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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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최대 수혜자인 미국 정보기술(IT)기업의 미래를 놓고 월스트리트에서 논쟁이 한창이다. 외부 투자자들은 IT기업 주식을 투매하고 내부에서는 인력 감축을 비롯한 긴축경영을 내놨거나 검토 중이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이다.
올 들어 주가 급락 美 빅테크 앞날은?…"성장성 한계" vs "잠시 숨고르기"
회의론자들은 IT기업이 중장기 침체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주장한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IT기업들이 일시적인 ‘숨고르기’에 들어갔을 뿐이라는 옹호론도 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T기업들이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고 여기는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가 이어지면서 최근 빅테크(대형 IT기업) 주가가 대폭 하락했다고 8일(현지시간) 분석했다. 가입자 증가세 둔화의 직격탄을 맞은 넷플릭스 주가는 올 들어 지난 6일까지 69.96% 추락했다.

소셜미디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는 39.41%,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31.15% 떨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 주가는 18.31% 밀렸다. 같은 기간 S&P500지수(-13.48%)보다 못한 성적을 냈다. 코로나19 수혜주로 꼽혀온 수공예품 거래 플랫폼 에시, 전자상거래 플랫폼 이베이 등의 주가도 하락했다.

미국 월가 회의론자들은 빅테크의 혹한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로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나오면서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 덕을 톡톡히 본 기술주들에는 악재다. 미국의 구인난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근로자 임금 인상, 원격근무 감소와 전자상거래 수요 둔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도시 봉쇄가 일으킨 생산 차질과 공급망 경색 등 빅테크를 짓누르는 악재가 첩첩산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최근 빅테크의 긴축경영을 위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수요 폭증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2020~2021년 80만 명을 신규 고용한 아마존이 대표적이다. 아마존은 부진한 1분기 실적을 최근 공개하면서 현재 고용 인력이 과도한 수준이라고 발표, 인력 감축을 예고했다.

최근 5년 동안 정규직을 두 배로 늘린 메타, 애플, 알파벳은 태도를 바꿨다. 메타는 신규 인력 채용에 신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의 중점 사업인 메타버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규모 채용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지 7개월 만에 계획을 뒤집었다.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음식배달업체 고퍼프 등도 감원 계획을 공개했다.

기술 전문 투자회사인 넥스트프런티어캐피털의 윌 프라이스 창업자는 “IT기업들은 실적 우려, 인재 쟁탈전, 인플레이션에 따른 급여 인상 압박이라는 전방위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빅테크의 저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첫해인 2020년에 메타, 아마존, 알파벳, 애플, MS가 올린 매출 총합(약 1조1000억달러)은 네덜란드 스위스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국내총생산(GDP)을 능가했다. 로버트 샤인 블랭키샤인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스타트업 대신 기초 체력이 좋은 빅테크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