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회사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내역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2030년에는 모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 확대한다. 기관투자가의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지침)도 ESG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글로벌 시장에서 ESG 투자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기업들의 ESG 경영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14일 이런 내용을 담은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2030년까지 ESG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계획이다. 이달 ESG 정보공개 원칙과 절차 등을 담은 지침을 제시해 자율공시를 유도하기로 했다. 이후 일정 규모 이상 자산을 보유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2025년, 나머지 모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2030년부터 ESG 공시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할 방침이다.

2016년 말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도 5년차를 맞아 ESG 관련 수탁자(운용사)의 책임을 명시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ESG 공시 강화에 나선 건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과 사회적 책임 강화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부상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국내 ESG 공시 기업, 삼성 등 38곳 불과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를 우선 고려하는 책임투자가 확산하고 있다. 2019년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가 110곳의 글로벌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0%가 ESG 투자를 이미 실행하고 있으며 15%는 향후 ESG 투자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내에서도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책임투자가 점차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ESG 정보공개 수준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ESG 정보공개와 책임투자가 확대되는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 제도적 기반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ESG 활동 내역을 담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공시한 기업은 삼성전자와 포스코 등 38곳에 불과했다.

금융당국은 의결권 자문사에 대한 관리·감독은 강화하기로 했다. 의결권 자문사들은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상장사의 배당이나 기업분할·합병 등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면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당국은 연내 의결권 자문사 이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중장기적으로 자문사에 대한 등록·신고제 도입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문제를 드러낸 공시 사각지대는 축소하기로 했다. 기술특례 상장사는 자금조달 후 남은 금액의 구체적 운용 내역을 공시하도록 했다. 부실 사모펀드에 투자해 손실을 보고도 제때 공시하지 않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국내에 상장한 해외 기업(지주사)의 지급능력과 외환리스크 등 공시의무도 확대된다.

기업의 불필요한 공시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마련됐다. 사업보고서 서식을 그대로 따랐던 분기보고서는 별도 서식을 마련해 작성 부담을 40%가량 줄여줄 방침이다. 투자자의 공시정보 이용을 돕기 위해 사업보고서 체계를 알아보기 쉽게 정비하고 전자공시시스템(다트)을 개선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오형주/구은서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