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출근시간대의 베이징 시내에선 건물 출입구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고 발열 여부를 확인려는 직장인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최근 몇 달 동안 볼 수 없었던 광경이 재연된 것이다.

중국이 코로나19를 통제하기 위해 도입한 스마트폰 앱인 젠캉바오(健康寶)는 건물 입구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하면 출입 가능 여부를 띄워준다. 직전 금요일인 지난달 31일까지만 해도 대부분 건물에선 QR코드를 찍는 시늉만 해도 보안요원들이 출입을 시켜줬지만 이날부턴 통제가 엄격해졌다. 대부분 아파트 단지도 보안을 강화해 외부인은 별도로 마련된 출입구를 통해 오가도록 하고 있다.

건물마다 다시 QR코드 스캔 줄서기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장쑤성 난징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이날까지 전체 31개 성 가운데 18개 성으로 확산됐다. 총 27개 도시의 4개 구가 고위험지역, 91개 구가 중위험지역으로 지정됐다. 고위험지역은 원칙적으로 출입이 봉쇄된다. 중위험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가려면 목적지 방역정책에 따라 격리 등을 해야 한다. 베이징은 중위험지역에서 오는 사람들을 아예 들여보내지 않기로 했다.

베이징에선 전날 확진 2명, 무증상감염 1명 등 3명의 코로나19 감염자가 추가됐다. 새로운 진원지로 부상한 관광지인 후난성 장자제에 여행을 다녀온 한 가족이다. 이들이 사는 팡산구는 해당 마을을 봉쇄하고 밀접접촉자 16명을 격리했다. 주민 9500여명을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실시했다.

베이징에선 지난달 28일 6개월 만에 2명의 본토 확진자가 나왔다. 그동안 중국 정부와 베이징시는 공산당 창당 100주년 등 중요 행사가 많아 해외 입국자에 대한 3주 시설 격리 등 중국에서도 가장 강력한 방역 조치를 해왔다.

이번에 장자제발 코로나19 유입이 확인되면서 베이징 당국은 주요 관공서와 쇼핑몰, 각종 주거 시설에 대한 출입 강화에 나서 젠캉바오 확인과 열 체크,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나섰다. 주민들에게는 필요하지 않은 경우 시를 떠나지 말도록 당부했다. 또 초중고 교사와 학생들에게는 개학일(9월1일)에 대비해 오는 15일까지는 베이징에 복귀하도록 요청했다.

보건당국은 "대규모 감염은 없을 것"

최근 집단감염이 전염성이 강하고 치명률도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시민들의 공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019년말 우한에서 코로나19가 감염이 시작된 이후 중국의 방역이 가장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하루 동안 지역사회 감염에 의한 신규 확진 및 무증상 감염자는 각각 55명, 44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확산이 시작된 난징이 있는 장쑤성에서 40명, 장자제 소재지 후난성에서 7명이 나왔다. 베이징과 후베이·산둥·허난·하이난·윈난 등에서도 1~2명씩이 보고됐다.

난징 감염이 시작된 지난 21일부터 전날까지 전국에서 300여 명의 지역사회 감염 확진자가 나왔다. 이전까지 하루 10명 안팎이던 지역사회 감염이 최근에는 하루 40~50명으로 불어났다.

최악의 홍수 피해가 발생했던 허난성 정저우에선 난징과 무관한 집단감염도 발생했다. 지난달 31일 하루 동안 27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해외 입국 코로나19 감염자를 관리하는 제6인민병원에서 전파가 시작된 것으로 보건당국은 추정했다. 920만명의 정저우 시민 전원 핵산검사, 허난성 주민의 성 밖 이동 자제령 등이 발동됐다.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자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작년 코로나19를 통제한 시스템이 여전히 유효하며 대규모 감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또 중국의 코로나19 백신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도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보건 전문가들은 3차 접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백신 접종을 본격적으로 확대한 지난 2월부터 6개월이 지나 면역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항체 형성률이 높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부스터샷으로 접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 푸싱제약이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mRNA 백신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당초 예상됐던 승인 시점인 7월은 이미 지난 상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