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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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30년 직장생활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것 같습니다. 신입사원 시절에는 어떻게 일을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고, 어떻게 해야 남들보다 더 인정받을 수 있는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동료, 선배들은 눈코 뜰 새 없이 일하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선배들이 어떻게 일 하는지 눈여겨봤다 따라해보고, 정말 모르겠다 싶으면 질문을 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2~3년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자신감도 생기고 요령도 생기게 됩니다. 중요한 일과 조금 신경을 덜 써도 되는 일을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직장생활에서 중요한 두 가지는 일과 대인관계입니다. 일은 잘하는데 대인관계는 젬병인 사람이 있고, 일은 그저 그런데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만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무덤까지 가더라도 항상 할 일은 다 못한다'는 말처럼 죽어라 일을 해도, 다음 날이면 또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어진 일에 전력을 다하다보면 에너지가 고갈되고 할 일도 제대로 못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일의 경중을 따져 중요한 일은 전력투구하고 중요도가 조금 떨어지는 일은 상대적으로 노력을 덜 들이는 것이 하나의 요령입니다.

후배들에게도, 성인이 된 자녀들에게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매사에 전력투구하면 오래 지속하기 어렵고 일을 다 해내기도 어려우니, 일의 경중과 시급함 등을 확인해 '강약약, 강약약'의 템포로 접근하라고 말입니다.

일을 하다보면 '그레이 존'(회색지대·Gray Zone)이 가끔씩 발생합니다. 일을 해도 표가 나지 않고 그대로 두자니 찜찜한 일들입니다. 몸이 힘들 때는 "이 정도는, 이 일은 하지 않아도 괜찮겠지"하고 넘기는 겁니다. 때로는 아무 일 없이 넘어가기도 하는데, 때로는 나쁜 결과와 후회를 남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회색지대의 일을 하지 않아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결과를 예상해보곤 하는데, 나쁜 예감이나 부정적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됩니다.

이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는 할까 말까 고민하지 말고 그냥 하는것이 좋습니다. 몸이 더 힘들 수는 있어도 남아있는 찌꺼기가 없어서 좋습니다. 마음 한 편에 찜찜함과 아쉬움이 남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다음 일을 깔끔하고 힘차게 시작할 수 있어 좋습니다.

직장생활 30년 동안 여러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몇 년 만에 오는 기회, 1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신입사원 시기에는 잘 모르지만 10년 이상 연차가 되면 어떤 일이 좋은 찬스인지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간혹 운이 좋아 적당한 노력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필자는 2015년경 퇴직연금 부서의 마케팅 팀장으로 주요 대기업의 퇴직연금 유치를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좋은 기회임을 직감했습니다. 주어진 일만 충실히 한다면 인정도 받고 승진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국 지점을 돌며 실적 유치에 힘썼고 야근도 밥먹듯이 했습니다. 최종 유치 결과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승진과 인정은 상급자들의 몫으로 넘어갔습니다.

당시에는 크게 상심했지만 돌이켜보면 정말 최선을 다했는지, 부족한 점이 없었는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습니다. 조금 더 노력했어야 하는데, 조금 더 내 역할에 충실했었어야 했는데…

일뿐만 아니라 직장 내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오해가 생기고 그로 인해 관계가 멀어지기도 합니다. 특히 상사와의 나쁜 관계는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작은 오해는 그때그때 풀어주는게 좋습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이해해 줄 거야"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입장을 바꿔 내가 그 사람이라면, 100%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내가 처한 상황, 내가 당장 처리할 일이 당사자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입장이나 감정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어집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무엇인가 찜찜한 느낌이 든다면 지체하지 말고 바로 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람은 일에서 발생하는 문제보다, 사람과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더 비중을 두고 판단과 결정을 하기 때문이죠. 일은 100점으로 잘했는데, 상사와 큰 트러블이 생긴 상태라면 임박한 고과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또 중요한 기회가 주어졌을 때 '이 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지 말고 그냥 하는 것이 좋습니다. 30년 동안 누적된 경험입니다. 아쉬움이 남을 만한 일을 줄이다 보면 실패할 확률도 줄어듭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조직 안에서 무언가를 계속 해내는 사람으로 인정받습니다. 실패할 확률은 줄어들고 성공할 확률은 늘어나게 됩니다.

모두들 최선을 다하라고 합니다. 어떤 것이 최선일까요? 일을 할 때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결정하고 실행하는 겁니다. 지금부터 하는 일에서 찜찜함,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결정하고 일해봅시다. 직장 생활을 마칠 때쯤 아쉬움의 크기는 많이 줄어있을 겁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하준삼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 교수,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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