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본에 입국하는 한국인을 2주간 격리하기로 5일 결정했다. ‘2주 격리’는 사실상 일본에 오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코로나19 관련 대책본부회의를 열고 오는 9일부터 이달 말까지 한국과 중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 전원을 정부가 지정한 시설 등에서 2주간 격리한 뒤 입국 허가를 내주기로 결정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에 코로나19가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과 중국에서 이미 발급한 비자는 효력을 정지시키고 무비자입국 특례도 없애기로 했다. 또 한국과 중국에서 출발하는 항공기는 도쿄 나리타공항과 오사카 간사이공항 두 곳만 착륙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서 출발할 때 입국을 금지하는 대상도 대폭 넓혔다. 지금은 대구와 경북 청도 등에 체류한 한국인과 외국인만 입국 금지 대상이다. 하지만 7일 0시부터는 경북 경산시와 안동시, 영천시, 칠곡군, 의성군, 성주군, 군위군에 머문 한국인과 외국인은 일본 입국이 불허된다. 이와 관련해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결정 사항을 확인하고 있으며 여러 사항을 고려해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날 밤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이번 조치에 대해 강력 항의했다.

호주 정부도 이날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저녁 7시 현재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나라는 99개국으로 늘어났다.
아베 "한국發 항공편 2개 공항으로 제한…14일간 전원 격리"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한국인의 일본 입국을 사실상 금지하면서 한·일 양국 간 경제 교류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일이 연기된 데 이어 올해 도쿄올림픽 개최까지 위협받자 적극적인 코로나19 확산 방지로 방향을 튼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교역 순위 3위인 한국에까지 문호를 걸어 잠그는 ‘극약 처방’에 나선 배경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7월 일본 정부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 조치로 위축됐던 양국 간 인적·물적 교류가 더 줄어들 전망이다.

日, 한국인 입국 사실상 막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5일 저녁 코로나19 대책본부회의를 주재한 뒤 한국과 중국에서 입국하는 사람 전원에 대해 2주간 지정 장소에서 격리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는 오는 9일부터 이달 말까지 시행된다. 일본 정부는 한국 등의 코로나19 상황을 봐 가며 적용 시기를 연장할지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지정 장소는 일본 검역법에 따른 의료 시설 또는 정부가 정한 시설 등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과 중국에서 발행된 비자의 효력도 정지시키기로 했다. 한국과 홍콩, 마카오를 대상으로 시행하던 무비자 입국특례도 정지됐다. 현재 한국은 일본에 비자 없이 3개월 동안 머무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과의 하늘길과 바닷길도 대폭 축소했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항공기는 도쿄 나리타공항과 오사카 간사이공항에만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모든 선박에 대해선 여객 운송을 중지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서 입국할 때 금지하는 대상도 대폭 넓혔다. 지금은 대구와 경북 청도 등에 체류한 한국인과 외국인만 입국 금지 대상이다. 하지만 7일 0시부터는 경북 경산시와 안동시, 영천시, 칠곡군, 의성군, 성주군, 군위군에 머문 한국인과 외국인은 일본 입국이 불허된다. 아베 총리는 “외국에서 감염이 확대되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일본 내 확산방지 대책은 물론 외국으로부터의 위험 차단 대책도 주저 없이 단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함께 이겨내자” 광주의 응원 >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42번째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망자 수(39명)를 넘어섰다. 이날 광주 북구청에서 직원들이 코로나19를 이겨내자는 응원 문구가 적힌 종이를 펼쳐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함께 이겨내자” 광주의 응원 >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42번째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망자 수(39명)를 넘어섰다. 이날 광주 북구청에서 직원들이 코로나19를 이겨내자는 응원 문구가 적힌 종이를 펼쳐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느슨한 통제’ 정책을 펴 왔다. 전염병 진원지인 중국에도 후베이성을 중심으로 한 부분적인 입국 통제 정책만 폈다. 우한 거주 자국민의 전세기 귀국 후 자택 귀가 방침을 밝히거나 크루즈선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처리 과정에서처럼 내국인 감염에 대해서도 엄격한 격리 등의 조치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일본 내 코로나19 감염자가 1000명을 넘어서고 지역사회 감염이 늘어나면서 아베 정부의 리더십 위기로 번지자 강경 대응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력을 기울여 준비해온 도쿄올림픽이 취소 또는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어떻게든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는 시각도 많다.

일본 정부의 초강경 조치로 양국 간 경제 교류에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당장 일본에서 한국으로 오는 소재·부품 및 한국에서 일본으로 수출되는 각종 제품의 교역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이번 조치가 여행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긴 하지만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을 사실상 원천 차단하는 것인 만큼 각종 수출입 과정에서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19년 현재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475억8085만달러, 한국에서 일본으로의 수출은 284억2021만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도 이번 조치가 ‘보여주기’가 주목적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이날 현재 1047명으로 한국의 5분의 1에 그친다. 하지만 일본의 코로나19 검사 건수는 6000여 건으로 한국의 20분의 1 수준이다. 한국만큼 검사했다면 일본에서도 확진자 수가 지금보다 훨씬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비판하고 있다. 일본 내 검사 확대 및 확진자 격리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도쿄=김동욱 특파원/이미아/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