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제품 가격 인상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원재료비, 인건비 등 비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져서다. 다만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저항이 변수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재료비, 운송비, 인건비 등 비용 상승에 직면한 기업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으며 이는 미국이 지난 10년 동안 보지 못했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을 받아들이면서 일부 대기업들은 가격을 더 올리길 기대한다"며 "그러나 다른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추가 가격 인상을 수용할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면서 더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기업들이 추가 가격 인상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WSJ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기업 12군데 중 대부분은 일부 제품 가격을 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추가 인상을 단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일부는 추가적인 가격 인상을 계획 중이거나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조사기업 스탠더드앤드푸어스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S&P Global Market Intelligence)의 연구팀이 미국 기업 606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33%가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답했다. "가격을 인하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4%에 불과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소매업과 제조업이 각각 44%와 41% 비율로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식품업체들이 추가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올해 이미 오레오 등 제품 가격을 인상한 미국 제과업체 몬델리즈는 지난달 투자자들에게 내년도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높아진 원재료 가격이 배경이다. 기존보다 내용물을 적게 담거나 할인을 자주 하지 않는 방식으로 몬델리즈가 가격을 높일 수 있다고 WSJ은 덧붙였다.

가격 인상을 주저하는 기업도 있다. 케이크 믹스, 시리얼 등을 생산하는 제너럴밀즈의 제프 하메닝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들의 이례적으로 많이 저축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가격을 인상해도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너무 많이 가격을 인상하며 아예 식품 관련 지출을 줄일 수 있다"면서 우려했다.

소비자들은 물가 상승을 내다보고 있다. 미시간 대학교가 지난 6월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향후 1년간 제품 가격이 4.8%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는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