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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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은 불닭볶음면에 김 넣고 바나나우유."

신한투자증권이 17일 장중 내놓은 리포트 제목이다. 실제로 증시에서는 라면과 김, 우유 제조사 주가의 급등이 돋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전일보다 10만3000원(29.99%) 뛴 44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약세 마감한 가운데 주가는 개장 직후 상한가를 기록한 뒤 거래시간 내내 아랑곳하지 않고 이 가격을 유지했다.

상장 이후 사상 최고가로 마감한 것인데 시가총액도 3조3635억원까지 불어났다. 하루 사이 시가총액이 7759억원 는 셈이다. 반대로 기존 라면 대장주였던 농심은 5%대 하락하면서 시총 2조4270억원을 기록했다. 농심과의 시총 격차는 9365억원까지 벌어졌다.

포털 등의 삼양식품 종목토론방은 '잔칫집' 분위기다. 투자자들은 "이게 K-라면의 힘이다", "이걸 내가 왜 팔았을까, 정말 아깝다", "불닭 좋아해서 샀더니 이런 횡재 맞을 줄이야", "라면기업 삼양이 상한가를 가다니…이게 현실 맞나 안 믿겨진다", "오늘 저녁은 무조건 불닭에 바나나맛우유" 등 의견을 보였다.

삼양식품 주가는 앞선 5거래일간에도 상승세를 이어왔는데, 전일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성적표가 수치로도 확인되면서 엿새 째인 이날 큰 매수세가 쏠렸다. 삼약식품은 시장 예상을 훌쩍 넘은 호실적을 발표했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회사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3857억원, 영업이익 80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에서 매출 신장률이 높았다. 미국 내 월마트, 코스트코 등 주류 채널 입점이 늘었고 까르보불닭볶음면이 인기몰이를 하며 삼양아메리카 매출은 209.8% 증가한 5650만달러(약 760억원)로 나타났다.

기대 이상의 실적에 증권가도 개장 전 낸 리포트들에서 눈높이를 확 높였다. 한화투자증권은 삼양식품의 목표주가를 기존 30만원에서 60만원으로 100% 상향한다고 밝혔다. DS투자증권도 삼양식품의 목표주가를 기존 26만원에서 50만원으로 92%로 상향하면서 두 배 수준의 가격을 적정주가로 내놓았다.

증시에서 웃은 종목은 삼양식품뿐만이 아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음식료업 지수는 4.41% 올랐다. 전 업종 통틀어 이날 최대 상승폭이다.

건강기능성식품 전문 기업인 에스앤디는 코스닥시장에서 상한가로 장을 끝냈다. 'K-컬처' 흐름 속 'K-푸드'의 전 세계적인 열풍으로 인한 수요 확대의 수혜를 받을 것이란 호평이 나오면서다. 시가총액은 890억원에서 1156억원으로 하루 사이 약 266억원 불어났다.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빙그레도 해외에서 '바나나맛우유' 신드롬을 일으키며 해외 매출 증가 추세를 보이자 주가가 급등했다. 빙그레는 16.8% 뛴 8만8300원에 장을 끝냈는데 이는 52주 신고가다.

빙그레의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009억원, 21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5%, 65.1% 증가한 수치다. 냉장품목에서 내수가 지난해보다 1.8%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수출은 34% 성장했다. 대부분 '바나나맛우유' 수출이 기여한 것으로 중국 외에도 미국으로의 수출이 특히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김 관련주도 큰 폭 올랐다. 해외에서 김밥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김값이 급등하자 제조사들 몸값도 올라간 것이다. 사조씨푸드CJ씨푸드는 각각 12.33%, 11% 급등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검은 반도체 격인 '김' 매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내수 소비에서 해외 매출이 확대되는 수출 중심의 음식료주 대부분이 'K컬처' 수혜를 입고 강세를 보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도 "음식료주가 원재료 값이 올라간 데 이어 제품가격 인상효과를 보면서 줄줄이 호실적을 냈다"며 "오랜 시간 잠잠했던 관련주들이 삼양식품과 빙그레의 '깜짝실적'을 계기로 강한 모멘텀을 받고 있다"고 짚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