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외교부가 중·저소득 국가에 대한 원조 확대를 시사하면서 중국을 '악의 행위자(malign actor)'로 지칭했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리즈 트러스 영국 외교부 장관(사진)은 최근 "유엔 같은 다자기구를 통하지 않고 자금조달 국가와 일대일 양자프로그램을 통해 대외원조 예산을 재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영국 정부가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예산 압박을 명분으로 대외원조 예산을 삭감한 조치를 일부 회복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이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당시 국내총생산(GDP)의 0.7% 공여 규모를 잠정적으로 0.5%로 축소하는 법안을 의회에서 근소한 차이로 통과시켰다.

트러스 장관은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특정 국가의 개발도상국 원조 방식을 비판하고 이를 악당국가의 행위로 규정했다. 그는 "일부 악당국가들은 경제지원과 개발을 통제수단의 일종으로 다루고 결국 각종 원조와 투자, 부채 떠안기기 등을 정치적 힘의 한 형태로 악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국은 그들처럼 악의적인 전략을 따라가지 않고 대안적인 전략으로 그들과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을 지칭한 것으로 분석된다. FT는 "트러스 장관이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저소득 국가들에 인프라 개발을 돕는다며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결국 막대한 부채를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