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의 충격으로 기업들이 생사의 기로에 섰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2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생산(-3.5%) 소비(-6.0%) 투자(-4.8%)가 ‘트리플 절벽’이다. 9년 만에 최대 낙폭이라지만 3월 지표는 얼마나 끔찍할지 걱정부터 앞선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3월 산업업황 BSI(기업실사지수)도 54로 한 달 전보다 11포인트 떨어졌다. 경기 심리도 꽁꽁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대기업들조차 운전자금이 모자랄 만큼 ‘현금 가뭄’을 겪고 있다. 3월 국내 4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이 전월 대비 7조9780억원 급증했다.

‘빙하기’를 연상시키는 코로나 경제위기 앞에서 기업들이 사경을 헤매는 것은 여간 시급하고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이 내놓은 긴급 지원책은 가계에 현금을 쥐여주는 ‘현금 살포’에 그치고 있다. 야당이 내놓은 총 240조원에 이른다는 제안도 오십보백보다. 경제위기 대책인지 총선대책인지 헷갈릴 판이다. 일자리와 정부 재정(세금), 경제활력의 핵심인 기업을 어떻게 위기에서 건져낼지 고민도, 제대로 된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 24일 기업 긴급구호에 100조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지만 무엇이 코로나 경제위기를 이겨내고 경제 선순환 구조를 다시 안착시킬 축(軸)인지 초점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취약계층의 재난지원금도 필요하지만 진정한 재난지원책은 기업을 살려 일자리를 지키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외환위기 때처럼 기업이 줄지어 도산하고 하루 1만명씩 실업자가 폭증하는 상황이 벌어질 때는 무슨 수로 대처할 것인가. 그때 가면 100조원이 아니라 1000조원을 쏟아부어도 부족할 것이다. 기업들 사이에 팽배한 ‘4월 위기설’도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코로나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하고 파장이 클지 알 수 없다고 토로한 판국이다. 18년 만에 배럴당 20달러선이 붕괴된 저유가도 저금리, 저원화가치와 함께 더욱 골 깊은 불황을 알리는 ‘신3저’ 환경을 만들고 있다. 장기불황에 속수무책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그럴수록 더욱 신속하고 과감한 기업 살리기 대책을 강구해야 할 텐데 정부·여당에선 그런 절박함을 찾아보기 어렵다. 4월 ‘회사채 폭탄’ 우려 앞에선 2조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신속인수제도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

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정부는 코로나 대책의 초점을 ‘기업 살리기’에 맞춰야 한다. 열흘 뒤 발표될 3월 고용통계에서는 어떤 숫자가 나올지 벌써부터 겁이 난다. 이번 기회에 경직적인 고용관행, 기업 사업재편의 제약, 투자 관련 각종 빗장 규제 등을 과감히 풀고 땅에 떨어진 기업인들의 사기부터 끌어올려야 한다. 기업과 경제의 붕괴를 막지 못하면 그 어떤 코로나 지원책도 소용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