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관은 “올해는 1992년 환경과 개발에 관한 리우 선언을 채택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라며 “리우 선언 이후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신기후 체제까지 지속 가능 발전은 꾸준히 진행되며 중요한 환경 의제로 자리 잡았다.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한 친환경 경영 역시 국제적·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권이 ESG 확산의 기폭제 역할을 하면서 변화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및 투자운용사들은 ESG를 투자 기준으로 채택하거나 적용 분야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ESG 활용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정보 공시 의무화도 확산되는 추세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롯한 기후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EU의 경우 금융사를 대상으로 한 지속가능금융공시제도(SFDR)를 지난 2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환경기술산업법에 따라 환경 정보공개 의무화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정점 대비 이행 기간 짧은 한국
또 다른 핵심 의제로는 기후변화와 순환경제가 꼽혔다. 기후 위기 대응은 파리협정 이후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갖고 참여하는 신기후 체제에서 그 영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미국·EU·일본·중국·인도 등 130여 개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기후 위기 대응은 경제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철강·시멘트 등 제품에 무역장벽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바로 그것이다. 기후변화가 경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글로벌 의제로 부상한 것이다.
순환경제는 2013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이후 EU에서 2020년 3월 신순환경제 이행 계획이 수립되면서 지속 가능한 생산, 재생원료 사용 확대 등 구체적 움직임이 확산됐다. 최근 UN에서는 2024년을 목표로 하는 ‘구속력 있는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추진하면서 탈플라스틱에 대한 규제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다. 한 장관은 “자원 이용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투입을 최소화해 선형경제에서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이루기 위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이 같은 상황에서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 가장 큰 과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한국은 지속적 경제성장을 통해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 됐다. 하지만 기후 위기 측면에서 한국을 들여다보면 취약한 경제산업 구조가 드러난다. 한국은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인 제조업 비중이 높은 경제구조다. 제조업 비중이 28.4%인 한국은 미국(11.0%)과 영국(9.4%)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2050 탄소중립’ 달성 기간까지 정점 대비 이행 기간이 짧다는 문제점도 있다. 한 장관은 “선진국의 정점은 1990년대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2018년이 정점이다. 짧은 기간 내 가파른 감축량을 달성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미래세대를 위해 녹색경제로의 전환이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 증가, 국민 건강을 위한 미세먼지 해결, 국민이 재해나 기업의 환경 이슈로 인해 피해 보지 않을 권리 보장, 기업의 발전 저해 등도 해결 과제로 꼽혔다.
새 정부가 내건 국가 비전은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기며, 탄소중립 실현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국정과제로 내놓았다. 한 장관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정책의 기본 방향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새 정부에서 설정한 방향은 크게 과학기술과 혁신에 기반한 환경 정책의 선진화, 소통과 협력을 통한 정책의 현장성과 실용성 향상, 국제 환경 질서에 능동적 대응력 강화 등 3가지다.
NDC 방향 나오나…올해 로드맵 집중
국민의 환경권 실현을 위한 5가지 주요 추진 계획도 나왔다.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추진 계획은 탄소중립, 녹색경제 실현이다. 지난 3월 시행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기본으로 현실적 온실가스 감축 수단 마련과 배출권 거래제 고도화에 나선다. 특히 환경부는 내년 3월까지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대해 부문별, 연도별 감축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 장관은 “NDC를 준수하되, 산업부 관계 부처와 논의해 실행 가능한 이행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고려한 합리적 에너지 믹스도 도출할 계획이며, 올해 말까지 연도와 산업별로 로드맵을 마련하는 등 기본 계획을 내년 3월까지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출권 거래제 할당량 조정 방안 역시 내년 3월에 윤곽이 잡힌다. 상향된 NDC에 맞춰 배출권 할당량을 조정하고 기업의 감축 활동을 지원하는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과제다.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를 올해 중으로 보완해 녹색채권을 비롯한 책임투자 환경을 구축하고, ESG 컨설팅, 중소·중견기업 지원 등 서비스와 녹색기술·산업 육성을 통해 녹색경제 생태계도 조성한다.
물 관리도 확대한다. 물환경과 자연생태계 조성을 통해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물의 가치를 확대하는 물 관리를 하는 것이 골자다. 기후 위기에 강한 물 환경을 조성해 2026년까지 국가 하천 제방 비율을 90%대로 끌어올린다. 미세먼지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한다. 무공해차 전환 및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고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2021년 63.9%에서 2027년 40%대로 축소한다. 이를 통해 2027년까지 초미세먼지를 30% 감축해 푸른 하늘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목표다. 또 경제성장과 폐기물 발생을 줄이는 디커플링(탈동조화) 기반을 만들고 순환경제를 구축하는 방식도 고민한다. 생활 플라스틱 발생량은 2020년 160만 톤 대비 2025년 128만 톤까지 줄인다. 국민 안전을 지키며 기업 불편을 최소화하는 생활환경 확보를 통해 환경보건의 안전성을 가져가는 것이 마지막 목표다.
한화진 장관은 “국민을 우선으로 고려하고 한국의 위상에 맞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고자 한다. 이 노력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며 “경제와 환경의 융합이 중요해진 시점에서 각 분야의 소통 역시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기에 이어 이날 출범식을 연 대한민국 ESG 클럽 2기에는 산업계의 100여 개 기업이 회원사로 참여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의 참여가 크게 두드러졌다. ESG가 더 이상 기업의 규모와 연관된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대한민국 ESG 클럽 회원들은 월례특강, CEO라운드테이블, 경영교육지원 및 ESG 경영대상 평가 보고서 제공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음 포럼은 ‘개인정보보호 정책에 대한 기업의 대응전략’을 주제로 7월 20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