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6%→30.1% '대졸공채' 이젠 옛말 되나?
올해 2월 서울의 유명대학 졸업을 앞둔 김모씨(27)는 지난해 9월 하반기 공채 시즌에 20여곳에 원서를 냈지만 모두 탈락했다. 이후 11월 5곳, 12월 6곳에 입사지원서를 냈고 현재 최종 합격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신입 채용시장에서 '대졸 공채'란 말은 이젠 옛말이 되어 가고 있다. 국내기업 대졸 신입 채용전형이 빠르게 수시채용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공채는 줄어들면서 채용형 인턴 채용 비중도 늘고 있다.

취업사이트 인크루트가 국내기업 705곳을 대상으로 '올해 대졸 신입 채용 방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 공채를 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이 2년만에 20%P나 줄어 30.1%로 뚝 떨어졌다. 이에비해 2019년 설문조사 당시 30.7%에 머물렀던 수시채용 비율은 49.9%까지 올랐다. 채용형 인턴을 통해 뽑겠다고 응답한 비율도 20.0%에 달한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2018년 67.6%에 달하던 하반기 대기업 신입공채 비율은 지속적인 하락을 보여 올해는 42.1%로 낮아졌다. 같은 해 11.8%였던 대기업 수시채용 비율은 36.3%까지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 5대그룹 가운데 공채를 통해 대졸 신입사원을 선발한 기업은 삼성·SK 두곳 뿐이었다. SK는 지난해 전체 선발인원의 70%였던 공채규모를 올해는 50%까지 줄인 후 2022년에는 공채를 완전히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상반기 공채를 진행하지 않았던 LG그룹은 하반기부터 수시채용과 채용형 인턴십을 통해 신입사원을 뽑고 있다. KT도 상반기 공채를 없애고 하반기 수시채용을 통해 신입사원을 뽑았다. 롯데는 지난해 상반기 대졸 공채를 진행했지만, 코로나19로 그룹 경영이 악화되면서 하반기에는 일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신입채용을 진행했다.

은행권도 수시채용에 합류했다. 매년 상반기마다 공채를 했었던 신한 우리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공채를 없애고 ICT, 본사 인력중심의 수시채용을 진행했다. 국민 하나 농협은행도 상반기에는 디지털 IT인력위주의 채용을 진행했다. 이런 추세는 올해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앞서 현대자동차그룹은 2019년 상반기 수시채용을 선언하면서 현대차 계열의 기업들이 수시채용에 동참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되면서 수시채용을 통한 인력 충원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또한, 검증된 인력을 뽑는 '채용형 인턴'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코로나19로 올해 대기업 공채 비율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며 "대규모 채용을 이끌어 온 대기업들이 채용을 줄이면 안그래도 좋지 않은 채용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