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현의 시각] 고용보험이 비판받는 진짜 이유
“부분적인 보완책으로는 (고용보험기금) 재정 회복에 한계가 있다. 근본적인 재정 건전화 방안을 곧 발표하겠다.”(8월 23일)

“지출 축소·수입 확충 등 다양한 방안의 개선 효과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논의 중이다. 보험료율 인상 방침을 확정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8월 24일)

“보험료율 인상은 지난해 7월 노사정 협약의 ‘노사정 공동부담 원칙’에 따라 정부가 상당한 재정을 투입하고 노사는 보험료율을 올리는 등 재정건전화를 위한 최선의 논의 결과다.”(9월 2일)

실업급여 퍼주다 결국 보험료↑

정부가 지난 1일 고용보험료율 인상을 발표하기 직전 1주일간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주요 발표와 보도 반박자료 내용의 일부다. 요약하면 고용보험기금 사정이 어려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면서도 보험료율이 오를 것이라는 보도에는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해놓고, 딱 1주일 만에 고용보험료율 인상(1.6%→1.8%)을 공식 발표한 것이다.

보험료율 인상 시점은 내년 7월로, 2019년 10월 기존 1.3%에서 1.6%로 올린 지 2년9개월 만이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고용보험료율을 두 번 올린 유일한 정권이 됐다.

고용보험료율 인상은 현 정부 들어 실업급여 보장 수준과 지급 기간을 늘리면서 기금 수요가 폭증한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사실상 기금이 고갈됐기 때문이다. 보험료 수입에 의존해오던 기금 사정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일반회계 투입은 물론 ‘기금의 기금’이라는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빚도 냈지만 결국 보험료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고용보험료율 인상은 사실 코로나19 1차 대유행 직후인 지난해 7월 ‘군불’을 지폈고, 올초 이미 정부가 인상을 공언한 사항이다. 박화진 고용부 차관은 지난 2월 초 “고용보험기금 지출 추세와 전망을 봤을 때 재정건전화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가닥을 잡아야 한다”며 “방법은 보험료율 인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단계적 인상 검토” 발언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언론의 비판이 잇따르자 고용부는 슬그머니 태도를 바꿨다. 차관 브리핑 후 약 3주 만에 이재갑 당시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실업급여 지출이 크게 늘긴 했지만 올해 공자기금 예수금을 감안하면 적립금은 여유가 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은 어렵다”고 했다.

평소 ‘솔직한 화법’으로 유명한 차관의 발언에 장관이 진화에 나섰지만 이후에도 고용보험료 인상 보도가 잇따랐다. 하지만 고용부는 그때마다 펄쩍 뛰었다. 평소 같으면 ‘보도 설명자료’로 충분한데도 고용보험료 인상과 관련한 보도에는 여지없이 ‘보도 반박자료’가 뿌려졌다.

정책실패 반성 없이 자화자찬만

이런 배경에는 “선심성 퍼주기로 기금을 탕진하고 결국 근로자와 기업에 손을 벌린다”는 보도에 대한 ‘윗선’의 불편함이 작용했을 수 있다. 고용유지지원금 등 실업급여 계정과 별개로 운영되는 고용안정 사업으로 보험료가 올라가는 게 아니라는 고용부의 항변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매일같이 뿌려대는 반박자료에도 왜 비판 기사가 끊이지 않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은커녕 그동안 잘해왔다는 자화자찬만 늘어놓으면서 보험료 인상은 오로지 코로나19 탓이라는 고용부의 반박에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숱한 반박자료에도 비판 기사가 끊이지 않는 이유를 모르는 것일까, 애써 모른 체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