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35년 만에 곁으로 다가온 AI
“인공지능을 더는 이길 수 없어 바둑 관둔다.” 프로기사 이세돌이 은퇴를 선언했다. 그가 구글의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긴 인간으로 기록될 2016년의 대국은 AI의 탄생과 위력을 보여준 전환점이었다.

필자와 AI의 첫 만남은 35년 전 미국에서였다. AI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을 당시에는 실생활에 적용할 기술이라기보다는 학문적 연구 영역에 가까웠다. 그 때문일까? 오늘날 AI 기술이 적용된 일상생활은 마법처럼 느껴진다. 예전엔 컴퓨터를 통한 계산에도 몇 시간씩 걸리던 것이 이제는 눈 깜짝할 새 끝난다. 반도체 집적기술의 발달이 컴퓨터 계산능력과 통신속도에 획기적인 진화를 가져온 덕에 AI 응용개발에 신천지가 열렸다.

세계 주요 기업들이 의료, 물류, 자동차, 가전, 농업 등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에 AI를 접목하며 앞다퉈 투자를 늘리고 있다. 자율주행차를 넘어 무인 물류 환경까지도 AI의 영역으로 편입됐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AI 기술의 미래는 어디쯤일까?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완벽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상상은 AI를 우리 일상 깊숙이 데리고 왔다. 일부 분야에서는 사람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도 있다.

AI 의료 영상판독 민감도가 인간 의사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AI 알고리즘은 주식시장에서 매매를 주도한다. AI 면접을 도입하는 기업도 속속 생기기 시작했다. 구글은 AI를 활용해 유전자 데이터와 가계도 분석을 통한 난치병 치료 연구를, 아마존은 ‘아마존 고(Amazon Go)’라는, AI를 적용한 무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회사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네트워크 운영 자동화, 고장 예측정보 분석, AI 기반 사물인터넷(IoT) 데이터 수집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초보적인 형태로 진입했다. 각자의 현장 경험 위에 AI 기술을 접목시켜 가는 것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고 믿는다.

AI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로 느끼는 것처럼 앞으로는 AI 생태계 속에 살아가게 될 것이다. AI와 함께 눈을 뜨고, 먹고 일하고 생활하고, 함께 잠을 취하는 하루가 우리에게 열릴 것이다. AI는 우리 삶의 모든 순간마다 동행하며 내 곁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