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매체 보도…"러군 최고위 장성 수로비킨 구금…프리고진 편에 서"
"용병 철군 직후인 25일 체포돼 레포르토보 구치소 수감" 소식도
"반란 연루설 '아마겟돈 장군' 체포"…푸틴 배신자 숙청 신호탄?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반란 계획에 동조하거나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는 러시아군 최고위 장성이 당국에 체포됐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 매체 모스크바타임스는 28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와 가까운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전 총사령관을 지낸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 항공우주군 총사령관(대장)이 반란 사태와 관련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그의 체포가 "프리고진과 관련해 이뤄졌다.

명백하게 그는 이번 반란에서 프리고진 편에 섰다"며 수로비킨이 당국의 통제 아래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수로비킨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내부에서도 해당 정보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수로비킨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언급했다.

앞서 이날 러시아 군사블로거 블라디미르 로마노프는 바그너 그룹의 철군 다음 날인 지난 25일 수로비킨이 체포됐으며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구치소에 수감돼있다고 전했다.

반정부 성향 라디오 방송 '에호 모스크비'(모스크바의 메아리)의 알렉세이 베네딕토프 보도국장은 수로비킨이 지난 3일간 가족들과 연락하지 않았으며 그의 경호원들도 응답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을 텔레그램에 올렸다.

앞서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관리들을 인용해 수로비킨이 바그너 그룹의 반란 계획을 미리 알았으며, 그가 군 핵심부에서 반란 실행을 도왔을 가능성에 대해 미국 정보당국이 파악 중이라고 27일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많은 추측과 가십 등이 있으며 이 역시 그런 예 중 하나"라고 NYT 보도 내용을 일축했다.

그러나 친정부 성향의 러시아 군사 전문 텔레그램 채널 '리바리'는 이번 반란과 관련해 숙청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리바리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의 반란을 막는 데 있어 '결단력 부족'을 보인 군 인사들을 당국이 색출해내려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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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비킨은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전 총사령관을 맡았다가 올해 1월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과 교체돼 부사령관으로 밀려난 인물이다.

지난해 가을 러시아군이 점령지 우크리아나 헤르손에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총사령관직을 맡은 그는 쉽지 않은 퇴각 작전을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3개월 만에 경질된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수로비킨이 바그너 그룹 수장 프리고진의 지지를 받아왔다는 점에서 러시아군 수뇌부에 적대적인 프리고진에 대한 경고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수로비킨은 시리아 파견부대 사령관이던 시절 현지에서 프리고진과 함께 일하며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고진은 "수로비킨은 러시아 군에서 가장 유능한 지휘관", "조국에 충성하며 봉사하기 위해 태어난 인물" 등으로 그를 극찬한 바 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새뮤얼 라마니 부연구원은 수로비킨이 우크라전 총사령관에서 밀려났어도 러시아군 내에서 여전히 지지를 받고 있다며 이들 중 일부가 수로비킨의 명령을 받고 프리고진의 반란 시도를 도왔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로비킨은 우크리이나전 남부군 사령관을 잠시 맡기도 했는데 관할 지역에는 이번 반란에서 바그너 그룹이 거점으로 삼은 로스토프나도누가 있다.

육군 출신으로 러시아군 내 강경파를 대표하는 수로비킨은 러시아 동부 군관구 사령관과 시리아 파견부대 사령관 등을 역임한 백전노장이다.

1987년 임관해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으며 체첸 분리주의자 진압, 시리아 내전 등에서 잔인함과 유능함을 함께 발휘해 '아마겟돈 장군', '시리아 도살자' 등으로 불린다.

2017년 러시아군의 시리아 원정을 이끌었을 때는 민간인과 군인을 가리지 않고 반군 지역에 무차별 폭격을 가했으며,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을 공모했다는 혐의를 받는 등 전쟁범죄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1991년 8월 옛 소련에서 보수파가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민주화 요구 시위대에 발포 명령을 내려 3명을 숨지게 한 것으로도 악명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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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