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실패' 미국에도 일부 책임…우선순위서 밀리고 위협 감지도 못해"

이스라엘이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허를 찔린 것과 관련, 미국 정보당국도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 전·현직 관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미 정보기관들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하마스를 비롯해 폭력적인 팔레스타인 단체들에 대한 감시 활동을 거의 중단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 사안에 정통한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 정보당국이 9·11 테러를 자행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 지도자들을 추적하는 데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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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가 미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다른 시급한 첩보활동에 부담을 준다는 판단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의 위협 감지 책임을 이스라엘에 모두 떠넘기는 결과를 불러왔다는 설명이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미국인 30명 이상이 숨지고 10명이 실종된 한편 이스라엘 지원을 위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군사 장비가 중동으로 향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을 고려할 때 미국이 애초 자국 안보에 대한 위협을 오판했다는 것이 일부 미 관리들의 지적이다.

미 관리들은 하마스가 이스라엘 국경 방어선을 뚫고 들어가 1천400명 이상을 살해한 기습에 대해 이스라엘과 미국 정보기관 모두 사전 경고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대테러 작전을 맡았던 마크 폴리메로풀로스는 "대부분 이스라엘이 지고 있는 정보 실패의 측면에서 미국도 책임을 일부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전현직 관리들은 주로 CIA를 중심으로 한 미 정보기관들이 하마스의 공격 전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일어난 일들을 추적하는 소수의 분석가를 두고 있었지만, 인적 자원을 이용해 하마스 내부에 침투하고 도청으로 감시하는 데는 이스라엘에 의존했다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하마스의 기습 직전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중동은 계속 끊임없는 도전에 시달리고 있지만 지난 수십년간의 상황보다 더 조용하다"고 평가했다.

이는 미국이 하마스의 위협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하마스와 가자지구는 지난 2월 발간된 미 국가정보국(DNI)의 연례 위협평가 보고서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총예산이 약 900억달러(122조원)에 이르는 미 정보기관들은 복잡한 공식 절차를 통해 첩보활동 대상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미 관리들은 최근 몇 년간 중국에 더 많은 첩보 활동 자원을 집중시킨 반면 중동에는 줄였다고 말했다.

정보 수집 우선순위는 기밀로 돼 있는데,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테러는 이 리스트의 맨 아래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위권에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한 전직 관리는 전했다.

그러나 일부 관리들은 미 정보기관들이 적절히 훈련받고 대처하고 있다며 이같은 정보 실패 비판론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