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값 폭등, 항공기 결항, 렌터카 부족, 치솟은 기름값, 비싼 호텔값... 올 여름 여행 지옥에 온 걸 환영합니다”

수십년 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미국에서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이런 우스갯 소리가 나오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지난 메모리얼 데이(미국 현충일)연휴인 금요일과 월요일 사이 미국 항공사들이 전체 스케줄의 3% 달하는 2653편의 비행을 취소했다. 지난 3년을 통틀어 메모리얼 데이 연휴 동안 취소했던 것보다 많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엔 미국 항공사들은 예약된 6600편 중 단 1.2%만 취소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여름 휴가철 되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회사 코웬의 분석가인 헬레인 베커는 “여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당분간 이런 패턴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완화되면서 항공사들이 올 여름 예약 급증을 예견했으면서도 팬데믹 기간 인력을 과도하게 줄인 탓에 대비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항공사들은 직원을 해고하지 않은 대가로 정부로부터 540억달러(약61조원)을 지원 받았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적은 인원을 유지했다. 기상악화, 항공 교통 관제, 직원 부족 등 문제에 직면 했을때 대응할 여력이 없게됐고 결국 이번 주말 항공대란이 발생한 것이다. 아메리칸항공의 조종사이자 조종사 협회 소속인 데니스 타저는 “지난해 내내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을 때 항공사들은 이러한 문제를 예측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항공업계 인력난은 또다른 요금 인상을 의미한다. 항공분석업체 시리움에 따르면 올해 6~8월 미국 국내선 항공편의 수용력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약 5% 낮다. 폭발적인 여행 수요와 맞물려 제한된 비행기 좌석 수는 티켓값을 더 끌어올리고 있다. 올해 4월 항공료는 1년 전보다 33% 올랐고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비해서 10.6% 올랐다.

여행 예약 사이트인 스코트 칩 플라이트의 설립자인 스코트 키예스는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올 여름에 저렴한 항공편을 찾는 건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다.

비싼 것은 항공료뿐만이 아니다. 여행 수요는 느는데 차량은 부족해 4월 렌터카 가격은 2019년보다 70% 올랐다. 호텔 및 숙박비용은 작년보다 20% 늘었다. 이 모든 가격 상승은 앞으로 남은 여름 휴가철 훨씬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가을이 돼서야 가격 상승 압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여행 예약 사이트인 호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해일레이 버그는 “9~10월쯤 가격이 낮아질 것 같다”며 “만약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연말에 예약하는 것이 좋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