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정보 공시 Q&A ⑧

Q.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 공시 최종안 완화와 보수 진영의 反ESG 움직임이 ESG 정보 공시 흐름을 둔화시킬까요?

A. SEC는 지난 3월 스코프 3(총외부배출량) 공시 의무가 제외되고 기간도 유예되는 등 초안에 비해 완화된 최종 기후 공시안을 발표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보수 진영의 주(州)정부와 경제 단체 등은 강력한 항의와 함께 소송을 제기하면서 기후 공시안이 일시 보류된 상황입니다. 이러한 反ESG 움직임으로 인해 향후 ESG 정보 공시 트렌드가 후퇴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옵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상장사의 절반 이상인 52%가 기후 목표를 수립했으며, 60%의 기업이 이미 스코프 1·2(직간접배출량)를 공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반ESG 움직임이 진행 중인 미국의 경우 스코프 1·2 공시 비율이 45%로 전 세계 평균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낮지만, 절반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비교적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스코프 1·2 외에도 범위와 측정 방식이 모호해 논란이 이어지는 스코프 3까지 공시하는 비율도 42%에 달합니다. 아직 법적 의무가 아닌 데도 기업들이 ESG 관련 정보를 자율적으로 공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정보를 원하는 이해관계자의 요구가 있었거나 자율 공시를 통해 기업도 얻는 이익이 있기 때문입니다.

ESG 정보를 투자 프로세스에 반영하는 투자자가 많아질수록 관련 정보에 대한 투자자의 요구도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딜로이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미 글로벌 투자자의 83%가 투자 판단을 위한 펀더멘털 분석에 지속가능성 정보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는 투자 기회 발굴 측면뿐 아니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더 상세하고 투명한 ESG 정보가 필요합니다.

투자자 외에도 글로벌 고객사나 소비자의 ESG 정보 공시 요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대기업이 ESG 공시를 제대로 하려면 공급망 내 전 세계 공급업자에게 관련 정보를 요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ESG 공시의 낙수 효과도 존재합니다. 이렇듯 ESG 정보 공시가 법적 의무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기업은 평판이나 자본 접근성, 경쟁력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금융당국의 공시안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규제의 향방만 살피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미 초기 비용을 투자하고 일부 기업은 컨설팅을 받기도 했습니다. 내부 경영 판단을 거쳐 ESG 공시라는 대장정의 첫걸음을 내디딘 이상 손바닥 뒤집듯 손쉽게 중단할 수도 없습니다.

반ESG 움직임이 ESG 공시의 제도화 속도를 다소 늦출 수는 있으나 ESG 공시라는 큰 트렌드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말처럼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선제 대응을 통해 ESG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 판단됩니다.

손미지 신한자산운용 ESG전략팀 차장
손미지 신한자산운용 ESG전략팀 차장
손미지 신한자산운용 ESG전략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