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NOW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 연합뉴스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 연합뉴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지난 11월 13일 ‘글래스고 기후 협약(Glasgow Climate Pact)’을 채택하고 막을 내렸다.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로 억제하는 데 부합하도록 각국의 목표치를 재설정하기로 하는 등 큰 틀에서 타결을 봤다.

세부 분과별로 다양한 합의가 이뤄졌지만,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꼽히는 주요 국가가 이해타산에 따라 선택적 참여를 하는 데 그치면서 ‘절반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얻었다.

‘NDC 다시 제출’ 등 큰 틀 합의

COP26은 지난 10월 31일부터 약 2주간 이어졌다. 197개 참가국은 행사 마감을 하루 넘기면서까지 치열하게 협상했다. 이들은 중국·인도 등 온실가스 다량 배출국, 선진국, 기후 피해국 등으로 나뉘어 쟁점별로 첨예하게 맞선 끝에 ‘미흡한’ 대책에 합의했다.

이번 COP26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사안은 영국 주도의 탈(脫)석탄 성명이다. 탄소저감 장치가 없는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퇴출하고 화석연료에 대한 비효율적인 금융지원을 중단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역대 COP 합의문에 석탄 및 화석연료에 대한 언급이 포함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와 함께 각국은 2022년에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1.5℃’에 맞게 다시 제출하기로 했다. 원래 NDC는 5년마다 내도록 되어 있지만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일부 온난화 주범 국가들은 ‘1.5℃’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NDC를 제출한 상태다. 결국 현재 각국이 제출한 목표대로라면 지구 온도 상승폭이 2.4℃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이에 각국이 목표치 재설정에 합의한 것이다.

또 참가국들은 조약에서 부유한 선진국들이 연간 1000억 달러(약 118조원)에 달하는 기후기금 지원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현하고, 2025년까지 금액을 상향 조정할 것을 촉구했다. UN위원회는 내년에 기후기금에 대한 진전 상황을 보고하도록 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에 대응해야 하는 개발도상국 등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은 2025년까지 2019년 대비 2배로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2024년부터 격년으로 투명성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기로 했고, 이를 검토하기 위한 전문가 교육과정 개발 등에 대한 합의도 이뤄졌다.

파리기후변화협약 제6조인 국제 탄소시장 지침이 채택되면서 파리협약 세부 이행 규칙(카토비체 기후 패키지)도 완결됐다. 이는 국가 간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하는 탄소배출권 시장에 투명하고 통일된 국제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탄소배출 감축량이 거래가 양쪽에 모두 반영되는 ‘이중계상’을 막는 방안 등이 담겼다.

COP26 참여국들이 진통 끝에 타결을 이뤄냈지만, 전 세계 유수 언론과 기후 전문가들은 비판을 쏟아냈다.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가장 관심을 끈 탈(脫)석탄 성명이 후퇴한 것에 대한 각계의 아쉬움이 잇따랐다. 사실 탈석탄 성명은 200개국에 달하는 참여국 가운데 40여 개국만 참여한 상태로 초안이 발표되는 등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중국, 인도 등이 끝까지 저항하며 초안에 비해 문구가 많이 완화됐다. 마지막 순간 인도가 표현 수정을 요구하면서 석탄발전 ‘중단’이 ‘감축’으로 바뀌는 극적인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기후 위기 피해를 직격으로 맞고 있는 도서 국가들은 탈석탄 성명이 후퇴하는 양상에 분노하며 맹렬히 비판했으나 결국 현실적 타협안을 받아들였다. 이와 관련해 알로크 샤르마 COP26 의장은 감정이 북받쳐 갈라진 목소리로 “절차가 이렇게 전개된 것에 대해 모든 대표에게 사과한다”며 “실망한 것은 이해하지만, 합의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누더기 조약에… 실효성 물음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COP26이 내건 공약은 ‘203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을 1.5℃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고작 9% 기여할 뿐”이라고 보도했다. 국제 기후 연구단체인 기후행동트래커(CAT)에 따르면 COP26 공약이 전부 이행된다고 가정하면 연간 감축할 수 있는 탄소배출량이 2.2기가톤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재 독일, 일본, 영국 등의 탄소배출량을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전 세계 국가의 NDC를 합친 경우 연간 줄일 수 있는 탄소배출량(4.0기가톤)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CAT는 COP26에서 이끌어낸 산림 및 토지 이용에 관한 정상화 선언도 그 효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산림 토지 정상화 선언은 개회식 초반 137개국 정상의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주목받았다. 2030년까지 산림 벌목과 토지 황폐화를 중단하고 예전의 상태로 되돌리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그러나 CAT에 따르면, 산림 토지 정상화 선언으로는 탄소배출량이 1.1기가톤 줄어드는 데 그칠 전망이다.

2030년까지 메탄배출량을 지난해 대비 최소 30% 이상 줄이자는 목표를 담은 국제메탄서약도 마찬가지다. 메탄은 이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등과 함께 교토의정서에서 정한 온실가스 6종 중 하나다.

국제메탄서약은 미국·유럽연합 등 108개국의 서명이 이뤄졌다. 그러나 전 세계 메탄배출량의 10%를 차지하는 중국이 해당 서약에 불참하면서 실효성에 의문을 남겼다. 국제메탄서약의 경우 탄소배출량을 0.8기가톤 감축시킬 것으로 전망됐다.

마지막으로 2035년부터 2040년까지 무공해자동차로 100% 전환한다는 공동선언도 했지만, 미국과 일본·독일·중국·한국 등 주요 자동차 제조국은 대부분 빠지면서 참여국은 22개국에 그쳤다. CAT는 무공해차 합의로 탄소배출량이 0.1기가톤 줄어드는 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COP26이 남긴 것…석탄발전 ‘중단’에서 ‘감축’으로
김리안 한국경제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