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핫 종목 - 삼성엔지니어링
말레이시아 사라왁(Sarawak) H2biscus 프로젝트. 사진=삼성엔지니어링 제공
말레이시아 사라왁(Sarawak) H2biscus 프로젝트. 사진=삼성엔지니어링 제공
여러 설비를 종합적으로 설치하는 플랜트 사업은 한때 대한민국의 성장산업으로 여겨졌다. 세계 곳곳에서 우리 기술로 지은 대형 플랜트 사업 현장이 신문 1면을 장식했다. 특히 석유화학 플랜트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역할은 지대했다. 한국 기업이 없으면 전 세계 플랜트가 돌아가지 않을 정도였다.

그 중심에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있었다. 2005~2007년 3년간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11배 넘게 뛰었다. 2008~2009년 금융위기가 끝난 뒤에도 회복세가 가팔랐다. 2010~2011년에도 주가가 2년간 2배 넘게 오른 이유도 그런 성장성을 반영한 결과였다. 하지만 플랜트 사업은 이후 과잉 투자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 위기를 겪으며 고꾸라졌다. 곳곳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요동쳤던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도 따라 움직였다.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2011년 7월 17만5000원 최고점대에서 2015년 말 8000원대까지 5년 가까이 20분의 1토막이 나며 그야말로 플랜트 주가 잔혹사를 써 내려갔다. 플랜트는 이제 투자자들 사이에 리스크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놓고 기다리는 성장산업이 아닌, 단기 수주 등 이벤트로 움직이는 테마주로 전락했다.

그런데 삼성엔지니어링 주가가 올 들어 40% 넘게 오르는 등 중장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석유화학 플랜트가 10여 년 전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를 끌어올린 힘이었다면, 지금은 친환경 플랜트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서서히 반영되고 있다. 최근 ESG 투자자들이 삼성엔지니어링에 주목하는 이유다.

그린 수소 등 친환경 플랜트는 수년 전부터 다른 플랜트사에서도 신사업으로 꾸준히 추진해온 것이다. 하지만 쉽게 가시화한 업체는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됐다. 친환경 플랜트가 확대되면서 돈을 제대로 벌 수 있는 회사가 어디인지 투자자들이 구별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이 본격적 주가 재평가 구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친환경 플랜트 본격화
올 들어 주가 40% 상승…친환경 플랜트로 재도약
9월 초 삼성엔지니어링이 진행한 신사업 관련 발표에서는 친환경 플랜트에 대한 구체적 일정과 계획이 공개됐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친환경 플랜트에 투자했던 것들이 점차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며 “성장에 대한 기대가 낮은 건설 업종 내에서 신사업을 구체화하면서 차별적 평가를 받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진행하는 대표적 대형 친환경 플랜트는 4개로 정리된다. 우선 말레이시아 H2Biscus 사업이다. 블루·그린 암모니아와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플랜트다. 올해 1분기 타당성조사를 완료하고 2분기 기본설계(FEED)에 들어갔다. 플랜트 사업은 통상 ‘개념설계-기본설계(FEED)-상세설계(Engineering)-구매(Procurement)-시공(Construction) -시운전-유지보수' 순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을 EPC라고 한다. FEED-to-EPC는 기본설계부터 EPC 사업 전체를 수주하는 전략이다. 말레이시아 H2Biscus 사업은 내년 말 20억 달러 규모의 EPC 전환을 앞두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직접투자부터 건설, 운송, 활용까지 프로젝트 전체를 이끌고 있다. 수주 구체화에 따른 주가 움직임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두 번째는 말레이시아 셰퍼드(Shepherd) CCS 플랜트다. 국내 발생 탄소를 포집해 말레이시아 폐유전과 가스전에 저장하는 사업이다. 타당성조사를 완료하고 사전 기본설계를 추진하고 있다. 오만의 하이드롬 PJT(Hydrom PJT)는 태양광·풍력발전 기반의 그린 수소 등을 생산하는데 2025~2026년 최종 투자 결정이 예상된다. 또 지속가능항공유(SAF) 생산을 위한 말레이시아 SAF EPC 프로젝트(5억 달러) 공개입찰에도 참여했다. 유럽과 미국에도 FEED-to EPC 프로젝트가 1건씩 진행 중이다.

올 들어 주가 40% 상승…친환경 플랜트로 재도약


친환경 기술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4개, 올해 1개 벤처 기업에 투자해 친환경 플랜트 관련 기술을 확보했다. 탄소포집·저장(CCS), 블루 암모니아, 수전해 기술, 암모니아 합성분해 등 수소 관련 기술이 많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 주가가 향후 구조적으로 상승하는 핵심 동인은 전통적 사업영역의 수주, 업황 개선이 아닌 친환경 플랜트 분야의 성장이 될 것”이라며 “원천기술 확보가 늦었던 화공 분야와 달리 삼성엔지니어링이 해외 기업 대비 차별적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원천기술 확보, 프로젝트 개발에 앞서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장 연구원은 특히 삼성엔지니어링은 해외 발주처와 한국 기업을 연결하며 능동적으로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주가 전망은

올해 상반기 해외 수주가 부진하다는 점은 부정적 요인이다. 연간 목표인 12조원 수주 달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신사업이 부각되더라도 전통 산업의 수주 상황이 좋지 않으면 주가 상승 제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내년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8881억원으로 올해 전망치보다 9.3% 줄어드는 것도 확인해야 할 수치다.

다만 중장기 주가 전망은 긍정적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목표 주가 평균은 4만2100원으로, 1년 전 3만원보다 40% 높아졌다. 지난 1년간 주가 상승률이 50%였던 만큼 주가 흐름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다. 증권업계는 여전히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주로 전통산업의 실적과 연동되는 12개월 선행 주가 수익비율(PER)도 8.9배로 1년 전과 같은 수준이다. 주가는 올랐지만 밸류에이션 부담은 높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화공 플랜트 수주 실적과 외국인 수급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높을 수 있다”며 “내년도 수주 전망과 주가 레벨업 기대를 반영해 긴 호흡으로 매수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윤상 한국경제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