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고 최종 판단했다. 대통령의 ‘고발 사주’ 사건에 대한 언론 제보를 모의했다는 일명 ‘제보 사주’ 의혹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공수처 수사2부(부장검사 김성문)는 공직선거법(허위사실공표) 및 정보통신망법(명예훼손) 위반 혐의로 박 전 원장에 대한 공소 제기를 검찰에 요구했다고 13일 발표했다. 공수처는 박 전 원장이 지난해 9월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그와 관련한 자료를 갖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이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라고 봤다. 공수처는 국정원장이 재직 시절 저지른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해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권은 없다.

공수처는 제보 사주 사건과 관련해선 박 전 원장을 불기소하기로 했다. 제보 사주 사건은 박 전 원장과 조성은 씨 등이 공모해 고발 사주 사건을 언론에 제보했다는 의혹이다. 윤 대통령 측의 고발로 지난해 10월부터 공수처가 수사해왔다. 고발 사주 사건은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2020년 4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근무할 때 같은 부서 검사들에게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작성과 정보 수집을 지시하고, 이 고발장을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해 고발하도록 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공수처 관계자는 “박 전 원장이 고발 사주 사건 제보에 관해 조성은 씨 등과 협의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고발 사주 제보자인 조씨에 대한 수사는 대검찰청으로 넘기기로 했다. 고위공직자가 아닌 조씨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아서다. 검찰은 공수처가 무혐의 결론을 낸 국가정보원법 위반은 제외하고 공직선거법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만 다룰 예정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4일 고발 사주 사건과 관련해 핵심 인물인 손 보호관을 기소했다. 또 다른 핵심 인물인 김 의원에 대한 수사는 결론을 내지 않은 채 검찰로 이첩했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 6명은 무혐의 처분됐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