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군사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의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 중국과 러시아를 염두에 둔 조치지만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경제산업성이 ‘안전보장무역관리 규제’를 강화해 조만간 열리는 수출관리 심의회에서 구체안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28일 보도했다. 중국 러시아 미얀마 등 긴장 관계에 있는 국가에도 북한 이라크 등 무기 수출 금지국과 비슷한 수준의 수출 규제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수출 상대국을 △유엔이 무기 수출 금지국으로 분류한 국가(북한 이라크 등) △일반 국가(중국 러시아 미얀마 등) △수출관리를 신뢰할 수 있는 우방국가(한국 미국 영국) 등 3단계로 분류했다.

이번에 규제가 강화되면 일본 기업들은 범용제품을 중국 러시아 같은 일반 국가에 수출할 때도 무기 개발에 활용될 가능성이 없는지 의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한국 미국 영국 같은 우방국 관련 제품이 우회 루트를 통해 제3국에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정부의 수출허가를 받도록 할 방침이다. 이는 중국 러시아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에 보조를 맞추는 조치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에 활용될 수 있는 첨단소재와 정밀 공작기계 등은 이미 수출규제 리스트에 올려 관리하고 있다. 일본 기업이 이 제품을 수출하려면 판매 국가와 관계없이 경제산업성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규제 강화를 통해 상대적으로 정밀도가 떨어지는 범용제품으로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게 일본 정부의 방침이다. 일본의 공작기계와 통신기계는 범용품이지만 일반적인 무기와 표준 장비품, 무인항공기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 리스트에 오르지 않은 제품들도 대상 국가나 단체가 안전보장상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경제산업성에 허가받도록 요구하는 제도를 2008년 도입했다. 도입 당시만 해도 무역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규제 대상국과 단체 지정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중 마찰 등 국제 안보 환경이 급변하자 대상국을 늘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