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이슈 브리핑
‘자발적 탄소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개선방안들이 실험대에 오르고 있다.   사진=베라 홈페이지
‘자발적 탄소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개선방안들이 실험대에 오르고 있다. 사진=베라 홈페이지
2021년 맥킨지 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자발적 탄소시장’은 2030년까지 2020년(1억 톤 수요) 대비 15배(15억 톤 수요) 성장해 시장규모가 500억 달러(약 65조원)에 달하고, 2050년까지 100배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보고서가 나온 직후인 2022년과 2023년 자발적 탄소시장은 배출권의 품질 문제, 그린워싱 이슈 등 논란이 불거지며 혼돈의 시기를 맞았고,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다.

2024년은 자발적 탄소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개선 방안이 실험대에 오르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NEF는 최근 보고서에서 자발적 탄소시장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해 시장을 전망했다. 탄소배출권 품질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고 기업의 주요 감축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고품질 탄소배출권의 가격은 2030년 20달러/tCO2, 2050년에는 238달러/tCO2까지 상승하고, 2050년 자발적 탄소시장 규모는 1조 달러(약 1300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질적 감축 효과 있나?

반대로 탄소배출권 품질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을 경우, 자발적 탄소시장은 그린워싱 수단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고, 그 수요는 불확실해질 수 있으며, 탄소배출권 가격은 2030년 13달러/tCO2, 2050년에도 14달러/tCO2으로 2050년 시장규모는 340억 달러(약 44조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유엔(UN) 또는 정부로부터 부여받은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 실적인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시장을 의미한다. 고객사,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기업활동 과정의 온실가스배출량 공개와 탄소중립 등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과 그 달성 과정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하면서 자발적 탄소시장이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의 중요한 수단 중 하나로 관심을 받게 됐다.

이해관계자들이 요구하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준과 감축 속도가 기업의 현실(기술 및 경제적 측면에서)과 맞지 않다면 기업은 목표를 낮추고 감축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자발적 탄소시장을 통해 기업 외부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그 실적을 활용해 기업의 감축목표를 상향하고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면, 자발적 탄소시장은 민간의 기후 재원을 규모 있게 조달해 글로벌 넷제로를 기한 내 달성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하지만 자발적 탄소시장 규모가 커지고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부정적 의견은 공급과 수요로 나눌 수 있다.

공급 측면의 이슈는 배출권 품질에 대한 것으로,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거래되는 탄소배출권이 실질적이고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량인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가장 많은 탄소배출권을 공급하는 상위 50개 사업 중 39개(78%)가 추가성(additionality)이 없거나 감축량이 과다 산정되는 등 문제가 있어 실질적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수요 측면의 이슈는 자발적 탄소시장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오염자들이 자체적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미루고 탄소배출권을 활용해 쉽게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그린워싱 행위를 촉진하는 수단이 된다는 비난이다.

고품질 배출권 기준 만든다

수요와 공급 측면의 문제점이 동시에 겹치면(즉 기업이 자체 감축은 하지 않고 저품질의 탄소배출권을 활용해 넷제로로 가는 노력을 하는 것처럼 홍보), 자발적 탄소시장은 실제로 온실가스는 감축하지 못하면서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만 늦춰 넷제로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도 타당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IPCC 2018년 특별 보고서에 따르면, 1.5℃ 목표를 달성(67% 확률로)하기 위해 전 세계가 2018년부터 2050년까지 배출할 수 있는 탄소예산(carbon budget)은 5700억 톤이다. 현재 수준으로 배출하면 12년 후인 2030년이면 탄소예산은 고갈되고 1.5℃ 목표 달성은 불가능해진다. 대규모의 신속한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이 절박한 상황이다.

맥킨지 컨설팅 분석에 따르면,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투자금 중 부족한 금액은 41조 달러(약 5경3300조원)에 이른다. 기업들은 지금 당장 대규모로 자체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실천하고, 국제기구와 정부가 대규모 재정을 출현해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신속히 지원한다면 자발적 탄소시장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여러 가지 이유(상용화된 기술의 부재, 경제성 없는 감축 수단)로 당장 대규모 감축이 어렵다고 하고, 정부와 국제기구는 기후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아까운 시간만 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들이 1.5℃ 경로에 맞게 도전적 목표를 선언하고 자체적으로 경로를 달성하기 어렵다면, 일부는 고품질 탄소배출권을 구매(또는 투자로 확보)해 목표를 이룰 수도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이때 현실적인 넷제로 솔루션이 될 수도 있다.

앞서 지적된 자발적 탄소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 탄소시장 청렴위원회(ICVCM)에서는 고품질 탄소배출권의 기준인 CCP(Core Carbon Principle)를 개발 중이다. 2024년 7~8월에 1차로 CCP 기준을 만족하는 탄소배출권의 유형을 발표할 계획이다. CCP 기준을 만족하는 탄소배출권이 그린워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면 침체된 자발적 탄소시장이 다시 한번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ICVCM의 CCP가 자발적 탄소시장의 공급 측면 문제를 개선한다면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이니셔티브(VCMI)는 수요 측면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탄소중립 또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외부에 공개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실행 규범(Code of Practice)을 제공한다. 기업은 VCMI가 제시하는 4단계 절차를 통해 자발적 탄소배출권을 활용한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투명하고 명확하게 외부에 공개할 수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 넷제로의 솔루션인가, 장애물인가


완벽하지 않지만 포기할 수 없는

자발적 탄소시장이 넷제로의 걸림돌이라고 비난하는 주요 이유는 탄소배출권은 기업들이 자체적인 감축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면죄부를 제공해 넷제로 달성을 더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탄소배출권을 사용하는 기업의 자체적 온실가스 감축률이 더 높았다.

탄소배출권 품질 평가 전문 기관인 실베라는 항공, 에너지, 제조, 금융 등 9개 업종의 102개 글로벌 기업(51개는 탄소배출권 활용, 51개는 미활용)의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온실가스배출량(스코프 1·2) 변화를 비교했다. 비교 결과 102개 기업 전체, 탄소배출권을 사용하는 51개 기업 그리고 탄소배출권을 사용하지 않는 51개 기업의 연평균 자체 감축률은 각각 4.9%, 6.2%, 3.4%로, 탄소배출권을 활용하는 기업의 자체적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1.8배 높았다.

자발적 탄소시장이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완벽하지 못한 도구라고 포기하기에는 기후변화 위기가 절박하다. 파리협정 1.5℃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하다. 국제기구와 국가들이 대규모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발적 탄소시장은 기업과 개인의 규모 있는 탄소금융을 조달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다. 탄소배출권을 사용하는 활동을 모두 그린워싱으로 폄훼하고 비난하기보다는 기업들이 도전적 감축목표를 수립하고 잔여 배출량은 고품질 배출권을 활용해 탄소중립을 조기 달성하도록 독려하고 투명한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상선 에코아이 탄소배출권사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