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낙후한 법률산업 '리걸테크'로 풀어야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에 한국 법률산업은 아직 법정과 변호사 사무실을 중심으로 한 아날로그 산업에 머물러 있다. 법원이 선고하는 판례가 일반 국민에게 거의 제공되지 않고, 검찰이 처리하는 불기소 결정이 베일에 가려져 있으며, 국민에게 법률상 조력을 제공하는 법률 전문가들의 전문성과 서비스 품질을 알아내기가 너무나 어렵다. 소위 정보 비대칭이 아직도 극심한 상황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는 소위 법률 브로커의 암약을 낳고 전문변호사가 아닌 변호사를 선임한 법률 소비자의 피해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낳는다.

선진국은 변호사와 의뢰인을 연결하는 변호사 광고 플랫폼, 공공데이터로서 판례 데이터를 가공해 큐레이션하는 판례분석 서비스, 입법부의 입법 진행 상황과 입법 성공 여부를 예측하는 입법 인텔리전스 서비스, 법률사무소의 정보화를 지원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소송서류를 자동으로 작성해주는 서비스 등을 수많은 리걸테크 기업이 제공하고 있다. 법률서비스 공급자인 변호사들도 이를 활용해 국민에게 더 좋은 법률서비스 제공에 나서고 있다. 더욱이 이런 리걸테크는 정보 비대칭을 줄여 법률시장의 암적 존재인 법조 브로커를 없애주는 순기능까지 한다.

법률 분야에서 공급자와 수요자 간 비대칭 정보 문제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뿐 아니라 기업 간 거래(B2B)에서도 있다. 리걸테크 기업의 B2B 서비스로 중소 로펌 또는 청년 변호사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 대형 로펌은 이미 수많은 경력 변호사의 고객 인맥과 로펌 자체의 브랜드 파워로 법률시장에서 독과점 지위를 누리고 있다. 청년 변호사들은 고객 인맥과 지명도 면에서 대형 로펌과 비교할 수 없는 열세에 있고, 고액의 마케팅 비용을 부담하기 어렵다. 리걸 플랫폼은 저자본 청년 변호사가 효과적으로 자신을 알릴 수 있도록 하고 고객은 열정 있고 실력 있는 변호사를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리걸 인공지능은 전문가인 법률가에게 효과적인 검색과 분석툴을 제공함으로써 법률서비스의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므로, 결국 리걸테크는 최종 소비자인 국민에게 저렴하고 질 좋은 법률전문가의 서비스를 제공받게 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앞으로 리걸테크 기업들이 다양한 B2C, B2B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대면 위주의 아날로그 산업인 법률시장이 기업 시장을 중심으로 언택트, 비대면 중심의 서비스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우리 협의회의 출범 목적과 같이 글로벌 빅테크 회사들이 조만간 한국 법률시장에도 인공지능과 지배적 플랫폼을 앞세워 진출할 것이 명백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법률서비스 주체인 법률전문가와 소비자를 도와 법률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고 법률데이터를 안전하게 지켜내는 역할이 긴요하다.

우리 협의회는 리걸 플랫폼과 리걸 인공지능이 법률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필수재이므로, 그 전환이 순조롭게 이뤄지면서 상생하는 길을 법률소비자와 함께 모색하고 공감대를 키워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리걸테크는 법률전문가들이 좀 더 편리하게 법률정보를 수집하고 전문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고, 법률소비자에게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피해를 막아줄 수 있다. 지배적 플랫폼으로 인한 독점의 피해는 강력한 공정거래법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 토종 리걸테크 회사들이 성장해 해외 빅테크 플랫폼의 독점으로 인한 법률데이터 유출을 막는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