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대학가에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교양강의를 축소하고, 시간강사를 겸임·초빙교원으로 대체하는 등 대학의 ‘꼼수’ 대처가 늘어나자 학생과 강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고려대 올해 1학기 개설과목 수 급감”

과목 줄이고 겸임 대체…대학, 강사법 '후폭풍'
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 8일부터 학습권 침해 해결, 강사법의 온전한 시행 등을 요구하며 서명 운동과 릴레이 시위에 들어갔다. 총학생회에 따르면 고려대의 올해 1학기 개설과목은 모두 2714개로 전년 동기(3108개)에 비해 12.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과목 수가 74개, 교양과목 수가 320개 감소했다. 특히 교양과목 감소율은 22.5%나 됐다. 김가영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실태조사 결과 올해 1학기 개설과목 수가 급감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학생들의 학습권 피해로 직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 총학생회가 나섰다”고 설명했다.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이 각종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2010년 5월 조선대 시간강사였던 서정민 씨가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강사법은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 부여 △1년 이상 채용 △방학 중 임금 지급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들은 시간강사 강의를 전임교수에게 몰아주거나 교양과목과 졸업이수 학점을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에 따르면 연세대는 올해 교양과목 80여 개를 축소했다. 배화여대는 2년제 졸업이수 학점을 80학점에서 75학점으로 줄였다. 대구대는 1월 초 노조 측에 420명의 시간강사 중 300명가량을 줄이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강사를 비전임교원인 겸임·초빙교원으로 대체하는 대학도 등장했다. 숙명여대는 시간강사들을 대상으로 ‘초빙대우교수’로 전환하는 서류를 받고 있다. 이 대학의 한 시간강사는 “한 학기 초빙대우교수로 고용한 뒤 강사법이 시행되면 해고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균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성균관대 분회장은 “다른 기관에서 재직증명서를 받아오거나 4대 보험을 들어오면 비전임교원으로 강의를 배정해주겠다는 얘기를 들은 강사도 있다”고 했다.

“강사 고용불안 해소 어려워”

이런 갈등을 우려해 교육부는 지난달 31일 시간강사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 겸임·초빙교원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강사의 교수시간을 매주 6시간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 등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시행령에 방학 중 임금 기준이 담기지 않는 등 강사의 고용불안을 완전히 해소하려면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오는 3~4월 ‘강사제도 운영 매뉴얼’이 공개되면 강사법에 따른 후폭풍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교육부와 대학·강사 대표로 구성된 실무 협의체를 통해 매뉴얼을 배포할 예정이다. 매뉴얼에는 임용·심사 절차에 대한 해설, 표준계약서의 예시 등이 담길 전망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구체적인 매뉴얼을 확인한 뒤 강사 채용 규모를 결정하겠다는 대학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표준계약서 예시 등이 포함된 매뉴얼이 나오면 대학의 강사 구조조정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