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투자수익률이 급락한 수익형 부동산이 외면받고 있다. 텅 비어 있는 경기 하남의 대로변 지식산업센터 1층 상가 모습.  김범준 기자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투자수익률이 급락한 수익형 부동산이 외면받고 있다. 텅 비어 있는 경기 하남의 대로변 지식산업센터 1층 상가 모습. 김범준 기자
지난 14일 찾은 경기 하남의 한 지식산업센터는 1층 대로변 상가 20실 중 중개업소와 분양홍보관 각 1실을 제외한 18실이 비어 있었다. 지난해 1월 후 약 1년째 업무시설과 상업시설 임차인을 구하고 있다.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상가의 80%가량이 공실인데 임차 문의조차 없다”고 말했다.

상가와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 이른바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임대 수익이 대출 이자에 못 미치다 보니 그야말로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하고 있어서다. 관리비와 대출 이자를 빼면 수익은커녕 마이너스인 셈이다. ‘거래 가뭄’까지 겹치면서 손절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매매가·임대료 모두 초토화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서울 단지 내 상가 평균 매매가격은 3.3㎡당 4947만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6279만원)에 비해 21% 떨어졌다. 서울의 단지 내 상가 1층 전용 33㎡를 사려면 1년 전엔 평균 6억2000여 만원이 필요했는데, 현재는 4억9000만원이면 매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인천 단지 내 상가는 평균 4254만원에서 3629만원으로, 경기는 4091만원에서 3971만원으로 내렸다.
아파트 거주민을 배후 수요로 둔 단지 내 상가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혔다. 하지만 올 들어 서울 핵심 지역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지난달 28일 25개 점포를 입찰한 강남구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단지 내 상가는 44%인 11개가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인천과 경기 상황도 비슷하다. 인천의 오피스 상가(3.3㎡당 4473만원→3668만원)와 경기의 복합쇼핑몰(5535만원→4897만원) 매매가격도 같은 기간 각각 18%, 11% 하락했다. 분양 당시 투자자가 몰렸던 경기도 내 지식산업센터에선 마이너스 프리미엄 물건이 수십 개씩 나와 있다. 하지만 투자자의 발길은 뚝 끊겼다. 고양 덕양구의 한 지식산업센터 전용 177㎡는 분양가보다 4000만원 내린 10억9000만원에 나와 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적정 상가 비율은 가구수의 4% 미만인데 인천 송도와 검단, 경기 동탄, 위례 등은 5~6% 수준”이라며 “고금리뿐 아니라 공급과잉과 경기 침체로 수익형 부동산 시장이 찬밥 신세”라고 지적했다.

“세입자 들어와도 수익 못 내”

수익형 부동산이 투자자에게 외면받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 하락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저리로 대출받아 수익형 부동산을 매입했다. 문재인 정부 때 아파트 대출 규제가 엄격했지만 지식산업센터와 오피스텔은 분양·매매가격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2021년까지 수익형 부동산 시장이 저금리와 규제 반사이익이 겹쳐 거래량과 매매가 모두 고공 행진한 이유다.

하지만 고금리는 수익형 부동산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대출 금리가 3%일 때는 수익률이 대략 5%여도 2%의 수익이 남지만 금리가 6%면 오히려 손해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남의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작년까지 지식산업센터 전용 132㎡ 기준 월 임대료가 200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140만~150만원 수준”이라며 “대출받은 임대인은 관리비를 포함한 이자 부담이 월 300만원 가까이 돼 입주자를 들여도 손해 보는 상황”이라고 했다.

경기 침체 우려로 임대료가 낮아지고 공실률도 치솟아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양재역 근처 중대형 상가(3층 이상 또는 연면적 330㎡ 초과) 공실률은 작년 1분기 8.3%에서 4분기 16.9%로 두 배 올랐다. 서울 을지로 중대형 상가 공실률도 같은 기간 8.9%에서 15.1%로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수익형 부동산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수민 부동산플래닛 대표는 “수익형 부동산 시장이 악화하면서 인근 지역의 수급과 가격 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금리 안정기에 접어들더라도 입지 여건과 임차 수요 등을 꼼꼼히 따져야 낭패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인혁/심은지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