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초·중·고교 ‘온라인 개학’이 현실화됐다. 교육부는 오는 9일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순차적인 원격수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정부 설명대로 연간 수업일수, 입시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아이들의 학습권을 포기하고 무작정 개학을 연기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 교육은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우려가 많다. 교육부가 이런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얼마나 준비를 해왔는지 의문이다.

교육부가 초·중·고교 온라인 개학을 검토하면서 원격수업 운영기준을 발표한 것은 불과 며칠 전이었다. 중국 유학생 입국 등의 문제로 지난 2월 대학에 원격교육 지침을 내려보낸 것과 비교하면 한참 늦었다. 교육부는 다양한 방법으로 의견을 수렴했다고 하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온라인 교육을 위해 꼭 필요한 단말기가 없거나 인터넷 접근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에 특히 그렇다.

학교는 학교대로 걱정이 태산이다. 일찍 온라인 교육에 나섰지만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대학에 비해서도 원격교육 설비 등 초·중·고교의 인프라가 열악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뒤늦게 실태파악에 나섰지만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더라도 적응기간을 고려하면 온라인 교육이 상당기간 겉돌 가능성이 높다. 이 모든 피해는 학생들 몫이다.

교육부는 초·중·고교 온라인 개학을 코로나19 사태를 피해나갈 임시방편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원격수업에 대한 근본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디지털 교육은 이미 세계적인 대세가 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자부하는 나라가 원격수업 활용에서는 뒤떨어져 있다는 현실은 부끄러운 일이다. 해외에서는 온라인으로 교육의 격차와 기회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거나 온·오프라인의 장점을 살린 배합으로 교육의 질을 크게 높였다는 실증연구가 수없이 많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다. 무상급식과 무상교복 등에 돈을 퍼붓느라 정작 필요한 디지털 교육을 위한 선제적 투자를 게을리한 점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교육예산의 대대적인 조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규제도 과감하게 풀어 일선 학교가 다양한 온라인 교육 실험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자율성을 대폭 높여야 한다. 이번 기회에 경직된 교육을 혁신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