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돈 되는 ESG ETF - 행동주의 관련 ETF
지난 2023년 3월 15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3년 3월 15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 사진=연합뉴스
행동주의의 계절이 돌아왔다.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화되는 시기인 3월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법상 주주제안 안건은 주주총회가 실시되기 6주 전까지 상장기업에 전달되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정기 주주총회가 3월 중에 진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주주제안을 위한 사전 준비는 1월 중 본격화될 수밖에 없다.

주주행동주의는 기관투자자나 일반주주, 사모펀드 등 주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의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의미한다. 통상적인 주주행동주의의 목적은 성과가 낮은 기업의 경영활동에 적극 개입하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회사 자본의 재배치를 추진하거나 주주와 경영자 간에 발생하는 대리인 문제 등을 완화해 경영 성과를 제고함으로써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있다.

최근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2023년 1분기 동안 전 세계에서 133건의 새로운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이 시작됐다. 이는 최근 4년 평균인 108건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불확실한 거시경제 환경에서도 주주행동주의 움직임은 계속된 것이다. 주주행동주의 확산은 캠페인이 진행된 지역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이 38%, 아시아가 31%, 유럽이 28%, 캐나다가 3%의 비중을 차지한다.
ETF 투자로 참여하는 주주행동주의
우리나라 주주행동주의는 과거 외국계 자본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상법 개정과 2016년 스튜어드십 코드 소개, 2018년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계기로 2020년 이후 국내 자본을 주축으로 행동주의 펀드가 등장하면서 더욱 확산되었다. 소극적 주주로서 상장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경영활동은 회사 임원에게 일임한 채, 경영 성과에 따른 주가 상승효과와 배당소득만을 취하던 모습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엑손모빌 이사회에 진입한 엔진넘버원

적극적 주주가 되고 싶은 투자자라면 ETF 투자를 통해 주주행동주의에 동참할 수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ETF는 크게 ESG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와 유망한 ESG 종목을 선택하는 액티브 ETF로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ETF만큼 다수는 아니지만 드물게 ‘직접적 경영 참여’, ‘ESG 가이드라인에 따른 의결권 행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행동주의 ETF가 있다.
ETF 투자로 참여하는 주주행동주의
주목할 첫 번째 ETF는 미국에서 상장한 엔진넘버원 트랜스폼 500 ETF(Engine No.1 Transform 500 ETF, VOTE)다. 이 ETF는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알려진 엔진넘버원이 출시한 최초의 ETF로, 2022년 출시 전부터 시장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VOTE ETF 운용사인 엔진넘버원은 지배구조뿐 아니라 ESG 이슈 전반에 주주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한다. VOTE ETF가 출시 당시 주목받은 이유는 ETF 출시에 앞서 운용사인 엔진넘버원의 엑손모빌을 상대로 한 적극적인 경영 관여 사례가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2021년 5월, 엔진넘버원은 당시 엑손모빌 지분을 0.02%만 보유하고 있었으나 적극적인 캠페인과 함께 블랙록 등 대형 기관의 지원 속에 엑손모빌 이사회 내 신규 이사 자리를 확보하며 지배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한 첫걸음에 성공했다. 신규 선임 이사 4명 중 3명이 기후변화 전문가였는데, 모두 엔진넘버원이 추천한 이사였다. 그 과정에서 블랙록 등 많은 자산운용사와 의결권 자문사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운용 규모 2억5000만 달러 수준의 헤지펀드가 미국 초대형 기업인 엑손모빌 이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한 점, 수익률을 가장 중시하는 헤지펀드에서 ESG 요소를 강조한 점은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국내도 행동주의 ETF 첫 등장

두 번째 행동주의 ETF는 ACTV다. ACTV 역시 VOTE와 함께 미국에서 상장했다. 큰 범주에서 두 ETF는 모두 행동주의 ETF로 분류되지만, 투자전략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VOTE는 미국 대형주 지수를 추종하는 반면, ACTV는 주요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투자한 종목을 스크리닝해 투자하는 액티브 ETF다. 이미 행동주의 투자자의 타깃이 된 기업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미국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정한 13D 규정에 따라 적극적 주주관여를 위해 지분 5% 이상을 확보한 경우 이를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ACTV는 이를 활용해 투자 대상이 될 기업을 선별하고 주요 헤지펀드와 유사한 포지션을 구축한다.

국내에서도 행동주의를 타깃으로 하는 최초의 ETF가 2023년 12월에 출시됐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TRUSTON주주가치액티브 ETF’다. 행동주의 활동을 통해 주주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에 집중투자하는 전략으로 낮은 주주환원율 등을 이유로 본질 가치 대비 주가가 현저히 저평가된 기업 중 주주환원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거나 주주행동주의의 타깃이 됐거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 ETF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국내시장에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주주 가치 제고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행동주의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는 만큼 향후 ETF를 비롯한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ESG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