이다.4월의 봄날 오후, 마을은 적막하였다. 거대한 영화 스튜디오처럼 한옥만 덩그러니 있고, 사람의 인적은 없는 공간처럼 보였다. 가끔 어르신들이 전동차를 타고서 스쳐 가고 있다.경북 고령은 참으로 낯설다.대구에 인접하여 쉽게 갈 수도 있지만, 쉽게 가지 않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서대구역에서 버스로 이동하여 경계를 넘어서면, 한적한 시골 소도시의 분위기가 난다. 고령 시내에 들어서면 몇 곳의 요양원들이 보이고, 병원도 있지만 소아과는 없다.지역살이 프로그램인 ‘고령 팬슈머(패스파인더 주관)‘에 참가하게 되었을 때, ’생활 인구‘라는 새로운 의미의 이해가 낯설었다.도시인들에게 귀농 귀촌은 여전히 큰 장벽이기에, 지역에서 며칠을 경험하고 살아보면서 지역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고 한다. 고령은 주민들 대부분이 70~80대이고 1인 가구가 많아서, 공동체 마을을 위해서 활동할 수 있는 이들도 많지 않다.’랑 스튜디오‘의 청

  • 100세 시대, 지금 내 인생시계는 몇 시?

    인생을 봄, 여름, 가을, 겨울과 같이 계절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100세 시대를 앞두고 인생을 시계로 나타내는 방식도 흥미롭다. 24시간은 1,440분에 해당하고, 이를 100년으로 나누면 14분 40초가 된다. 1년에 14분 40초씩, 10년이면 144분으로 2시간 24분이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자신의 나이에 대입해보면 24시간 중 몇 시인지 계산이 나온다. 30세는 7시 20분이며, 50세는 12시 점심시간에 해당한다. 법정 정년인 60세는 오후 2시 24분이다. 한국 사람들의 평균수명인 80세는 오후 7시 20분이 된다.위와 같은 계산방식으로 나이와 인생시계를 연결시켜 보면, 50세가 되어도 이제 겨우 12시 점심시간일 뿐이다. 정년퇴직을 한다고 하더라도 오후 2시 조금 넘었으니 아직 하루해가 길게 남아있다. 그러니 해가 넘어가고 어두워지는 시간인 80세까지는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내야 한다. 정년퇴직은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는 것일 뿐 인생시계는 아직도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영어로 은퇴(retire)는 ‘re+tire’로 새로운 타이어로 갈아 끼우고 무언가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정년퇴직으로 인생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새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를 수밖에 없다.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을 바꾸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성품이 바뀌고, 결국 그 성품이 그 사람의 운명도 바꾼다. 그러니 잠시 쉬는 하프타임을 게임이 끝난 것으로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직 인생 후반전이 남았고, 더 오래 사는 경우 연장전도 뛸 수 있어야 한다. 인생의 시계는 언젠가 멈추지만 언제 멈출지 모른다. 그러니 멈추기 전까지는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부자’가 되도록

  •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손주를 보러 온 부모님이 애들 재롱에 빠져 즐거워할 때 전화가 왔다. 전 부서 직원과 통화하던 내가 “그러면 그건 백지화(白紙化)하라”고 하자 아버지가 “전화 끊으라”고 호통쳤다. 손주들이 놀라 품에서 달아나자 아랑곳하지 않은 아버지는 백지화를 “자인하기 싫어 교묘하게 포장한 실패”라고 규정했다. “치졸하다”고 책망한 아버지는 세 가지를 지적했다. 하나는 “전 부서에서 네 손을 떠난 계획을 백지화하라는 말은 월권(越權)이다”라고 했다. “또 살펴보니 전 부서에서 계획한 자료들을 가져왔던데 그건 실행에 옮기지 않은 아이디어라도 그 조직의 재산이다. 그걸 임의로 들고나온 건 엄연한 범법행위다”라고 꾸짖었다. 이어 “전 부서, 전 직장을 욕하는 이가 제대로 된 삶을 사는 걸 못 봤다. 친정 흉보는 거 아니다”라고 아버지는 나무랐다. 아버지는 “네 대답을 듣고 싶지 않다만 혹여라도 ‘나도 고생했으니 후임자들도 고생해봐라’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했다면 크게 잘못한 일이다”라며 크게 염려했다. 백지화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거나 초기 상태로 돌려놓는다’라는 뜻이라고 정의해 설명했다. 첫째 계획이나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취소되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때, 둘째 합의나 결정이 뒤집히거나 무효로 하여 다시 논의해야 할 때, 셋째 기존 시스템이나 구조가 폐지되고 새로운 시스템이나 구조를 구축해야 할 때를 제외하면 백지화는 엄밀한 의미에서 실패다. 아버지는 “18세기 프랑스 혁명 정부는 봉건 시대의 모든 법률과 제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백지화

  • '생전 장례식'을 해보자

    '생전 장례식'이라는 말은 죽은 후 하는 ‘장례’와 살아있다는 ‘생전’이 합쳐진 말로, 상반되는 뜻 때문에 어색한 단어지만 최근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아가는 모양새다.'생전 장례식'은 형식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삶의 마지막 기념행사를 치르는 것이다. 한 취업포탈 사이트에서 직장인 3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약 70%가 죽기 전에 즐거운 파티 분위기로 생전 장례식을 치르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본에서도 세상을 떠나기 전 친척, 친구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이별 행사가 번지고 있다. 프로레슬러로 유명했던 안토니오 이노끼는 75세 되던 해 스모 경기장으로 잘 알려진 료코쿠 체육관에서 이별 파티를 했다. 또 인생을 마무리 하는 활동인 ‘슈카쓰(終活)'도 늘어나고 있다. 유언장 작성, 연명치료 거부, 재산 정리, 생전 장례식 등을 도와주는 회사나 변호사도 늘어나고 있다. 예쁘게 만든 묘지 견학도 다녀오고, 유골을 뿌리는 체험도 하면서 온천을 즐기고 돌아오는 여행도 있다.서구에서도 살아서 하는 장례식(free funeral) 이야기가 종종 들린다. KPMG의 유진 오켈리는 2005년 뇌종양 진단을 받고 석 달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이를 ‘축복’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는 마지막 100일을 사랑하는 사람, 보고 싶은 이들과 추억이 있는 장소에서 식사를 하거나 전화로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남은 재산은 암 치료 재단에 기부하고 정리했다. 2006년 발간된 ‘인생이 내게 준 선물’이 그의 임종 매뉴얼인 셈이다.살아있는 동안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 웰 빙(well being)이라면,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을

  • 은혜는 바위에 새기고 원한은 냇물에 새겨라

    우리나라 속담이다. 서양 속담은 좀 다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가르침에서 유래했다. 그의 저서 ‘연설록’에는 ‘받은 은혜는 영원히 기억하고, 겪은 원한은 흐르는 물처럼 잊어버려라’라고 나온다. 아버지에게 저 속담을 배웠다. 직장으로 전화한 아버지가 퇴근 후 지인 모친상에 문상을 같이 가자고 했다. 서둘러 일을 마치고 택시로 혜화동 상가에 가면서 아버지는 부의금 봉투를 가져왔느냐고 했다. 어찌 될지 몰라 봉투 두 개를 준비해왔다고 했다. 아버지는 ‘향전(香奠)’이라 쓴 봉투를 내보이며 “내 것은 준비해왔다”라며 “네 것은 네가 준비하라”라고 했다. 겉봉에 뭐라고 써야 할지 몰라 흰 봉투를 내밀자 직접 쓰라고 해 흔들리는 택시 안에서 손을 붙잡아 ‘부의(賻儀)’라고 쓰고 내 이름을 뒷면에 썼다. 아버지는 두 가지를 바로 지적했다. 부의는 반가(班家)에서는 잘 쓰지 않는 표현이다. 양반은 ‘상제(喪祭)’ 또는 ‘상금(喪金)’을 썼다. 그게 아니면 ‘향전(香奠)’을 써야 한다고 해 그 자리서 고쳐 썼다. 또 이름 마지막 자 ‘권세 권(權)’을 약자인 ‘권(权)’으로 쓰자 “제 이름을 약자로 쓰는 놈이 어딨느냐. 제 이름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데 남이 귀하게 여기겠느냐”며 이름은 반드시 정자로 쓰라고 했다. “봉투에 돈은 얼마를 넣을까요”라고 묻자 아버지는 “형편대로 하라”고 했다. 이어 “형편이 안 되면 빈 봉투를 낼 수도 있다.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위인이라면 사귀지 말라. 저쪽에서 내 경조사에 냈던 금액에 맞춰 내는 건 거래다”라고 지적했다.

  • <특집 한역(漢譯)> 졸다가 낚싯대를 잃고(시조), 무명씨

    졸다가 낚싯대를 잃고 춤추다가 도롱이를 잃었네늙은이 망령(妄靈)으란 백구(白鷗)야 웃지 마라십리(十里)에 도화발(桃花發)하니 춘흥(春興) 겨워하노라 [태헌의 한역]瞌睡遺魚竿(갑수유어간)獨舞失蓑衣(독무실사의)老翁生妄靈(노옹생망령)白鷗汝莫譏(백구여막기)十里桃花發(십리도화발)春興難停歇(춘흥난정헐) [주석]* 瞌睡(갑수) : 꾸벅꾸벅 졸다, 말뚝잠을 자다. ‘瞌’은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역자가 임의로 보탠 글자이다. / 遺(유) : ~을 잃다. / 魚竿(어간) : 낚싯대.* 獨舞(독무) : 홀로 춤을 추다. ‘獨’은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역자가 임의로 보탠 글자이다. / 失(실) : ~을 잃다. / 蓑衣(사의) : 도롱이.* 老翁(노옹) : 늙은이. / 生妄靈(생망령) : 망령이 나다.* 白鷗(백구) : 백구, 흰 갈매기. / 汝(여) : 너. 앞에 나온 ‘백구’를 가리키는데,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역자가 임의로 보탠 글자이다. / 莫譏(막기) : 놀리지 마라, 비웃지 마라.* 十里(십리) : 십 리, 십 리에. / 桃花發(도화발) : 복사꽃이 피다.* 春興(춘흥) : 춘흥, 봄날의 흥취. / 難停歇난정헐) : ~을 그치게 하기 어렵다. ‘~에 겨워하다’를 한역한 표현이다. [한역의 직역]꾸벅꾸벅 졸다가 낚싯대를 잃고홀로 춤추다가 도롱이를 잃었네늙은이가 망령 났다고백구야 너는 비웃지 마라십 리에 복사꽃 피어춘흥 그치게 하기 어려우니 [한역노트]역자가 이 시조의 초장(初章)을 오언 2구로 한역(漢譯)하는 과정에서 시조에는 없는 말을 부득이 보탤 수밖에 없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다섯 글자[五言]라는 한시의 음수율(音數律)을 고려한 때문이지만, 서사(敍事)의 실제성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둔 때문이기도 하다. 다들 짐

  • 대자연에서 배우다

    3번째 찾은 베트남 할롱베이Ha(下)는 내려온다, Long(龍)은 용으로 ‘하늘에서 내려온 용’이라는 의미이다. 바다 건너 중국이 베트남을 침략하자 하늘에서 용과 그의 가족이 내려와 입에서 보석과 구슬들을 내뿜어 보호했는데, 이것들이 바위가 되어 할롱만의 섬들이 되었다고 한다.199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고, 1969개의 섬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신기하게 생겨 세계적인 자연 관광지이다. 베트남 정부는 환경 보호를 위해 할롱베이의 어업을 통제하고 있으나, 수상 가옥이 있는 어업 마을이 있다. 섬에는 종유동(석회암 동굴)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 찾아간 Hong Hanh 동굴은 환상적 경관을 가지고 있었다. 특별 요청한 유람선을 타고, 하루 종일 할롱베이를 구경했으나, 이곳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1주일 이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두 개의 마주한 섬은 어느 위치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 하고 있다. 3번 모두 섬의 경관에 넋이 빠져 바라보다 지난 번과 다른 하나가 있었다. 바닷물에 떠 있는 온갖 쓰레기였다. 온갖 종류의 쓰레기가 바다에 떠 있는데 너무나 보기가 싫다.안내자에게 물어보니 베트남 정부도 많은 관심을 갖고 처리를 하고 있지만, 중국과 인접하여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한다. 할롱베이 관광을 마치고 주변 식당을 찾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할롱베이 자연 경관 덕분에 해안선을 따라 상가가 형성되어 있다. 호텔, 상점 등이 다른 지역에 비해 수준이 높아 보였다. 퇴근 시간, 차량, 오토바이가 어우러져 왕복 2차선에 빈틈이 없는 것은 또 하나의 관광이었다. 대자연은 주민들의 생활 수준도 한 단계 올려놓았다.     사업구조가 탄

  • 상사에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돼라

    포상휴가 나왔을 때다. 친구들을 만나고 귀가하자 아버지가 마루에서 기다리다 “왜 인제 오느냐? 부대에서 ‘급한 일이니 전화해 달란다’는 전화가 왔었다”라고 했다. 인사드리고 난 뒤 부대에 전화했다. 상황실 당번병이 받아 “내일 군단에서 높은 분이 방문하신답니다. 부대가 난리입니다. 나중에 포상휴가 다시 보내준다며 바로 복귀하시랍니다. 브리핑 차트 밤새워 만드셔야 합니다”라고 했다. 아버지께 통화내용을 말씀드리자 “얼른 들어가라”면서도 꺼낸 말씀이 “그렇게 상사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되어라”였다. 아버지는 “네가 상사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보았다”며 기분 좋아 길게 말씀했다. 그렇게 인정받기까지 네가 겪었을 숱한 노력이 눈에 선하다. 잘 자라준 모습이 고맙고 자랑스럽다는 칭찬도 모처럼 했다. “군대는 명령과 복종이 생명이다”라고 한 아버지는 “군대 생활의 신조는 ‘상사 만족’이다”라고 단정하며 너를 찾는 것이 그 증거라고 다시 강조했다. 이어 “상사가 일을 시킬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직원은 업무 능력, 책임감, 협력성, 성장 가능성, 상사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택된다”면서 사회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아버지는 “상사가 일을 시킬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부하가 되자면 능력과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며 방법 몇 가지를 일러줬다.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갖추고, 과거에 그 일을 성공적으로 해낸 경험이 상사의 신뢰를 얻고 일을 맡길 가능성이 크다. 예상치 못한 문제나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스스

  • 아쉬움을 남기지 마라

    돌이켜보면 30년 직장생활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것 같습니다. 신입사원 시절에는 어떻게 일을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고, 어떻게 해야 남들보다 더 인정받을 수 있는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동료, 선배들은 눈코 뜰 새 없이 일하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선배들이 어떻게 일 하는지 눈여겨봤다 따라해보고, 정말 모르겠다 싶으면 질문을 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2~3년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자신감도 생기고 요령도 생기게 됩니다. 중요한 일과 조금 신경을 덜 써도 되는 일을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직장생활에서 중요한 두 가지는 일과 대인관계입니다. 일은 잘하는데 대인관계는 젬병인 사람이 있고, 일은 그저 그런데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만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무덤까지 가더라도 항상 할 일은 다 못한다'는 말처럼 죽어라 일을 해도, 다음 날이면 또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어진 일에 전력을 다하다보면 에너지가 고갈되고 할 일도 제대로 못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일의 경중을 따져 중요한 일은 전력투구하고 중요도가 조금 떨어지는 일은 상대적으로 노력을 덜 들이는 것이 하나의 요령입니다. 후배들에게도, 성인이 된 자녀들에게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매사에 전력투구하면 오래 지속하기 어렵고 일을 다 해내기도 어려우니, 일의 경중과 시급함 등을 확인해 '강약약, 강약약'의 템포로 접근하라고 말입니다.일을 하다보면 '그레이 존'(회색지대·Gray Zone)이 가끔씩 발생합니다. 일을 해도 표가 나지 않고 그대로 두자니 찜찜한 일들입니다. 몸이 힘들 때는 "이 정도는, 이 일은 하지 않아도 괜찮겠

  • 일찍 출근하고 일찍 도착하라

    30년 직장생활을 마치고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직장인에서 교수로 신분이 바뀌고 경영학원론, 조직행동론 등의 이론을 가르치면서 직장생활의 성공과 실패 경험을 전달해 학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학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 봅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다양한 생각을 들어볼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역시 좋은 회사에 취업을 하는 것입니다. 3, 4학년이 되면 보다 구체적으로 원하는 분야와 회사에 대해 파악하고 취업 준비에 박차를 가합니다.30년간의 직장생활을 돌아보면 하면 좋은 일,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성공과 실패담이 직장생활을 준비하는 대학생, 그리고 이제 막 입사한 사회 초년생 및 주니어 직장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씩 전달해 드리겠습니다.그 중 첫 조언은 '일찍 출근해라. 일찍 도착하라'는 겁니다.대학교에서 전공과목을 수강하고 필요한 자격증도 취득하고 필요한 스펙들을 쌓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합니다. 그리고 어렵게 취업을 해서 몇 주, 몇 달간의 업무 연수를 받고 현장에 배치됩니다. 필자도 연수원에서 직원 연수업무를 5년간 했습니다. 상당한 기간동안 업무연수를 실시하고 현업에 보내도 당장 선배, 동료직원만큼 일을 해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은행의 경우 단순한 입출금부터 예적금 가입과 해지업무 등이 처음에는 쉽지 않습니다. 금융관련 다양한 자격증이 있어도 처음 돈을 만지고 지급하면서 숫자가 1원이라도 틀리면 안 되기 때문이죠. 따라서 몇 개월 동안은 해당 지점과 부서의 선배 직원을 멘토로 업무와 직장생활 기본

  • 익숙함에서 탈피해라

    중학교 2학년 때다. 학교 가려고 집을 나설 때 아버지가 편지 심부름을 시켰다. “군청 뒤에 사시는 어르신을 찾아뵙고 편지를 전해드리라”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도 부끄럽다. 편지를 받아든 채 “군청이 어디 있어요?”라고 되물었던 일 때문이다. 기차 놓친다고 성화 부리는 어머니 말씀에 떠밀리듯 집을 나섰지만, 내 말을 듣자 그때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진 아버지 얼굴이 생생하게 떠올라서다. 동급생들이 가르쳐준 군청은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집은 더 쉽게 찾았다. 편지를 받아든 인척은 먹을 것을 내줬다. 돌아와 아버지께 받아온 답신을 드리자 펴보지 않고 책상에 밀어둔 채 “한심한 놈”이라고 야단부터 쳤다. 중학교에 진학한 뒤로는 처음으로 오래 꿇어앉아 야단맞았다. “1년이나 지났는데 읍내에 있는 중학교에 다니면서 옆에 있는 군청을 모른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라고 말문을 연 아버지에게 “학교 가는 길만 다니니까요”라고 한 내 대답이 화를 돋웠다. 바로 하신 말씀이 “익숙해야 하지만 거기 빠지면 독이 된다. 익숙함에서 탈피해라”였다. 아버지는 “사람은 먹고 싸고 자는 일이 불편할 때 가장 바쁘다. 너는 그게 해결되자 이내 적응해버렸다”라고 진단하며 “불편한 환경을 맞닥뜨리면 인간은 거기에 바로 적응하게 된다. 일단 적응하고 나면 불편함이 체화돼 불편을 더는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나중에 환경을 개선할 더 나은 방법이 나타나도 그걸 활용하려는 욕구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네가 군청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게 익숙함에 빠져 있다는 증거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익숙함은 편안

  • 유언장은 해마다 쓰자

    언제 이 세상을 떠날지 누구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죽음’을 기억하고, ‘운명’을 사랑하고, ‘오늘’에 충실하라고 한다. 우리는 언젠가 ‘죽음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하게 된다. 그러니 유언장을 미리 써보는 것도 노년을 잘 살기 위한 방법의 하나다. 매년 유언장을 새롭게 작성해보면, 자신의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할 수 있다. 배우자나 자식에게 남기고 싶은 자신의 생각도 정리가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죽은 후 유산을 둘러싼 가족 간의 분쟁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유언을 하더라도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로 할 필요가 있다. 가족 간에 불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어서이다. 다만, 재산관계가 아닌 연명의료, 존엄사, 화장, 매장 등에 대한 당부는 평소에도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해두는 것이 좋다. 유언이란 죽은 뒤의 법률관계를 정하려는 생전의 최종적 의사표시를 말하며, 유언자의 사망으로 그 효력이 생기게 된다. 흔히 가족이나 친지에게 남기는 당부의 말 등을 유언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법적인 의미의 유언이란 유언자가 유언능력을 갖추고 법적 사항에 대해 엄격한 방식에 따라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유언에 엄격한 방식을 요하는 것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를 명확히 하여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므로, 법이 정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효력이 없으므로 법이 정해 둔 요건에 따라 유언을 남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법적인 효력이 있는 유언장을 작성하려면 상속재산을 특정해야하며, 유언자의 성명과 유언 날짜를 자필로 써야한다. 민법에서는 유언의 위조 또는

  • 막히면 원점으로 돌아가라

    초등학교 4학년 때다. 집을 새로 짓고 우물을 파서 수도 펌프를 설치한 아버지는 큰집에도 우물을 파겠다고 했다. 반대하는 큰아버지와 며칠 승강이를 벌였으나 강하게 설득한 아버지가 이겨 펌프를 놓기로 했다. 인부들을 동원해 큰집 뒤꼍 구석진 곳에 땅을 파 내려갔다. 동네에 처음 펌프를 놓는 거라 사람들은 매일 구경 오고, 수군댔다. 며칠을 팠으나 물이 나오지 않아서였다. 큰아버지와 심하게 다툰 아버지는 인부들을 철수시키고 공사를 중단했다. 큰집에 머물다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며칠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새벽에 아버지가 깨워 따라나서라고 했다. 해뜨기 전 어둑한 길을 자전거 탄 아버지 뒤를 따라 뛰고 걸어 큰댁이 내려다보이는 마을 뒷산에 올랐다. 산 중턱쯤 올라가 바위에 걸터앉은 아버지는 지팡이로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혼잣말을 했다. 담배 한 갑을 다 피우고서야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전거를 타고 산길을 내달리는 아버지를 따라잡기 어려웠다. 큰집에 도착했을 때 아버지는 대문을 나서는 큰아버지 등에 대고 “형님, 그렇게 합니다”라고 했다. 아버지는 뒤늦게 온 나에게 우물 파는 일꾼들을 불러오라고 했다.공사를 재개하기 전 아버지는 인부들에게 “물은 틀림없이 나온다”고 장담하며 “밤나무가 서 있는 쪽으로 조금만 더 깊게 파라”고 땅속 물길을 들여다본 듯 자신 있게 주문했다. 공사를 다시 한다는 소문은 빨리도 퍼져서 뒤뜰엔 구경꾼들이 몰려들어 다들 한마디씩 했다. 둘씩 교대로 밑으로 내려가 흙을 파 올리는 공사는 더뎠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를 아버지가 “좀 더 힘내라”라는 큰소리로 막았다. 물은 반나절이 채 지나

  • 閨怨(규원), 王昌齡(왕창령)

     [원시]閨怨(규원) 王昌齡(왕창령) 閨中少婦不知愁(규중소부부지수)春日凝粧上翠樓(춘일응장상취루)忽見陌頭楊柳色(홀견맥두양류색)悔敎夫婿覓封侯(회교부서멱봉후) [주석]* 閨怨(규원) : 새댁의 원망(怨望). ‘새댁의 시름’ 정도로 번역해도 무방하다.* 王昌齡(왕창령, 698~755) : 자는 소백(少伯)으로 고적(高適), 잠참(岑參)과 함께 당(唐)나라 변새시파(邊塞詩派)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그의 시는 구성이 긴밀하고 청신한데, 특히 칠언절구(七言絶句)에 뛰어나 이백(李白)과 더불어 후대 창작의 모범이 되었으며, ‘칠언성수(七言聖手)’ 혹은 ‘칠언장성(七言長城)’으로도 칭송되었다.* 閨中(규중) : 부녀자(婦女子)가 거처하는 곳인 규방(閨房) 혹은 그 규방 안이라는 뜻이다. / 少婦(소부) : 젊은 아낙네, 새댁. / 不知愁(부지수) : 시름을 알지 못하다. 시름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春日(춘일) : 봄날, 봄철. / 凝粧(응장) : 화려하게 꾸미다, 단장을 하다. / 上翠樓(상취루) : 비취 빛 누대에 올라가다. 비취 빛 누대는 단청(丹靑)을 베푼 아름다운 누대라는 뜻이다.* 忽見(홀견) : 문득 보다, 언뜻 보다. / 陌頭(맥두) : 길머리, 길가. / 楊柳色(양류색) : 버들 빛. 물이 오른 버들의 빛깔을 가리킨다.* 悔(회) : ~을 후회하다. / 敎夫婿(교부서) : 남편으로 하여금, 남편더러. ‘夫婿’는 ‘夫壻(부서)’로도 적으며 남편이라는 뜻의 한자어이다. / 覓封侯(멱봉후) : 벼슬자리를 찾다. ‘封侯’는 보통 제후(諸侯)에 봉(封)한다는 말로 쓰이지만, 이 시에서는 제후에 봉해질 만한 벼슬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번역]새댁의 시름 태헌 번역 규방 안의 새댁이

  • 인생은 요령이다

    오랜만에 아버지가 불러 뜬금없이 "인생은 요령이다. 요령껏 살아라"라고 했다. 연일 야근하느라 한집에 살아도 뵌 지 오래됐다. 은행에 들어간 걸 탐탁지 않아 한 아버지는 자식의 직장 일에 대해 이제껏 말씀이 없었다. 아버지는 전화 통화를 우연히 엿들었다며 “계수계획은 잘 만들었냐”고 묻고는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느닷없이 “상사의 말에 토를 달지 말라”고 지적했다. “토를 달면 거역하거나, 반박하거나, 따르지 않는 것을 뜻한다”면서 “자칫하면 명령에 불복종하는 행위로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문제 된 건 본부에서 준 보고 서식을 무시해서였다. 제시된 보고양식이 단발적이고 예측이 자의적이라고 판단했던 때문이다. 다음 해 계수계획 작성 지시를 받고 처음 하는 일이라 학교에서 배운 대로 했다. 시계열 자료로 추세치를 상관분석해 수요예측을 했다. 거기에다가 고객변동 등 외부환경요인을 더해 시장 예측을 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를 본 상사가 전화해 “양식을 바꾸면 안 된다”고 한 데서 설명이 길어져서였다. 아버지께는 상사가 지적한 대로 잘 마무리했다고 말씀드려 안심시켰다. 그 말에 아버지는 “산 중턱에 올라간 상사가 이제 막 산행을 시작해 잘못된 길로 오르는 너를 본 거다”라며 “부딪치는 난관을 극복해가며 정상에 도달할 수 있겠지만, 앞서간 이를 따르는 게 현명한 처신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버지는 평소처럼 ‘요령(要領)’ 한자를 파자해가며 설명했다. ‘중요할 요(要)’자는 허리에 손을 올린 여인으로 무희가 춤추는 모습을 본뜬 글자다. 본래

  • 메가시티서울, 우주원리와 같다

    중력, 팽창, 원심력은 우주론에서 중요한 개념이다. 도시도 기업경영도 인간 삶도 마찬가지다. 약 138억 년 전 빅뱅 후, 우주는 빠르게 팽창하기 시작했다. 팽창하면서 우주는 점점 냉각되고, 에너지가 높은 입자들은 서로 결합하여 원자를 형성했다. 수소와 헬륨이 가장 흔한 원자였다. 원자들은 중력에 의해 서로 끌어당겨 덩어리를 형성하면서  점점 더 커지고 밀집한다. 반면에 덩어리의 중심부는 엄청난 압력과 온도에 도달하며 핵융합 반응이 시작되었다. 핵융합 반응은 가벼운 원자핵을 결합하여 더 무거운 원자핵을 만들며,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며 팽창한다. 지구 등 별의 내부온도가 너무 뜨거워 팽창력이 크면 폭발하고, 끌어당기는 중력이 너무 크면 수축하여 백색왜성, 중성자별, 블랙홀로 진화한다.원심력은 회전 운동을 하는 물체가 중심축 방향으로 밀려나는 힘이다. 지구 등 행성은 중력에 의해 태양 주위를 도는 동시에, 원심력에 의해 태양으로부터 멀어지려 한다. 만약 중력이 더 강하다면, 행성은 태양에 빨려 들어가게 되고 반대로, 원심력이 더 강하다면, 지구 등은 태양에서 멀리 날아가게 된다. 행성 궤도는 중력과 원심력의 균형에 의해 유지된다. 간단히 정리하면 팽창과 끌어당기는 중력의 조화로운 작용을 통해 별이 탄생했고 원심력으로 우주 질서를 유지한다. 별은 우주 진화의 중요한 요소이며, 우리 삶의 근원이다.기업은 대내외환경 등 변화에 따라  성장과 위험 관리를 위해  다각화(분산)와 집중 전략을 수시로 선택한다. 문어발식 확장을 하다가 대내외여건이 안 좋다고 판단하면 핵심역량이 있는 경쟁력 있는 회사만 남기고 매각한다. 때로는 다각

  • '인생 파업'…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

    드라마 다시보기를 하다가 우연히 주인공의 '인생파업'이라는 말이 가슴에 확 꽂힌다. 수없이 많은 파업(전면파업, 동정파업, 총파업, 지명파업) 등이 존재하지만 ‘인생파업’은 노동전문가인 필자도 처음 들어보는 말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화물연대파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매스컴을 뜨겁게 달군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다면 노사 간 단체행동 과정에서 사용되는 투쟁수단인 파업이 노동문제가 아닌 우리의 인생에서 사용되는 것이 과연 적절할까? 인생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가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원칙적으로 파업(strike)은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거절하거나 작업을 중지하는 행위'를 말한다. 파업의 핵심은 자신이 제공하던 노동력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고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벗어나는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의 투쟁수단이며, 결국 돈벌이를 스스로 정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생파업이라고 하면 '인생에서 일을 그만둔다'는 뜻도 되지만 '인생 자체를 그만 둔다'는 의미로 읽히기도 한다. 드라마에서는 회사를 때려치우고 어디론가 떠나는 것으로 설정했지만 자칫 남아있는 인생을 포기한다는 오해가 생길 소지도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에도 ‘자살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있는데, 인생파업이 단순하게 하던 일을 그만두고 어디론가 떠난다는 그런 뜻으로 해석되었으면 좋겠다.인생파업을 선언하고 자발적 백수가 된 청년이 과연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어디론가 열심히 달리고 있지만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 온 힘을 다해 죽어라 뛰고 있지만 정작 왜 뛰는지 모르고 남들

  • 한양에서 메가시티 서울까지

    이성계는 1392년 조선을 창건하고 수도를 개성에서 한양(현재의 서울)으로 옮긴 주역으로, 새 왕조의 정치적·군사적 기반을 마련했다. 정도전은 한양의 도시 계획과 조직에 깊숙이 관여하여 수도가 조선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했다. 무학대사는 이성계에게 정신적 지지를 제공하고 새로운 왕조의 정당성을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 이성계, 정도전, 무학대사의 협력은 조선 초기 수도 한양의 성공적인 건설과 조선 왕조의 기틀 마련에 필수적이었다. 이들의 역할은 각기 다르지만, 함께 조선의 수도 서울의 탄생과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서울'은 본래 한국어의 순우리말로써 '한 나라의 수도(首都)', 곧 '국도(國都)'를 가리키는 일반명사이다.글로벌 브랜드 평가 기관 브랜드 파이낸스(Brand Finance)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세계 100대 도시 브랜드 지수에서 서울은 67.7점으로 42위를 기록했다. 2023년 4월 전 대륙 20개국 15,000명을 대상으로 한 7개 부문에 대하여 설문조사 방식으로 선호도 평가를 했다.7개 부문은 비즈니스 및 투자, 거주 적합성, 문화 및 유산, 사람 및 가치, 지속 가능성 및 운송, 거버넌스, 및 교육 및 과학이다.서울 외에 한국의 다른 도시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이 글로벌 국력 순위에서 주요 7개국(G7)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성장하는 데 비하면 저조한 성적이다. 1~3위 도시를 살펴본다.1위를 차지한 런던은 84.6점을 받았다.  런던은 7가지 핵심 부문 중 두 가지( 학습 및 방문 )에서 1 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나머지 차원에서도 상위 4위 안에 들었다. 브랜드파이낸스 회장인 David Haigh는 “ 런던의 뛰어난 성과

  • 노동소득보다 자산소득을 늘리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 기업, 조직에 자신이 갖고 있는 시간, 노동, 아이디어, 돈, 자본, 사업, 투자 등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아 생활을 한다. 그 대가를 우리는 임금, 급료, 용역비, 이자, 이윤 등 이름의 ‘소득’이라고 한다. 이러한 소득은 크게 ‘노동소득’과 ‘자산소득’으로 구분할 수 있다. 노동소득(active income)은 글자 그대로 사람이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 기타의 소득을 얻는 것이라면, 자산소득(passive income)은 사람의 노동력이 아닌 자본, 투자, 사업 등을 통해서 소득이 발생되는 것이라는 차이가 있다. 영어로 노동소득은 사람이 땀을 흘려서 받는 소득이라는 뜻에서 능동적인 소득, 자산소득은 사람의 노동력이 개입되지 않는다는 뜻에서 수동적인 소득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이 자산소득(수동적 소득)은 일하지 않으면서 벌어들이는 소득이라는 의미에서 ‘불로소득’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불로소득이라고 하면 그냥 공짜로 얻어지는 느낌이 들지만, 자산소득도 자본, 투자, 사업 등을 투입하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고 나오는 공짜소득은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나올 수 있는 소득이므로 전체를 통틀어서 자산소득으로 표현하는 것이 타당하다.젊은 시절에는 대부분 노동소득이 100%를 차지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면 신입사원부터 시작해서 수차례의 승진을 거쳐 부서장, 그리고 임원이나 대표가 되기도 한다. 필요한 경우 직장을 바꾸기도 하고, 자신의 사업을 위해서 직장을 떠나기도 한다. 정년까지 버티는 사람도 있지만,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이라는 제도를 통해 미리 주된 직장에서 밀려나는 경

  • 남의 일도 내 일처럼 해라

    심부름해도 기분 좋을 때가 있다. 군에서 휴가 나온 날 아버지가 시골 큰댁에 계시는 할머니께 꿀에 잰 인삼을 갖다 드리라고 심부름시켰다. 군에 입대한 뒤로는 처음 가는 길이어서 기분 좋았다. 할머니, 큰아버지와 큰어머니 세 분께 인사드리자 여느 때와 달리 더욱 반가워하셨다. 군대에서 잘 지낸다는 얘기를 영웅담처럼 밤이 이슥하도록 혼자 떠들었다. 집에 돌아와 잘 다녀왔다고 아버지께 말씀드리자 끊임없이 이것저것을 물었다. “할머니 건강은 어떠시더냐? 식사는 잘하시더냐. 음식 씹는 건 어떠시냐. 몇 번 만에 삼키시더냐. 가져간 인삼은 드셨냐. 뭐라 하시더냐. 걷는 거는 어떠시냐. 잠은 잘 주무시더냐. 중간에 몇 번이나 깨시더냐.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는 모두 건강하시냐?” 쏟아지는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한 건 한마디도 없었다. 묻는 말에 답을 제대로 못 하자 질문을 멈춘 아버지는 “한심한 놈”이라며 역정을 냈다. “심부름하려면 시킨 사람이 간 것처럼 일해야 한다”며 “심부름을 핑계 삼아 네 할 일을 하고 다닌 거다”라고 질타했다. “사람이 살면서 내 사업을 하지 않는 한 하는 일의 대부분은 남의 일을 맡아 한다. 너처럼 일한 거라면 평균점 이하”라고 평가하며 “남의 일도 내 일처럼 하라”고 주문했다. 아버지는 남의 일이라도 내 일처럼 해야 하는 이유로 다양한 관점을 습득할 좋은 기회라는 점을 가장 먼저 들었다. 자신이 하는 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더 넓은 시야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물건을 탈 없이 전달한 것만으로는 높은 점수 따기 어렵다. 게다가 심부름 빌미잡아 네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