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로 대관식 왕관 착용…인도 반발로 내년엔 재검토설

英커밀라 왕비 대관식 때 '식민지 피눈물' 다이아 왕관 쓸까
내년 봄으로 예정된 대관식에서 커밀라 영국 왕비가 전례대로 '코이누르 다이아몬드'가 박힌 왕관을 착용할지 여부를 왕실 관계자들이 재검토중이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2일(현지시간) 전했다.

20세기 들어 영국 왕비들이 대관식에서 이 보석을 착용하는 전통이 생겼으나, 이 보석이 인도가 제국주의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던 시절 '피눈물'의 상징이므로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이누르 다이아몬드는 105.6 캐럿(21.12g)짜리 보석으로, 보석으로 세공된 다이아몬드들 중 세계에서 가장 큰 것 중 하나이며 채굴된지는 약 1천년이 됐다.

영국 왕실 손에 들어간지 170여년이 된 이 보석은 인도 등 옛 영국 식민지 출신 주민들에게 영국의 침략과 잔혹한 식민지배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인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란 등도 이 보석의 소유권을 주장한 바 있으나, 영국 측은 이를 일축하고 있다.

이 보석이 속한 로열컬렉션을 관리하는 재단인 로열컬렉션트러스트는 시크 제국의 마지막 황제(마하라자) 둘리프 싱이 만 10세 때인 1849년 동인도회사에 의해 폐위되면서 체결한 '(1849년 최종) 라호르 조약'에 따라 이 보석이 영국 빅토리아 여왕에게 바쳐졌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 보석은 1851년 영국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 전시됐다가 1852년에는 다시 세공돼 빅토리아 여왕의 장신구용 보석으로 쓰였다.

이 과정에서 191 캐럿(38.2g)이던 보석이 또다시 깎여나가 현재의 크기가 됐다.

1877년 '인도 여제' 즉위도 선포한 빅토리아 여왕은 생전에 코이누르를 브로치, 팔찌, 머리띠 모양 왕관, 목에 거는 원형 고리 등 다양한 장신구에 달아서 사용했다.

빅토리아 사후 코이누르 다이아몬드는 영국 왕비들의 왕관에 달리게 됐으며, 20세기 내내 역대 영국 왕비들이 대관식에서 이 왕관을 썼다.

에드워드 7세의 부인인 알렉산드라 왕비가 1902년에, 조지 5세의 부인인 메리 왕비가 1911년에 대관식을 치를 때 이를 썼다.

이어 나중에 엘리자베스 2세의 어머니가 된 엘리자베스 왕대비가 1937년 왕비로서 남편 조지 6세 왕과 함께 대관식을 치를 때도 이 왕관을 썼다.

엘리자베스 왕대비의 2002년 장례 기간에는 이 왕관이 고인의 관 위에 놓여 있었다.

커밀라 왕비는 남편인 찰스 3세 왕과 함께 내년 5월 6일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대관식을 치를 예정이었고, 코이누르 다이아몬드가 박힌 왕관을 쓴 20세기 영국 왕비들의 전통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인도 집권당인 바라티야 자나타 당(BJP)의 공보 관계자는 텔레그래프 기자에게 카밀라의 대관식에서 이 보석이 박힌 왕관이 사용되는 것은 과거 식민지 시대의 고통스러운 기억이 다시 떠오르도록 하는 일이라며 강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 신문은 12일 밤 기준으로 커밀라 왕비의 코이누르 다이아몬드 착용 문제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 상태라는 왕실 취재원들의 말을 인용하면서, 찰스 3세가 현재 분위기를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매우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전통뿐만 아니라 현대도 반영하는 대관식이 되어야 하며, 종교적, 역사적 전통의 핵심 사항은 유지하되 그 외의 사항들은 모두 논의를 거쳐 변경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찰스 3세가 영연방(The Commonwealth)의 수장으로서 국제적 지도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점도 감안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연방에는 영국과 영국 왕실로부터 완전히 독립해 공화국이 된 인도 등과, 영국 식민지가 아니었던 가봉과 토고 등도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다.

커밀라 왕비가 대관식에서 코이누르 다이아몬드가 달린 왕관을 쓰지 않을 경우 대안으로는 주로 두 가지가 거론된다.

이 보석은 왕관에서 탈착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뗀 상태로 왕관을 사용할 수 있다.

또 찰스 3세가 영국 군주 자격으로 보유한 '로열컬렉션'에 포함된 다른 왕관을 쓰는 방법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