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코로나는 어떻게 세계경제를 바꿨나
벌써 3년째 접어든 코로나19 팬데믹의 상처는 깊고도 넓다. 국내에선 확진자가 하루 수십만 명씩 추가되면서 방역당국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 장기간의 팬데믹은 수많은 희생자를 낳은 것은 물론 삶의 양식과 생활패턴까지 바꿔놓았고, 글로벌 경제위기마저 초래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역사를 담아낸 책 《붕괴》로 유명한 애덤 투즈 미국 컬럼비아대 역사학과 교수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기록한 책 《셧다운》을 내놓았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1월부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2021년 1월까지 벌어진 ‘팬데믹의 세계사’를 담았다.

2020년 상반기처럼 전 세계 국가의 약 95%에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동시에 감소한 사건은 현대 자본주의 역사에서 한 번도 없던 일이었다. 성인 30억 명 이상이 일시에 해고당하거나 재택근무를 함으로써 일자리의 위기를 겪었다. 세계은행은 이로 인한 평생 수입 손실이 10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2020년은 지난 40여 년간 세계경제를 지배해온 신자유주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알린 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경제는 정치에서 분리됐고 철저한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 우선주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타고 퍼졌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정치의 대규모 경제정책 개입을 가져왔다. 각국 정부는 엄청난 보조금을 뿌려댔다.

각국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조직화된 무책임’을 드러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 환경 피해, 질병 같은 사회적 위험에 따른 불평등한 죽음은 의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저자는 미래에 대해 섣부른 예측을 하는 대신 2020년의 사건을 자세히 담아내면서 현재 세계경제가 가진 모순을 보여준다. 혼란의 시대는 이제 시작일 뿐이며 위기 극복의 지혜를 역사 속에서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