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3주 연속 오르는 등 매매 시장이 반등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전국 아파트 경매 경쟁률이 2001년 이후 2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낙찰가율도 1년7개월 만에 85%를 웃돌았다. 고금리 부담으로 수도권 아파트 등 인기 물건이 대거 경매 시장에 등장하면서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실수요자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억원 이하’ 아파트 입찰 몰려

'9억 이하' 잡아라…경매 시장 '봄바람'
11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지난 2월(83.7%) 대비 1.4%포인트 상승한 85.1%를 기록했다. 2022년 8월(85.9%) 이후 1년7개월 만에 85%대를 넘겼다.

평균 응찰자 수는 2월(8.5명)보다 1.2명 증가한 9.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지옥션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경매 물건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낙찰률(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30%대에 머물렀으나,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평균 응찰자와 낙찰가율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663건으로 전월(2422건)보다 10% 증가했다. 작년 말(2233건)에 비해선 20% 가까이 늘어났다. 전국 아파트 낙찰률은 35.3%로 2월(38.3%)보다 3.0%포인트 하락했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아파트의 회복세가 두드러진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85.9%로 전달(87.2%)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평균 응찰자는 8.2명으로 전달(6.8명)보다 1.4명 늘었다. 서울 지역에선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을 수 있는 감정가 9억원 이하 아파트에 많은 응찰자가 몰리며 낙찰가율 85%대를 지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기 아파트 낙찰가율은 2월(85.7%)에 비해 1.6%포인트 오른 87.3%를 나타냈다. 이는 2022년 7월(92.6%) 후 20개월 만의 최고치다. 평균 응찰자는 13.2명으로 전월보다 0.7명이 늘어 넉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인천 아파트 낙찰가율은 전달(79.5%) 대비 3.3%포인트 상승한 82.8%를 기록해 한 달 만에 다시 80%대를 회복했다.

○내 집 마련 수요에 ‘봄바람’

진입 장벽이 낮은 3억~4억원대 수도권 아파트의 입찰 경쟁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입찰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물건은 경기 파주시 야당동의 한빛마을2단지(전용면적 85㎡)로 총 66명이 참여했다. 감정가(4억800만원)의 105.1%인 4억2800여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한 차례 유찰돼 감정가 대비 70%인 2억원대의 최저 입찰가격이 형성되면서 수요자가 몰렸다.

총 64명이 응찰한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리버파크 전용 60㎡도 10년 내 준공된 3억원대 아파트였다. 감정가(3억8000만원)를 웃도는 3억9100여만원에 주인을 만났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시장에서 금리 인하 기대가 있지만 금리 수준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대출 부담이 낮은 3억~4억원대 아파트가 인기”라며 “신규 물건도 많이 유입되는 추세여서 매수자의 선택 폭이 넓다”고 말했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663건으로 2월(2422건) 대비 10%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 진행 건수도 전월보다 약 20% 증가한 261건을 나타냈다. 경기와 인천의 진행 건수도 각각 16%, 30% 늘었다.

고금리가 이어지는 만큼 한동안 실수요자 중심으로 경매 시장이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상규 경매락 대표는 “강남권과 수도권 신축 아파트 신건은 감정가를 웃돌 정도로 응찰자가 몰리지만 수도권 외곽 지역이나 빌라 등은 찾는 사람이 없다”며 “투자자보다는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과 갈아타기 등의 수요가 높기 때문에 지역·물건별 온도 차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