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승을 거둔 국민의힘이 오만에 빠져 집권 여당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 대선 때부터 달아오른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이준석 대표 측 내분이 선거 뒤 오히려 더 심해졌다. 이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뒤에는 당권 경쟁으로 분주하다. 거센 복합 경제위기 파도에 합심해도 모자랄 판에 여당이 이러니 대통령 지지율이 집권 두 달 만에 유례를 찾기 힘든 ‘데드크로스(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많음)’를 맞은 것 아닌가.

여권이 호된 민심의 경고장을 받은 데는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책임을 우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권 대행은 윤핵관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힌다. 그런 만큼 원활한 당정 간 가교 역할과 경제난 극복을 제대로 뒷받침할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그를 압도적인 표차로 원내대표로 밀어준 국민의힘 의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권 대행이 당을 사심 없이 이끌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다. 이 대표 징계 직후 ‘원내대표의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가닥을 잡은 것부터 그렇다. 당을 조기에 수습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비대위 전환과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부 구성 등의 주장을 가로막고 당 주요 결정 기구인 최고위원회도 거치지 않은 채 원내대표가 일방적으로 그런 결론을 내리고 공표부터 한 것은 성급하다. 내년 4월 원내대표 임기를 마치는 권 대행이 두 달 뒤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출마하려는 포석이라면 사심이 담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조기 전대를 주장하는 또 다른 윤핵관 장제원 의원과의 권력 투쟁도 빚는 마당이다.

권 대행은 총리와 국무조정실장 인선 때 특정 인사에 대해 부정적 발언을 해 대통령의 권한 영역에까지 침범한다는 월권 논란도 일으킨 바 있다. 지난 1년 이어온 국민의힘의 내분은 갈등 조정을 못한 이 대표 탓이 크지만 사사건건 대표 패싱 논란을 일으킨 권 대행을 비롯한 윤핵관의 책임도 적지 않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은 권 대행만이 아니다. 차기 대표 경선이 언제 실시될지 결정도 안 된 판에 당권 주자들은 벌써부터 세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국민 어려움은 나 몰라라 하고 2024년 총선 공천권을 바라보는 ‘사리사욕’에 잡혀 있는 모습이다. 명목은 공부 모임이지만, 50~60명이 모여 특강 한 번 듣고 끝내는 것을 보면 목적이 다른 데 있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장 의원은 이 대표 징계 다음날 버스 23대를 동원해 1100여 명과 야유회까지 했다. 당이 큰 혼란에 빠진 데다 코로나 재유행 경고까지 나온 판에 지지자들과 어깨동무하고 웃고 떠들었다니 제정신인가 묻고 싶다.

우리 경제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를 동시에 극복해야 하는 초유의 난관을 맞고 있다. 그런데도 집권 여당이 경제위기는 뒷전이고 세 대결과 권력 투쟁만 벌인다면 기다리는 것은 혹독한 민심의 회초리뿐이다. 대표와 원내대표의 막강 권한을 틀어쥔 권 대행부터 사심을 버리고 한시바삐 민생 안정과 구조 개혁 등 국민 염원에 부응하는 일에 앞장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