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끝나고 폭염 예보에 양식 어민들 "무사히 지나가길"
고수온 관심 단계 발령은 지난해보다 3주 빨라
짧은 장마 끝…'불청객' 적조·고수온 닥칠까 전전긍긍
구약성서 출애굽기 7장에는 "강물이 모두 피로 변해 고기가 죽고, 물은 냄새가 나서 마실 수 없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구절을 최초의 적조 기록으로 간주한다.

우리나라 삼국사기, 조선왕조실록도 적조 발생기록을 전한다.

매년 7월 중순부터 전국 해상 가두리양식 어민들은 전전긍긍한다.

언제 어디에 유해성 적조가 덮칠지 몰라서다.

유해성 적조는 그동안 장마가 끝나고 일조량이 많아져 바닷물 온도가 높아질 때 발생하는 패턴을 보였다.

손문호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박사는 "기상, 바다 상황을 고려하면 올해도 7월 말 이후 적조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올해는 장마가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

여기다 당분간 폭염이 이어질 것이란 예보가 나와 양식 어민들 걱정이 크다.

짧은 장마 끝…'불청객' 적조·고수온 닥칠까 전전긍긍
검붉은 적조 띠가 양식장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다.

황토 살포 등의 대책이 있긴 하지만, 아직 효과적인 적조 대응책이 없다.

유해성 적조생물이 생산하는 점액질이 아가미에 들러붙어 어종을 불문하고 양식 어류를 질식사하게 만든다.

가두리양식 어민들이 가장 무서운 자연재해로 적조를 꼽는 이유다.

전국 해상가두리 양식장 면적은 지난해 기준 98만㎡ 정도다.

경남도가 절반 정도인 48%(47만9천㎡) 차지한다.

통영시, 거제시, 남해군, 고성군 등 경남 남해안 연안 시·군이 전국 최대 해상가두리 양식장 밀집지다.

유해성 적조는 거의 매년 경남 양식 어민들을 덮쳤다.

경남에서 적조 피해가 가장 컸던 해는 1995년이다.

당시 이례적으로 초가을 무렵 9월 3일 적조가 발생해 10월 22일까지 49일간 양식어류 1천297만 마리가 죽었다.

피해액이 300억원을 넘었다.

2013년에는 적조 때문에 2천506만 마리가 죽어 216억원 피해를 봤다.

짧은 장마 끝…'불청객' 적조·고수온 닥칠까 전전긍긍
국립수산과학원은 대표적인 유해성 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밀도가 100(개체/㎖)을 넘을 때 적조주의보를 발령한다.

2013년에는 코클로디니움 최고밀도가 3만4천800개체에 달할 정도로 적조가 강력했다.

1995년 이후 적조가 없었던 해는 2009∼2011년, 2206∼2017년 단 5년에 불과하다.

2020년에는 적조가 발생했지만, 적조생물 밀도가 비교적 낮아 다행히 피해는 없었다.

올해는 적조와 함께 고수온 피해 우려도 크다.

고수온 역시 피해가 적조에 못잖은 여름철 불청객이다.

우리나라 바닷물 온도는 24도 아래가 정상이다.

그러나 여름철에 접어들면 폭염이 바다를 달궈 해수 온도가 상승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바닷물 수온이 25∼27도면 고수온 관심 단계를, 28도에 도달하면 고수온 주의보를, 28도가 3일 이상 지속하면 고수온 경보를 발령한다.

짧은 장마 끝…'불청객' 적조·고수온 닥칠까 전전긍긍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12일 오후 3시부터 우리나라 전 연안 해역에 고수온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올해 고수온 관심 단계 발령은 지난해보다 약 3주 빠르다.

경남에서는 2017년 양식어류 342만 마리(47억원), 2018년 686만 마리(91억원), 2019년 32만 마리(7억4천만원)가 고수온 영향으로 죽었다.

조피볼락 등 고수온이 민감한 어류를 중심으로 뜨거운 바닷물 온도에 스트레스를 받아 폐사했다.

이윤수 경남어류양식협회 회장은 "적조, 고수온은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

지난해 다행스럽게도 적조, 고수온 피해가 없었다"며 "올해도 무사히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짧은 장마 끝…'불청객' 적조·고수온 닥칠까 전전긍긍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