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학의 혁신과 공유가 필요한 이유
‘실리콘밸리의 대학’으로 평가받으며 온라인 공개수업을 주도한 유다시티(Udacity)의 대표 세바스찬 스런은 “50년 후 10개 대학만 남을 것이고 그 하나가 유다시티”라고 공언했다. 그가 단언한 것처럼 학문 분야를 초월하는 무크(MOOC)와 같은 교육모델이 당장은 대학을 사지로 내몰지 않겠지만 대학의 미래에 대한 성찰과 새로운 실험을 촉진했음은 분명하다.

1990년대 말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앞에서도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자’는 국가적 목표에 매진해 글로벌 정보기술(IT) 강국 반열에 올랐다. 원천기술이 빈약했던 산업계의 피나는 연구개발, 정부를 포함해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거버넌스 시스템, 대학의 중장기적 인력 육성 의지가 궤를 같이해 세계가 부러워하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 교육부는 2026년까지 5000억원 내외를 투입해 반도체·미래자동차·바이오헬스·인공지능·빅데이터·실감매체·지능형 로봇·에너지 신산업 등 8대 신산업의 디지털 신기술 인재 10만 명을 육성하는 ‘혁신공유대학사업’을 선포했다. 대학이 인재 육성의 혁신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혁신 사례를 공유해 이전에는 볼 수 없던 국가 수준의 인재 양성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청사진이다. 사업에는 56개 대학이 참여했고 미래 인재를 키울 여덟 개 컨소시엄도 구성됐다.

이 사업에 투입하는 국비는 통상 개별 대학에 주던 방식과 달리 컨소시엄 대학에 직접 지원한다. 공유대학 체제를 통한 혁신을 이끌겠다는 교육부의 인식 전환이 사업 추진의 큰 동력이 됐기 때문이다. 산재한 대학의 신기술이 다른 곳에서는 활용되지 않거나 기업의 성장과 관계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현실에 비춰보면 대학 간 협업과 경쟁으로 산학 협력에 긍정적 동기부여를 하겠다는 점이 매우 신선하다.

사업 출범 1주년을 맞은 현재 필자가 몸담은 ‘바이오헬스 컨소시엄’은 교육 플랫폼 설치를 시작으로 집중이수제를 도입하고 대학 규정을 개정했다. 전공이 다른 교수들이 협력해 50여 개 융합 강좌를 신설했다. 벌써 6000여 명이 수강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보였다. 다른 컨소시엄의 성과도 이에 못지않다. 대학이 단독으로 추진했다면 수년이 걸릴 사안이었고 학생들의 폭발적 수요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대학의 잠재 능력이 깨어난 것이다.

“혁신은 경쟁을 통해 획득하지만 글로벌 경제에서 모든 일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실수가 될 것”이라는 잭 웰치의 말처럼 혁신과 공유는 이제 필수가 됐다. 코로나19 대처 방식에서도 혁신과 공유의 소중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의과학자와 보건의료인들은 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유례가 드물 정도의 신속한 공조시스템을 구축했고 반응 결과를 공유했다. 본래 피어 리뷰와 논문 발간은 수년 주기로 움직이는데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적절한 처치의 탐색과 해결책은 신속한 연구와 산학 협력, 공유라는 바이오의학 및 산업계의 기반이 선행됐기에 가능했다.

혁신공유대학사업은 어쩌면 대학 경쟁력을 크게 제고할 기회이자 교육 수요자의 지속적 요구에 대한 응답이 된 셈이다. 대학은 늘 사회와 수요자의 성과에 초점을 두고 경계를 넘어 유기적으로 협력함으로써 혁신할 수 있다. 이 사업이 산업계 전반의 도약을 이루는 자양분이 되고 대한민국 인재 육성의 명품 프로젝트로 자리잡도록 더 많은 이들의 동참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