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직장인 강모씨(27)가 이번 주말을 보낼 숙소를 바꾼 건 열흘 전이었다. 당초 예약한 펜션이 있는 경기 가평군 가평읍이 지난 12일부터 시행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지역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4단계 지역에선 동거 가족이 아니면 3명 이상 함께 숙박할 수 없다. 친구 3명과 여행 스케줄을 짠 강씨는 북한강 건너편에 있는 강원 춘천시 서면으로 눈을 돌렸다. 거리두기 2단계여서 최대 4명까지 모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펜션 간 거리는 자동차로 5분 정도다. 강씨는 “다른 건 방역 규제뿐 모든 여건은 두 지역이 똑같다”며 “원래 계획대로 북한강에서 수상레저를 즐기고 남이섬에도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평 4人숙박 안되니, 강 건너 춘천으로…휴가지 '풍선효과' 비상

피서객, 규제 약한 휴가지로 몰려

다른 지역에 비해 느슨한 거리두기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비수도권 휴가지가 코로나19 확산의 새로운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에 묶여 있던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휴가철을 맞아 사적 모임 허용 인원 규제가 덜한 비수도권 휴가지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서다. 델타 변이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2.4배 강한 탓에 갈수록 세력을 넓혀나가고 있다. 정부가 25일 비수도권에 대한 추가 방역 조치를 내놓기로 했지만, 지난 2주간 수도권을 묶어둔 데 따른 ‘풍선효과’로 인해 비수도권에 델타 변이가 많이 퍼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 휴양지인 강원 제주 부산은 이미 ‘수도권발(發) 코로나19 공습’에 초토화됐다. 한 달 전만 해도 신규 확진자가 10명대였던 부산은 최근 100명대를 웃돌고 있다. 강원 역시 지난달 말에는 확진자가 한 자릿수였지만 지난 22일 62명으로 치솟았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가장 많다. 지난달 30일 기준 도내 확진자가 1명에 그쳤던 제주도 최근에는 매일 2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춘천시민들이 걱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한강을 마주 보고 있는 가평군이 4단계 지역이 되면서 춘천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북한강 주변에는 펜션·글램핑 업체만 500여 개가 몰려 있다.

춘천시에서 숙박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손님이 늘어난 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는 마당에 마냥 좋아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가평군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B씨는 “휴가철 장사로 1년을 사는데 북한강에 오는 손님들을 다 춘천에 뺏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 입구에 거리두기 2주 연장을 알리는 문구가 적혀 있다. 23일 정부는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조치를 2주간 더 연장했다.  /김범준 기자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 입구에 거리두기 2주 연장을 알리는 문구가 적혀 있다. 23일 정부는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조치를 2주간 더 연장했다. /김범준 기자

커지는 휴가지 집단감염 우려

풍선효과는 비수도권 확진자 급증으로 돌아왔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7월 3주차(18~23일)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수도권 962.2명, 비수도권 485명이다. 수도권은 직전주(990.4명)보다 소폭 감소한 것에 비해 비수도권은 35% 증가했다. 22일 비수도권 비중은 35.9%로 4차 유행 이후 최고치다.

이로 인해 일부 지역의 생활치료센터는 ‘포화 상태’가 됐다. 23일 기준 강원 생활치료센터의 가동률은 91.5%로, 추가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7명뿐이다. 수도권과 가까운 충청도의 생활치료센터 가동률은 91.1%에 달한다. 최근 하루에 1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부산 역시 추가로 받을 수 있는 환자가 89명에 그친다.

정부는 이런 ‘풍선효과’를 없애기 위해 비수도권에 일괄적으로 3단계를 적용하거나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를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확진자 수가 적은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많이 나온 곳만 3~4단계를 적용해야 한다”는 ‘핀셋 규제’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휴가철 성수기 막바지인 8월 중순부터 확진자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수도권 인구 유입이 많은 관광지와 지방 대도시부터 거리두기 단계를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예린/이선아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