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당시 시중자금을 끌어내는 수단으로 쓰였던 무기명 채권을 다시 발행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각종 코로나 대책에 들어가는 재원 마련을 위해 초저금리 또는 마이너스 금리의 무기명 채권 발행을 제안했다고 한다.

무기명 채권은 이자가 거의 없는 대신 세금 없이 상속·증여가 가능해 시중 여유자금을 쉽게 흡수할 수 있다. 반면 일부 부유층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과거 비자금이나 돈세탁 용도로 악용된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다. 여당 내에서도 이런 이유로 찬반 양론이 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 대응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갈지 아무도 모른다. 재정건전성에는 이미 빨간 불이 켜졌다. 올해 본예산(512조3000억원)과 1차 추경(11조7000억원)을 위해 발행하는 적자국채 규모만 70조30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7조2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까지 감안하면 국채 발행은 더 늘어난다.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마지노선이라는 40%를 넘어 41.2%로 예상되지만 이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재정건전성 악화는 국가신용등급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나아가 자본 유출, 원화가치 급락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무기명 채권은 나랏빚을 늘리지 않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해 볼 만하다. 1000조원이 넘는다는 부동자금을 코로나 지원에 활용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다만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1인당 매입 한도를 정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비상시국인 만큼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야 한다. 무기명 채권의 문제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적자 국채보다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