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무언의 지지' 보여줘…군 통제 위해 계속 기용"
난리통엔 안보이더니…언론 전면에 등장한 쇼이구 러 국방장관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이 모스크바 턱 밑까지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세르게이 쇼이구(68) 러시아 국방장관이 반란 사태가 일단락된 뒤 연일 언론에 등장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안정과 통제가 회복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쇼이구 장관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쇼이구 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부패하고 무능한' 군 수뇌부로 지목하며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

NYT는 26일 오전에 공개된 쇼이구 장관의 군부대 방문 영상을 두고 쇼이구 장관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무언의 지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일각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일부 군사 블로거들은 묵음 처리된 이 영상이 프리고진이 이끄는 무장 반란이 일어나기 전인 지난 23일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난리통엔 안보이더니…언론 전면에 등장한 쇼이구 러 국방장관
쇼이구 장관은 군부대 방문 영상이 공개된 이날 푸틴 대통령이 주재한 최고 안보 책임자 회의에도 참석했다.

러시아 국영 TV에 방영된 회의 영상에는 쇼이구 장관이 고개를 숙인 채 손을 모으고 앉아 있는 모습이 담겼다.

쇼이구 장관은 이어 다음날 푸틴 대통령이 반란 사태 진압과 관련해 군인들을 치하하는 연설을 할 때도 자리를 지켰다.

이후 그는 러시아를 방문한 쿠바 국방부 장관과 회담했다.

러시아 국방 전문 TV 채널 '즈베즈다'에 따르면 쇼이구 장관은 "미국이 수십년간 쿠바에 대한 불법적인 무역·경제 봉쇄를 가하는 상황에서 쿠바를 돕고 쿠바 친구들에게 어깨를 빌려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난리통엔 안보이더니…언론 전면에 등장한 쇼이구 러 국방장관
쇼이구 장군과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푸틴 대통령의 측근으로, 신뢰를 받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최근 몇 달 동안 대부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고도로 연출된 모습만 공개해왔다고 NYT는 지적했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반란 사태 이후 아직 대중에 연설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쇼이구 장군과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반란 사태 전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과 관련해 러시아 주요 인사들로부터 비판받아왔다.

러시아 자치공화국 체첸의 수장 람잔 카디로프는 러시아가 동부 전선의 핵심 요충지인 도네츠크주 리만에서 퇴각한 뒤 지난해 10월 러시아 군 수뇌부가 '무능한 장군'을 감싸왔다며 "이제 그를 전선으로 보내 피로서 수치심을 씻게 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러시아 집권 통합러시아당의 강경파 안드레이 구룰료프 하원의원도 비슷한 시기에 군 수뇌부를 겨냥해 "그들은 여전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장악하지도 못하고 있다"며 "총참모부에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가을 차량 폭발로 딸을 잃은 극우 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은 이번 반란 사태와 관련해 "이 상황을 가능하게 만든 사람들, 반란을 일으킨 사람들, 이를 막지 못한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시작됐을 때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사람들은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난리통엔 안보이더니…언론 전면에 등장한 쇼이구 러 국방장관
2012년 국방부 장관에 오른 쇼이구 장관은 푸틴 대통령과 사냥 등으로 함께 다니며 친분을 과시해왔지만, 군 복무를 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적합한 인사가 아니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유능한 군인으로 평가받지만, 상부에서 내려오는 결정을 순순히 실행할 적임자로 총참모장으로 임명됐다는 해석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 신문은 푸틴 대통령이 군을 자신의 통제하에 두기 위한 수십 년에 걸친 노력의 하나로 두 사람을 계속해서 책임자 자리에 뒀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안보 전문가인 안드레이 솔다토프는 "러시아의 역설"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30년간 가장 비참한 전쟁에서도 인기 있는 장군들이 나왔다는 것을 기억하는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군을 정치적으로 대표하는 상당히 약하고 타협적인 인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